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늑대의 파수꾼 - 제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2
김은진 지음 / 창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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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순전히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가신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 데 (솔직히 마음이 아프고 절대 잊어서는 안되겠지만 많이 다뤄 조금 식상해질 수도 있고 읽기가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열 여섯, 존재감이 없으며 빵셔틀도 소리없이 하는 햇귀가 봉사활동을 하러 자신을 괴롭히는 태후와 함께 수인의 집으로 가는 데 그 곳의 벽장 안에 있던 회중시계로 인해 수인이 살았던 쇼와 15년이자 1940년 경성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수인의 아버지가 일본 순사의 꾀에 넘어가 밀주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징역을 살고 아버지를 빨리 징역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후지모토의 식모살이를 자청하게 된 수인은 강제로 3년동 안이나 월급도 없이 해야한다는 사실에 억울해하지만 딸인 하루코와 친해지게 됩니다. 한편 햇귀는 봉사활동하는 수인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빵집에서 자신을 알아봐주는 일본어로 꿈이라는 뜻의 유메를 만나게 되고 유메의 할머니가 하루코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회중시계로 시간여행하는 것을 유메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태후가 햇귀의 아이디로 위안부할머니에 대한 나쁜 글을 쓰고 햇귀에게 뒤집어씌우는 등 햇귀에게 시련을 주고 수인이라도 위안부를 하지 않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햇귀의 바램대로 될 지 걱정을 했는 데 다 읽어보니 스포일러지만 절반의 성공이더군요. 과거를 바꾸면 당연히 미래도 바뀌는 데, 그게 햇귀의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서 아쉽더군요. 어쨋든 우리의 아픈 과거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책입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제 머리 속에 남는 글이 있는 데
「타인의 시간을 빼앗은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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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a 2016-05-0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을 많이하게 해 주는 글귀네뇨.
 
자기 개발의 정석 오늘의 젊은 작가 10
임성순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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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순전히 [자기 개발의 정석] 이라 생각했을때 단순히 자기 개발하는 그러니까 자신의 스펙이나 경험등을 쌓기 위한 여러가지의 활동 같은 것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면서 이야기가 진행될 줄 알았는 데 마흔여섯의 사오정을 가까스로 넘긴 아내와 딸을 캐나다로 어학연수 보낸 기러기아빠 이부장이 만성 전립선염 제 3형에 해당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전립선마시지를 하는 흰색의 기생충같은 모양에 그리스신화에서나 어울릴 법한 아네로스라는 기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처음엔 불결하고 민망하며 꼭꼭 숨겨둬야 할 정도로 창피했으나 아네로스의 머리가 이부장의 몸속으로 들어오면서 생전 느껴보지도 못한 쾌감(오르가슴)을 느끼게 되고 이제는 퇴근하면 바로 집에서 아네로스로 자신 만의 은밀한 시간을 가지는 것을 기다리고 그 것들을 사용하는 모임에도 용기를 내어 가게 되었으나 이른바 네트워크 마케팅 = 다단계를 강요당하고 심지어 그 모임에서 빠져나오자 정체모를 10대 여드름투성 남자애에게 변태소리 들으며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10대 남학생은 그 모임에서 아네크라라는 기구와 책을 구매를 하였으며 그 남학생이 자신이 갔던 모임의 정체를 이야기할까봐 속전속결로 합의하고 집에 돌아와 자신만의 은밀한 시간을 갖게되지만 혼자 한국에 있는 남편이 항우울제를 의사에게서 처방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가 딸의 학기가 끝나는 것을 기다려 한국에 그 것도 이부장이 사는 오피스텔로 딸과 함께 이부장에겐 말하지 않고 가게 됩니다. 경장편이라 금방 읽었습니다. 자기개발이라고 해서 무슨 거창한 것인줄 알았는 데 씁쓸하네요. 그런데 이런 것 또한 자기개발이겠지요. 과연 이부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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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홀리
양헌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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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홀리]라는 나무가 있는 줄은 13년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하신 양헌석작가님(처음에는 작가님 성함보고 살짝 놀랐어요. YGEnt의 수장이신 양현석사장님이 소설쓰신 줄 알았어요.)의 신작 [아메리칸 홀리]에서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호랑가시나무는 들어봤지만 미국에서 자라나는 호랑가시나무가 아메리칸 홀리라고 부른다는 것도 크리스마스쯤때면 실제로 본 적은 없는 데 항상 크리스마스카드장식에 그려놓는 나뭇잎이 아메리칸 홀리라는 것을 몰랐어요. 이젠 알아도 그릴 일도 아메리칸 홀리가 그려진 크리스마스카드도 보낼 일이 없겠지만.
