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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다. 20세기의 생명과학이 도달한 답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1953년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겨우 천 단어(한 쪽 정도)의 짧은 논문이 게재되었다. 그 논문에는 DNA가 서로 역방향으로 꼬인 두 개의 리본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모델이 실려있었다. 생명의 신비는 이중나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현대과학에서 가장 눈부신 성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가장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자생물학의 세계를 과학적 사유와 문학적 감성으로 풀어낸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맛갈스럽게 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노구치 히데요’는 23년간 록펠러대학에서 연구에 매진하며 매독, 소아마비, 광견병과 황열병에 대한 놀랄 만한 연구 성과를 거뒀다. 한때는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면서 파스퇴르나 코흐의 뒤를 잇는 슈퍼스타, 병원체의 헌터라는 명성을 날렸던 세계적인 과학자였다. 록펠러대학, 하버드대학에서 연구생활을 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생명과학의 숨 가쁜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과학사의 그늘에서 묵묵히 연구에 매진한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추어내는 한편, 생물을 무생물과 구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명관의 변천과 함께 고찰해나간다.
DNA 구조가 밝혀짐으로 이를 응용한 각종 유전병과 불치병 치료제 개발 등 의학분야의 성과나, 병충해에 강한 농작물과 유독성 폐기물을 먹고 사는 미생물 개발, 나아가 자신의 체세포로 장기를 복제해 아무런 부작용없이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생명공학의 순기능에 대해선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제레니 니프칸의 저서 '바이오테크 시대'에 서 언급하고 있듯이 문제는 인간의 이기심과 상업적 목적이 생명공학 기술과 얽혔을 때의 결과다 오늘날의 생명공학자들은 특허를 받기 위해서 특이한 동식물의 유전자형을 미리 확보하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이를 치료법을 [특허]란 이름으로 약탈하고 있어 분쟁도 벌어진다. 또 생명공학자들은 스스로의 업적에 도취해 완벽한 유전자형을 찾아내려는 창조주의 유혹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염소와 양의 유전자를 섞는 실험까지 겹치다 보면 앞으론 지금의 생물 종의 구분도 무색해 질 것이며, 생물의 정의와 존재의미까지도 혼란에 빠져들 것을 예측해 볼 수 있겠다. 유전자를 조작한 유전자변이농산물등이 향후 인류의 건강에 커다란 위협을 가할 수 도 있을것이다.
몇년전 우리나라에서는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를 둘러싼 커다란 스캔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생명과학 분야의 새로운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과학 분야에서 발전은 수많은 ‘이름없는 영웅’(unsung hero)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이야기 하는 이 책을 통해 어렵게만 생각되던 분자생물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관해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