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 대해 글을 쓰려면 현명하기도 해야 한다. 한편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는 그만하지!" 라는 경고를 통과할 묘책을 찾아내야 하고, 개인의 구구절절한 사연들로 가득한 여성지 특유의 수다의 향연의 늪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특히나 사회과학은 개인에 대한 언급을피하려 한다. 개인을 공적 의제로 삼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강해 질수록, 방송국에 소소한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공적 세계에서 개인이 무존재가 될수록, 사람들은 집요하리만큼 사적인 개인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개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공적세계와 개인이 과잉으로 넘치는 사적 생활이라는 양 극단 사이에서 처량하게도 진자운동을 한다.
-21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갤러리에 들어온 걸인이
머핀 하나와 방울토마토 한 움큼을 가방에 쑤셔넣는다
손에는 김밥 서너 개를 쥐고
사람이 드문 쪽으로 간다

민트색 나무 그림을 마주하고
김밥을 우물거리다가
우물거리지 않는다.

두 개째 김밥을 입에 넣은 그가 나가고
그림을 그린 작가는 그가 있던 자리로 가서
자신의 그림을 본다.

-‘머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는 그의 친구나 처를 보면 그 됨됨이를 알 수 있다. 여자를 보면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알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남자를 보면 여자의 인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남녀를 관찰하고도 그들 사이에 은밀하고 미묘한 연관성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가장 깊은 행복은 반드시 가장 깊은 화합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195p

쿠르베는 자기가 싫어하던 방돔 광장 탑의 파괴에 일조했다는 사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이에 더하여 파리농성과 코뮌 당시 자신이 많은 국보의 손실을 막았다고 당국에 하소연했으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1871년에 이르렀을 무렵에도그는 자기가 다음 정부의 얼마나 완벽한 표적이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카리스마 있는 유명 인사, 기존 제도에 대항하는 전문 선동가, 사회주의자, 성직자의 정치 개입 반대자, 파리 코뮌 대의원, 미술의 독립을 정치 신조로 세운 사람, 나폴레옹 3세에 대해 "그는 내게 부당한 형벌이다"라는 글을 쓸 수 있었던 사람, 1871년 4월 파리의 미술가들에게 보낸 글을 "구세계와 그 외교여 안녕"이라는 말로 끝맺은 사람 그러니 그 "구세계"가 다시 집권했을 때 본보기로 희생시키기에 그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어디 있었겠는가? 정부가 공공의 질서를 이유로 개인을 괴롭히기로 작정하는 경우, 보통 돈과 조직에서 이점이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간이라는 면에서 이만저만 유리한 게 아니다. 개인은 지치고 낙담하고, 재능이 짓눌린다는생각, 남은 인생이 길지 않다는 생각에 빠진다. 반면 정부는 잘 지치지 않을뿐더러 스스로 영원하리라 생각한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프랑스 정부는 전쟁 특히 내란-이 끝나고 나면 좀처럼 용서할 줄을 모른다.
-99~10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 물론 나는 애도의 과정에서 신을 저주하게 된 것뿐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신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신을 사랑한 적도 없고 신을 증오한 적도 없으며 그런 존재가 있건 없건 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임 개발자는 게임을 개발했을 뿐인데, 게임을 하면서 굳이 개발자를 사랑하거나 증오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낙천성 연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름길은 가짜다. 최후의 심판도 가짜고 대혁명도 가짜다. 성급한 독서는 모두 가짜다. 니체는 정직한 혁명만을 믿었다. 30년 동안 병이 들었다면 30년을 치료에 쓸 생각을 하라. 초조해서 발을 구르는 자는 죄를 짓는다. 조급해하는 이로부터 눈을 빼앗고 영혼을 빼앗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때는 꼭 와야만 하는 때에 오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 와도 좋은 때에 온다. 다만 당신이 천천히 걷기를, 혁명이란 빠른 걸음이 아니라 대담하고 단호한 걸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