영화, 불교와 만나다
유응오 지음 / 아름다운인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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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에서 언급되는 영화는 총 52편인데, 굳이 불교영화라는 종교적인 색체를 띄고 있는 영화는 그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난해한 불경을 소설로 바꿔써 베스트셀러가 된 고은의 '화엄경'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길에 살면서 53명의 스승을 만나고,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는 어린 나그네 '선재'를 영화에서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아나서는 고아로 탈바꿈시킨 장선우감독의 '화엄경', 이야기의 기본적인 축은 불교의 종교적 환경을 바탕으로 서로 상반된 길을 걷는 두 여주인공을 내세워 고된 여정을 그리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아제아제바라아제' , “병 속의 새를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라는 한 노승이 주인공 '법운'에게 던져주는 질문의 답을 찾기위해 세상의 학문이나 어떠한 상상력으로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답을 구하러 바랑에 담아 짊어지고 바람처럼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며 부처의 뜻을 구하는 이야기인 '만다라' 등 구도의 길을 나서는 내용의 일부만이 불교와 연관이 있는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불교 영화는 불교적인 삶의 존재 방식과 구도 과정에 촛점을  맞춘 영화들 예를들면 뛰어난 작품성으로 과 흥행 양면에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았던  <만다라>와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의 작품에서는  ‘깨달음의 종교’라는 불교의 특성을 잘 표현하면서도 대중성을 얻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한국 불교영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영화들이다.

 

 어느날, 낯선땅 티벳의 이방인이 된 하인리히. 티벳의 모든 국민에게 추앙받는 종교적, 영적 지도자인 13세 어린 나이의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바뀐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에게 서방 세계의 문명을 가르쳐주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후, 험청난 정치적 격변의 시기에 처한 티벳에서 7년의 세월을 보내게 되는데. 하인리히는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을 통해 영적인 성숙을 경험하게 된다는 내용의 장 자끄 아노 감독의 영화 <티벳에서의 7년>이라는 영화에서 저자는  “불교의 이미지를 왜곡하였으며 서구인이 타자를 바라보는 오리엔털리즘 시선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주인공이 서양인이고 그들은 티베트의 불교를 수박 섵핥기식으로 체험하고 서양사회로 돌아가는데 영화속 달라이 라마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비춰지면서 서구문명을 동경하는 전형적인 미개한 동양인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 등이다.

 

또한  일반인들이 불교영화라고 확신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불교를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그 내용은 온통 기독교적인 상상력으로 채워져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 근거로 성경의 원죄모티브를 따르고 있는 스토리를 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기독교를 제재로 다룬 영화이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상당히 불교사상에 입각해 있다는 의견을 내어 놓는다.

 

1999년 발표된 매트릭스 1편은 정보화 사회로 중심이동을 하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과학 테크놀로지의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는 ‘매트릭스는 통제다’ ‘매트릭스는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허구의 가상현실이며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허구라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시스템 속에 사로잡혀 있다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전언은, ‘그럼 나는 누구인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우리들 스스로 던지게 함으로써 철학의 영역을 언급한다. 

저자는 영화에 들어있는 연기사상, 유식학, 화엄학, 여래장 사상, 선(禪) 불교의 가르침에 대한 사상의 배경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다.  책의 내용에는 각 주제별로 나뉜 글 속에서 불교의 사상을 풀어 이야기 해주는 부분도  있다.  영화에서 바라보고 있는 불교의 시각을 지적해 주고 있는것이다. 예를 들면 <만다라>는 개인 구도에 촛점을 맞춘 소승불교의 관점에서 와 <아제 아제 바라아제> 는 중생구제에 촛점을 맞춘 대승불교차원의 영화라는 점능 지적해 주는 부분이다. 
 

 책의 제목에서 불교영화에 대한부분만 다룬것으로 생각했는데 책의 내용이 꼭 불교영화로만 편협되어 있지 않아 좋았다. 어떤 부분들은 용어나 내용레서 철학적인 깊이가 깊어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저자의 견해는 다종교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종교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 사유하게 해주는 책이다.  기존 영화평론서의 기법 중심의 분석보다는 영화 속의 내용이 중심이 된 분석이 많아서 였을까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영화를 보면서 의미없이 지나쳐 버린 장면이나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알아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부분을 들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사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의 자세한 설명은 영화속에 나타나는 불교적 상징들을 찾아보고, 그것이 영화 내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게 해주어 또하나의 영화를 해석하는데 있어 재미로 느껴진 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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