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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 아마티아 센, 기아와 빈곤의 극복, 인간의 안전보장을 이야기하다
아마티아 센 지음, 원용찬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경제학자의 양심’으로 불리는 아시아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이 그 동안 세계 각지를 돌며 발표했던 글들 중 핵심이 되는 것만 엮었다. 책의 제목인 '센코노믹스'(SEN-conomics)는 바로 아마티아 센의 경제학이란 의미이다. 센의 노벨경제학상 수상도 당시로서는 주로 시장경제 분야의 보수적인 학자들에게 상을 수여하던 관행을 깬 사건이었다.
1999년 싱가포르 아시아 태평양 강연을 정리한 '빈곤을 넘어 아시아를 위한 발전전략을 모색하다'를 시작으로 총 5장으로 되어 있고 내용의 축은 '기아와 빈곤의 극복 문제' 그리고 '인간의 안전보장'에 관한 저자의 경제 사상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편안하게 서술한 강연집으로 아마티아 센 사상의 전체구조를 알기 위한 입문서라는 점이다. 경제학과 윤리학, 철학을 아우르며 기존 경제학적 관점에 인간다운 삶을 반영코자 노력했다. 어렸을 때 경험한 기근과 분쟁, 테러, 폭력 등은 ‘센코노믹스’의 사상과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그의 사상에 도움을 얻어 사회의 기본적인 복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센이 개발한 센 지수(Sen Index)라는 빈곤을 측정하는 지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널리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학자이다. 그는 불평등과 빈곤 연구의 대가, 사회선택이론 분야의 독보적 존재, 후생경제학의 거목, 그리고 경제계의 마더 테레사. 아마티아 센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무수하다. 그는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인도 현실에 주목하여 빈곤과 불평등, 기아 문제에 관한 연구, 인간의 복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학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세계적으로 전에 없이 '풍요로운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기아와 빈부격차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인도 출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은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이 발전의 중심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발전이란 인간이 향유하는 실질적 자유를 확장시키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센코노믹스의 중심은 '인간'이다. 센은 숫자 중심의 실증적 경제학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으로 하는 휴먼 경제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아와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묻고 있으며 편협하고 배타적인 문명 가르기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진정한 발전전략을 모색한다.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고 인간이 지닌 잠재능력을 개발하는 것만이 진정한 경제성장을 불러온다고 역설한다. 그는 "전반적인 경제위기도 기근과 마찬가지로 '악마가 제일 뒤처진 꼴찌부터 잡아먹는 식'으로 사회에서 최하층의 사람들부터 희생시킨다"고 지적하며 '인간의 보호를 위한 안전보장'이 자유를 위한 도구로서 중요하고 사회적 안전망의 정비가 발전 그 자체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마티아 센은 이 책에서 개인을 단순히 분배된 혜택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능동적인 행위자로 보고 논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일련의 사회적 장치들이 개인의 실질적인 자유를 충족시키고 보장하는 데 얼마나 공헌하는가 하는 일관된 관점으로 중국과 인도, 유럽과 미국 등 세계의 다양한 나라들을 검토한다. 이 책은 개인의 자유 속에 정치 참여와 경제 발전 그리고 사회진보의 능력이 어떻게 놓여 있는가라는 물음에 지표를 제시하며, 발전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센이 강조한 인간의 안전보장은 가난한 나라,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국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한국사회의 내부에도 인간의 생존과 일상생활, 그리고 존엄성을 위협하는 물질성장의 그림자가 깊숙이 드리워져 있다. 개발주의, 과도한 욕망과 무분별한 과학기술의 위험, 토건국가의 지향, 부패, 양극화, 취약한 민주화가 허울뿐인 경제대국의 삶을 형편없이 만들어가고 있다"---「옮긴이의 말」에서
우리 인간은 지금 전례 없이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 경제 성장과 부는 물론 민주정부와 정치적 자유, 인간수명 연장, 교통·통신수단의 세계화, 이런 것들이 무역, 상업, 사상과 이념의 영역에도 일어나고 있다. 반면 여전히 권리박탈과 궁핍, 억압, 빈곤, 기근과 기아, 기본권 및 정치적 자유의 침해, 여성차별, 환경악화 등이 빈곤한 나라뿐만 아니라 부유한 나라에서도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먹거리 문제에서부터 기본적인 인권 문제, 경제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민주주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상황과 맞물려 우리에게 생각해볼 문제거리를 제시하고 있어서 그간 우리에게 친숙햇던 시장경제 분야의 보수적인부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경제를 발라볼 수 있도록 한 단초를 제공한 책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