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울창하고 키 큰 나무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무언가가 있긴 하다. 호리호리한 어린 사이프러스 묘목은 빠르게 몸집을불리며 어떤 풍경이든 장악한다. 말없이 풍경을 잠식하면서 우리의자의식을 위협하는 듯하다. 사이프러스는 우리가 꾸는 가장 불안한꿈의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해할 수 없게, 조금은 불길하게. 식탁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목가적 이상향에 드리운 어둠으로, 정원의 아늑한 공기를 뚫고 울리는 음산한 음으로, 강한 향을 풍기는 영원한 수행원으로 그들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한 두려움, 어렴풋이 알지만 감히 인정하지못하는 것들의 형상을 한 채 서 있다. 우리의 그 모든 불안 속에서도이 키 크고 흔들림 없는 침엽수들은 말없이 서 있다. 우리의 끔찍한불안을 투사하면서도 대체로 무심하게.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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