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사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싸우는 것도 열심인, 한 남자의 고독한 레이스
이 소설은 마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 듯 사건 하나하나를 추리해 나가는 철저한 오락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의 이면에는 현대사회의 속성을 잘 표현해 낸 깊은 그 무엇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존재한다.굳이 내 자신이 주관적인 느낌으로 분류해 보면  철학적인 추리 소설이 바로 <골든 슬럼버>이다.  

평범한 남자 ‘아오야기 마사하루’ 특이한 경력이라고는 택배기사 시절 아이돌스타를 강도로부터 얼떨결에 유일하게 배운 유도 기술인 밭다리후리기로 구해준 것 뿐이다. 그런 그가 총리 암살범으로 몰려그는 그 뒤로 미친 듯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사람들의 증언과 경찰의 수사와 방송국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부인할 수 없는 암살범이다. 그가 범인이 아니면 범인은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총리를 암살한 완벽한 범인으로 세상은 그를 지목한다. 총리 암살범으로 몰려 세상은 그를 쫓고 있었다. 마치 세상은 사냥대회라도 열린 듯 아오야기를 향한 질주는 계속 되었다. 모리타의 말이 맞았다. 도망쳐야 살수 있다. 머릿속이 아니라 모리타가 그의 몸 안으로 들어와 부르 짖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도망치라지만, 도망칠 곳이 없었다.

국가권력이 우리를 감시하고, 거대 매스미디어가 어떻게 드러나는 현상을 조작하여 진실을 왜곡하는지, 어떻게 거짓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문득 미셀 푸코 가 이야기했던 원형감옥의 감시체제가 떠오른다. 

푸코는 규율 사회의 총체적 감시 체계를 상징하는 예를 든다. 그는 감시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메커니즘의 예로 벤담에 의해 고안된 원형 감옥을 든다. 이것은 한가운데 감시탑이 높이 솟아 있고 그 주위에 원형으로 감방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감시탑에 있는 감시원은 죄수들을 항상 감시할 수 있지만 죄수들은 그 감시원을 볼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것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권력'을 형태화한 것이다. 중앙탑에서 감시자의 눈길은 항상 죄수를 감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구조에서는 실제로 중앙탑의 감시자가 없는 경우에도 죄수들은 감시받는다고 여긴다. 즉 원형 감옥 자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체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 수감자는 끊임없이 감시하는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결국 그는 스스로 권력의 요구에 따르고 규율에 복종한다. 그는 감시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이야기다.


푸코는 이러한 원형 감옥의 구조가 현대 사회에서 일반화되어 있다고 본다. 감시, 규율 메커니즘은 주변적이고 예외적인 개인들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공장, 학교, 병원, 군대로, 즉 사회 전체로 확대되고 침투된다. 과거 권력의 중심이던 군주의 모습은 이제 원형 감옥의 중앙탑으로 대체되고, 사회경제가 발달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하고 기계가 발달 할수록 우리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사생활 침해를 하고 있다.거리와 건물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사회공익적으로 설치하였다는 CCTV를 통한 개인의 행동에 대한 무의식적인 감시가 그렇다. 개인들은 공개적인 처형장에서 고문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원형 감옥의 감시 대상이 된다. 그들은 고립되고 개인화되어, 감시받고 통제받고 조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감시는 개인들을 드러내지만 권력을 보이지 않게 한다.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개인의 부활과 인간성의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 현대 권력의 작동 방식인 원형감옥에 정확히 대비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현대의 대중속에서 언제라도 고립될 수 있는 개인의 삶이 존재하는한 우리들 모두 잠재적인 한사람의 '아오야기 마사하루’ 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추격하는 남자.....아오야기 마사하루. 누명을 쓰고 도망다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더 스릴이 느껴진다. 양자를 응원하는 인간의 본성이랄까? 잡히면 안돼!하는 응원으로 본이이 책속에서 쫓기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철저한 오락소설의 외연을 띠면서도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진지함과 날카로움을 잃지 않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대작이다.

이 책을 한 남자의 고독한 도주와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혼자라는 사실에 절망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뭐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해, 사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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