미국의 도시 뉴욕, 신문사의 이국장이 살고 있는 플러싱(얼마 전에 읽었던 문지혁 작가님의 [P의 도시]에서도 등장했던 바 있습니다.)이라는 제겐 너무 먼 나라의 도시처럼 느껴지는 곳에 험난한 이민사회에서 잘나가던 매력적인 뉴요커 이국장에 정체모를 괴한에게 이유도 없이 아킬레스건이 절단되고 성기까지 절단될 뻔한 이른 바 테러를 당하게 되어 그의 삶이 뒤바뀌고 몰락하게 되자 자신에게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자를 찾아내어 복수를 하게 되는 데 정말 무서웠어요. 정신과에 찾아가 교포출신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부하직원들이 자신에게 준사이코패스라고 험담하는 것을 들었다고 고백하는 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영원한 아군이 없는 이 곳에서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존재를 스스럼없이 바닥으로 밀어내고 그 것도 모자라 존재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모습과 감정표현을 억지로 꾸며내는 모습을 보며 정말 격리시켜야 할 존재는 바로 이국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옥에 있는 경쟁자가 나오게 되는 데 내 안에 완전히 자리잡은 악마가 꿈틀거리는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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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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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개와 늑대의 시간]은 제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1982년 우순경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황순경으로 나오는 데 아버지가 순경이었고 명사수였던 것을 그대로 물려받아 순경이 되었고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물을 명중시켜 한 방에 죽게 만들 정도로 명사수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데 갑자기 돌변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55명이나 죽였다(사실 56명인데 11살 야구선수가 꿈이자 거제리 롯데제과공장에 롯데 자이언츠 어린이회원에 내일 가입하기위해 롯데칠성사이다와 각종 주전부리를 챙긴 (지금도 있습니다.)고동배는 황순경이 가지고 있던 수류탄을 던졌으나 자신에게로 돌아와 터져 그만 죽게 되었죠)는 것이 미친 게 아닐까, 혹은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황순경이 무서웠어요. (그리고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며 죽인 사람들에게 총으로 쏴 죽일 정도의 악감정도 없었다는 것이 더 무서웠어요.)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미국 아이오와에 사는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아들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돌아오지 않은 수잔에게 펜팔을 보내던 지금은 사라진 직업인 궁지우체국 전화교환원 손영희(22세, 여)와 평생 사랑받지 못했던 세번째 사랑이던 황순경의 아내인 미용실에서 일하던 손미자(24세, 여)가 황순경의 총에 희생된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물론 11살의 나이로 야구선수의 꿈을 강제로 접어야만 했던 고동배도 마음이 아프네요. 그런데 황순경 아니, 실제 우순경은 어떻게 되었는 지가 궁금하네요. 초록색 검색창에 나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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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를 베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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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작가님의 작품들은 대체로 큰사건들이 없고 소소한 웃음을 주는 데 2009년에 도서관에서 빌려본 [감기]나 2012년 초에 읽은 [웃는 동안], 제겐 별 감흥이 없던 장편 [구경꾼들]이 그랬었고 이번에 출간된 6번째 소설집인 [베개를 베다] 역시 우리 일상을 다루면서 소소한 웃음까지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웃는 동안]을 읽고 나서 윤성희작가님의 소설을 읽어본 것이 없어서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없고 굵직한 줄거리가 아니어서 조금 실없어보이는 느낌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구경꾼들]을 읽긴 했지만 내용이 생각이 잘 안나고 느낌을 정리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고모가 운동화 한 짝을 줍다가 담벼락이 무너져 일주일째 병원신세(가볍게 하는 말)를 지고 있고 전선에 앉은 새들을 찍어 「학교종이 땡땡땡」계이름에 맞춰서 엄마에게 선물하는 딸(못생겼다고 말해줘 : 그런데 왜 제목이 못생겼다고 말해줘인지 생각을 해봤는 데 잘 모르겠어요.), 슬리퍼만 신고 다니는 남자친구와 연애한 누나가 외국에 사는 남동생에게 새벽마다 전화를 걸고(날씨 이야기) 필리핀에 어학연수하러 가는 전부인이 전남편에게 집을 부탁(베개를 베다)하고 감기에 한번도 안걸린 남자가 감기에 걸려 하루 쉬게 되었는 데 이틀을 쉬게 되고 화물트럭의 틈에서 쉬고 있던 할머니의 텃밭을 가꾸는 일을 하는 등 특별하지는 않지만 편안해지는 단편들을 읽으니 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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