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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가장 속물적인 돈 이야기
석영중 지음 / 예담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도스토예프스키의 돈을 위해 펜을 들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7작품을 분석하고 있다. 그의 문학 작품과 돈과 결부되어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인생의 또 다른면을 엿볼 수 있었다. 대문호의 문학세계를 돈을 통해 재해석해 주고 있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 이 책을 보기전까지는 그저 대문호의 고전 작품을 문학작품으로서 깊은 철학을 찾느라 고뇌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방대한 분량이 주는 압박감과 그 시대배경에 대한 이해의 부족도 원인이 있었겠지만 현대적의미로 해석해 보았던 부분은 거의 전무했었다. 저자는 도스토예프스키작품에서 우리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계인 돈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현대작품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인간의 삶은 시대를 초월해 공통적인 부분이 많을것이다. 단지 그 시대의 상황과 시대적 배경의 차이가 존재할 뿐 그 깊은 기저의 바탕은 삶이 비슷하다는걸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도스토예프스키작품들에 대한 글들이었다.
돈은 시간이다
카드 빚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사회문제로 부상한 지도 꽤 되었다. 카드 빚 자살은 돈은 시간이다라는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살자는 돈을 당겨쓰고 생명의 시간을 스스로 마감한다. 당겨쓴 돈은 당겨쓴 시간인 셈이다.(175쪽)
카드빚 때문에 멍든 사회가 되고 있다. 카드빚 때문에 ‘나가요’가 되려는 여성부터 자살하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가 심심챦게 들려오고 있다. 카드빚으로 인해 서민의 꿈과 희망이 짖밟혀지고 있는 세상이다. 서민들에게 은행문턱은 더욱 높아져 가고 이에 비례하여 고리대금업자들이 더 활개치고 불법적인 추심을 일삼고 있는 이 사회는 더욱 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힘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은 행복의 척도가 아니지만 돈의 부재 역시 행복 의 척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토스토예프스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한한 연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미화하지는 않았다. 도덕덕으로 더 우월하거나 정신적으로 더 고상한 인물로 그리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큰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범죄에 관하여>
모든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눠진다. 평범한 사람들은 순종하며 살아야만 하고, 법률을 어길 권리를 지니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비범한 사람들은 모두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하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다. 이는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이다.
노파의 돈으로 이루어지고 고쳐질 수 있는 수백, 수천 가지의 선한 사업과 계획들이 있단 말이야! 어쩌면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도 있고, 수십 가정들이 극빈과 분열, 파멸, 타락, 성병 치료원으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도 있어. 이 모든 일들이 노파의 돈으로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빼앗은 돈의 도움을 받아 훗날 전인류와 공공의 사업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는다면....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을 잘 이해했고, 돈을 읽었고, 절실히 아주 절실히 돈을 필요로 했지만, 돈을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오로지 돈을 필요로만 했지, 원하지도 사랑하지도 아끼지도 않았다. 그러니 던이 그에게 친절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가장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도스토예프스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아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드미트리처럼 수난을 거치는 가운데 거의 황홀경에 가까운 구원을 체험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저자의 에필로그 中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느 모로 보나 진짜 도박꾼이었다.
진짜 도박꾼은 어느 위험도 감수하는 맹목적인 몰입을 보여준다. 뒤틀린 환상 속에서 당장 밥 먹을 돈,집에 돌아갈 차비까지 베팅하는 그의 모습에는 심지어 낭만적인 면모마저 느껴진다. 대부분의 '꾼'들이 어느 단계에서 그러하듯 그도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다.(126~127쪽)
'바덴바덴에서 보낸 여름'
이 책을 읽은 독자에게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와 불운한 작가 치프킨의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즐거운 접근을 위한 소설적 만남을 그린 '바덴바덴에서 보낸 여름'을 권해주고 싶다. 이 소설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가장 어둡고 우울한 시기로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고통과 절망의 꾐에 빠져, 도박으로 임신 중인 젊은 아내의 패물들을 날리기까지 하며 도박에 몰입해 있었던 시기였다. 치프킨은 그들의 여정을 따르며 과거의 기억을 불러내 당시 도스토예프스키가 느꼈을 좌절을 새롭게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