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유산
이명인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작품마다 새로운 소재와 주제 의식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이명인님의 신작소설 ‘은밀한 유산’을 읽었다. 어떤 평론가는 작가 이명인의 일관되게 공통된 주제나 소재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지난 시절 아버지들의 가부장적 권위와 애틋함과, 제주의 설화를 배경으로 이복남매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연극판 사람들의 애환과 배회가 담긴 장편을 내기도 했다. 그중에 내가 접한 그의 소설은 공교롭게도 아버지' 또는 '가족'을 주제로 한 소설이었다. '아버지의 우산'도 그랬고 이번 ‘은밀한 유산’ 역시 두 가정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아버지의 우산'은 아버지와 자식이 세대간 갈등을 그리면서 결국은 평온한 가족을 꾸려간다는 결론과 한집안의 오랜 세월에 걸친 가정사 속에서의 감성적인 아버지의 모습에 대한 묘사와 동시에 이성적인 이야기의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은밀한 유산’은 당대가 아닌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4대에 걸쳐 얽힌 두 집안의 숙명적인 인연을 소재로 족보'의 실체에 대한 의문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옛날부터 중요한 신분의 표딱지의 기준이 되어왔던 가문, 혈통 등이 어떤 가치를 내포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차별의 잣대가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 족보와 혈통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해준 작품이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뿌리깊게 박힌 전통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혈통 즉 족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순종주의에 입각한 핏줄에 대한 집착이 유별나다. 족보라는것의 태생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고대 중국의 왕족들이 가문의 우월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혈통을 보존하기 위한 욕구로부터 탄생되었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러한 생각들이 씨족사회 전반에 파급되어 족보가 일반화 된 분의 기록을 담은 족보를 소재로 현재도 족보는 아니지만 개인의 신분이라는것이 경제력이라는 잣대로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써 엄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양반과 상민이라는 신분 계급이 있던 옛날에는 그것이 사람을 가르는 잣대가 되었지만 시대가 바뀌어 양반 상민이 없어진 현재에도 강남사는사람, 강북사는 사람과 같이 경제력이나 권력이 또 다른 잣대가 되어 계급을 나누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현실을 살면서 우리는 신분상승을 위하여 오늘도 발버둥치고 있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는것 같다.

“나라가 망해도 양반은 망하지 않았느니라. 가문의 영광을 후광으로 삼은 너는 이제 세상의 중심이 되었느니라.".(본문중에서)

" 조상의 일도 아니고, 바로 윗대, 윗대의 일입니다. 바로 잡아야지요.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됩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뿌리를 무시하면 됩니다." 필준은 자신이 이만한 사업체를 꾸리지 않아도 이들이 이렇게 들이닥쳤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필준은 나름대로 건실한 중견 건설 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 인섭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지만, 필준도 다부지게 키웠다. 다른 기업체와 달리 부채 비율이 높지 않았다. 가풍이었다. 할아버지 찬우는 정미소로 돈을 벌면서 현금과 부동산을 적정한 비율로 나누어 가지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사업을 건설업으로 바꾼 것은 아버지 인섭이었다. 박정희 건설붐을 타고 중동까지 진출해서 기반을 다졌다.(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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