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모어의 부인할 수 없는 평범함에는 영감을 주는 무언가가있다. 아일랜드 마운트라스Mountrath의 유명한 소망나무는 오래된시커모어다. 이 나무의 갈라지고 제멋대로 금이 간 몸통에는 남모를 희망과 소망을 품은 방문객들이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여러 해 동안 사람들이 소원을 빌러 와서 동전과 못을 때려박은 바람에 결국 나무는 은빛 비늘로 뒤덮인 늙은 드래곤처럼 빛나게 되었다. 소망을 털어놓아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은 모든 이의 소망을 짊어진 채 말이다. 불행하게도 그 모든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나무는 죽고 말았다. 히니는 어머니를 위해 쓴 감동적인 비가에서어머니를 죽은 소망나무로 상상한다. 그러나 늙은 소망나무는 절망을 전달하는 대신에 돌연 하늘로 날아올라 모든 못과 동전을 벗어버리며 행복과 위안이 가득한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힌다. 시커모어는 ‘길을 막는 초록 물건‘에 그치지 않고 기쁨의 눈물을 끌어낼 수 있는 나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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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울창하고 키 큰 나무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무언가가 있긴 하다. 호리호리한 어린 사이프러스 묘목은 빠르게 몸집을불리며 어떤 풍경이든 장악한다. 말없이 풍경을 잠식하면서 우리의자의식을 위협하는 듯하다. 사이프러스는 우리가 꾸는 가장 불안한꿈의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해할 수 없게, 조금은 불길하게. 식탁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목가적 이상향에 드리운 어둠으로, 정원의 아늑한 공기를 뚫고 울리는 음산한 음으로, 강한 향을 풍기는 영원한 수행원으로 그들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한 두려움, 어렴풋이 알지만 감히 인정하지못하는 것들의 형상을 한 채 서 있다. 우리의 그 모든 불안 속에서도이 키 크고 흔들림 없는 침엽수들은 말없이 서 있다. 우리의 끔찍한불안을 투사하면서도 대체로 무심하게.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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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곳의 정신분석가들은 가망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들이 삶의 흐름 속으로 되돌려놓는 사람, 그들의 표현을 쓰자면 적응시키는 사람이 한 명이라면, 무기력해지는 사람은 10여명이나 된다. 우리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정신분석가를 만들어낸다 해도 세상에는 항상 정신분석가가 부족할 것이다. 수백 년에 걸친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데는 짧은 전쟁 하나로 충분하다.
물론 수술법은 새로이 발전하겠지만, 그런 발전이 어디에 소용이있을지는 쉽게 알 수 없다. 우리의 생활 방식 전체를 바꿔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더 좋은 수술 장비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이다. 만약 모든 외과 의사, 정신분석가, 의사가 일에서 손을 떼고 에피다우로스의 원형극장에 모여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만약그들이 인류 전체가 당면한 강렬한 욕구를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논의할 수 있다면, 만장일치로 신속하게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혁명‘이라는 답을. 모든 나라, 모든 계급, 모든의식 영역에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 세계적인 혁명이 필요하다. 싸움의 상대는 질병이 아니다. 질병은 부산물일 뿐이다. 인간의 적은 세균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다. 우리가 품고 있는 자만, 편견, 어리석음, 오만이다. 그 어떤 계급도 안전하지 않고, 어떤 제도도 만병통치약을 갖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것이 아닌 삶의 방식에 맞서 일어서야 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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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의 사장이 되기보다는, 누더기를 입고 다니며 내년에 거둬들일 옥수수를 고대하는 삶일지라도 양심이 깨끗한 살인자가 되고 싶다. 이 가엾은 그리스인처럼 온화하고 빛나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물 기업인은 없다. 물론 이것만은 기억해야 한다. 그 그리스인이 죽인 사람은 딱 한 명뿐이고 그것도 정당한 분노에서 우러나온 행동인 반면, 미국의 기업인은 매일 잠결에 수천 명의 무고한 남녀노소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 여기서는 아무도 양심이 깨끗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서로 얽혀 있는 거대한 살인 기계의 일부다. 거기서는 설사 개처럼 사는 살인자라 해도 고귀한 성자처럼 보일 수 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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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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