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시간은 동시에 섞여서 흐른다. 모든생명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수렴한다. 따라서죽음은 삶에서 분리하거나 지울 수 없다. 죽음을 지우거나잊어버리려고 한다면, 삶이 주는 한정적인 기회도 같이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유한한 생의 시간 속에서매순간 즐거울 기회뿐 아니라,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 P160
48 Lydia Flem, Comment j‘ai vidé la maison de mes parents, Seuil, 2004, p. 50: "사물들은단순히 사물들이 아니다. 인간의 흔적을 갖고 있어 우릴 확장한다. [..] 각각 역사와의미를 갖고 있고, 그 사물들을 사용했거나 사랑했던 자의 역사와 의미와 얽혀 있다.그 사물들은, 함께, 물건들을, 사람들을 형성한다. 고통 없이 해체될 수 없는 일종의단위체다." - P74
가끔 부재를 잘 견디어낼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된다. ‘소중한 이‘의 떠남을 감수하는 ‘모든사람‘의 대열에 끼게 되는 것이다. 일찍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있도록 훈련된 그 길들이기에 나는 능숙하게 복종한다.그러나 처음에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던(거의 미칠 지경이었던) 그 길들이기에, 나는 젖을 잘 뗀 주체처럼 행동한다. 어머니의 젖가슴이 아닌 다른 것으로 그동안 양분을 취할줄도 안다.이 잘 견디어낸 부재, 그것은 망각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아니다. 나는 간헐적으로 불충실한 것이다. 그것은 내가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망각하지 않는다면 죽을 것이기에. 가끔 망각하지 않는 연인은 지나침, 피로, 기억의 긴장으로 죽어간다(베르테르처럼).(어렸을 때 난 잊어버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일하러 간 그 기나긴 버려진 나날들을, 저녁마다 어머니를 마중하러 세브르-바빌론 버스 정류장에 나가곤 했다. 버스는 여러 대 지나갔지만 그 어느 곳에도 어머니는 없었다.) - P32
지름길은 가짜다.최후의 심판도 가짜고 대혁명도 가짜다.성급한 독서는 모두 가짜다.니체는 정직한 혁명만을 믿었다.30년 동안 병이 들었다면 30년을 치료에 쓸 생각을 하라.초조해서 발을 구르는 자는 죄를 짓는다.조급해하는 이로부터 눈을 빼앗고 영혼을 빼앗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때는 꼭 와야만 하는 때에 오지 않는다.그것은 언제 와도 좋은 때에 온다.다만 당신이 천천히 걷기를. 혁명이란 빠른 걸음이 아니라 대담하고 단호한 걸음이다. - P83
자궁을 의미하는 ‘매트릭스(matrix)‘라는 라틴어 단어는 인간 세계에서는 어머니, 동물 세계에서는 암컷의 생명 창조 능력을 나타낸다. 이어원에서 비롯해 은유적으로 확장된 매트릭스는 여성의 자궁이나 거푸집과 같은 구체적인 사물이든, 아이디어 같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것이든 무언가가 생성, 발전하는 장소나 환경을 지칭한다.매트릭스는 또한 1999년 개봉해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SF영화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 속 매트릭스는 기계가 만들고통제하는 가상 세계이자 기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 실제라고 믿는 세계를 의미한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매트릭스 은유는 주체적 정체성의 형성, 특히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젠더 개념을 규제하는 2진법적 체계인 ‘이성애 매트릭 - 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