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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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방콕]에 이은 김기창작가님의 세번째 ‘지명‘ 장편소설 [마산]이 출간되어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부산‘에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현재도 ‘부산‘에서 살고 있기에 [마산]과는 최근에 창원에 갈 일이 있었는 데 집으로 가기 위해 창원에서 버스를 탔으나 반대방향으로 타서 국립 3.15 민주묘지를 지나 마산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간 것이 마산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연고가 없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는 데 1974년 동미와 IMF가 터지고 난 1999년의 준구, 그리고 코로나 펜데믹이 한창인 2021년의 은재와 태웅이 등장하고 이 걸 동미의 의붓동생인 찬수(찰스)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배경인 마산을 제가 사는 부산이나 다른 지역으로 바꿔서 읽어도 무방할정도로 마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주된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작가님이 말씀하신대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많이 사랑하기란 어렵다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드는 데 서울 다음으로 제2의 도시라고 부르던 항구 도시인 부산에서도 공장이나 대형마트나 복합건물들이 사라져 젊은 사람들은 떠나고 그 자리에 아파트나 주상복합주거건물만 무진장하게 세우고 노인들만 남아있는 데 하물며 다른 지역은 어떨지 상상도 하기 힘든데 진해와 함께 창원으로 합쳐져 정식 지명조차 사라져버린 마산은 어떨까요?
일찍이 산업화되어 많은 젊은 이들이 마산으로 찾아와 공장에서 마감에 맞춰 밤낮없이 일하고 피곤할때 타이밍을 먹으며(김하율작가님의 [이 별이 마음에 들어]에서도 등장하는 약인데 실제로 있었는 줄은 모르고 있다가 검색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남용하며 부작용이 생기자 단종되다가 다시 부활했더군요.)하루하루를 그저 견뎌내던 1974년의 동미와 IMF여파로 망하지 않은 곳을 손꼽을 정도로 불황일때 군에서 제대해 자신을 맞이한 사람은 빚쟁이들을 피해 중국으로 도망친 부모가 아닌 한때 아버지 밑에서 일하였으나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주다 돈을 받지 못하고 엄청난 빚을 지게 된 명길이 아저씨뿐이었던 1999년의 준구,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거리두기가 시행되어 자연스레 손님이 줄어든 광남호텔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돕고 있으며 고향인 마산을 벗어나기 싫은 둘째 딸 은재와 이직을 한 곳에서 갑작스럽게 지게차를 몰게 된 2021년의 태웅 이야기를 초반에 읽을 때는 단순하게 동미와 석호의 아들이 준구이고 그 준구와 레나의 딸이 은재일 것이라고 생각했는 데 다 읽었을 때는 뭐랄까 이렇게 이어질 수가 있구나, 하긴 제 예상대로라면 너무 상투적이었을 것 같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런데 1999년 준구 파트 중 214쪽 ‘올해가 부마항쟁 20주년인데, 시간이 촉박하지만 늦어도 겨울엔 무대에 올릴 작정이에요. 30주년인 2019년에는 지역 대학 연극 동아리 친구들과 합동 공연도 추진할 예정이고.‘ 에서 부마항쟁은 1979년에 일어났고 그로부터 20주년이 1999년이니까, 30주년이면 2009년이 맞을텐데 그리고 2019년에 은재와 태웅이 부마항쟁관련 연극 무대 오디션에 참가했다 보기 좋게 떨어졌다는 내용이 등장하고 그러고보니 그 부분인 94쪽에도 부마항쟁 30주년 기념 연극이라고 표현되어 있네요.
아무튼 ‘마산‘이라는 지역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의미있는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김기창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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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퐁
이유리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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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저는 제가 일하는 곳에서 가격표를 뽑기 위해 프린터를 사용할때면 이상하게 이유리작가님의 첫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를 읽었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가격표 종이의 새겨진 점선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는 데 사장님이 출력하시면 멀쩡하게 되는 것을 보고 이 기계가 사람을 가리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품었죠. 그 때 이유리작가님의 작품을 읽고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날 수가 있었죠. 그래서 영수증 감열지를 이용하여 가격표를 인쇄하는 방법이 도입되어 인쇄했으나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투명해지다 못해 증발하기에 주기적으로 새로 뽑아 교체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 데 지금은 A4용지에 점선 추가 기능을 사용하여 출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뷰를 쓰면서 당시에 저를 또 괴롭히던 쥐새끼 무리들이 있었는 데 철물점에서 사온 끈끈이 쥐덫까지 설치했으나 별효과가 없어 결국 대기업의 힘을 빌리기 되었는 데 빌리자마자 감쪽 같이 증발하여 현재까지 출현없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와중에 이유리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비눗방울 퐁]을 읽었습니다.
첫 소설집의 기발했던 설정들이 이번 소설집에서도 남겨질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모습으로 남길 수 있는 크로노싱(크로노스), 이별의 아픔에서 깨끗이 벗어나기 위해 선택하는 감정전이(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지독했던 인연을 독하지만 진한 담금주(담금주의 맛)를 온몸으로 농축하거나 달리기를 하다 다친 무릎에 들어간 외계 생명체(달리는 무릎)와 비눗방울처럼 희미해지다 퐁하고 사라질 수 있는 비눗방울이 되는 약(비눗방울 퐁)같은 것으로 여감없이 등장하는 데 사랑하는 사람들을 점차 잊어가는 치매인 부모(크로노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열심히 돈을 모아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는 보편적인 삶을 추구하는 연인에게 기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연인의 집에서 나가버린 머릿 속의 꽃밭인 인물(그때는 그때가서), 다른 사람이 생겨서 떠나간 사랑의 고통을 깨끗이 지우기 위해 친구에게 감정전이를 하였고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 다며 친구가 소개시켜줬지만 그 사람은 이별하자마자 바로 감정전이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또한 이별시 바로 그 사람에게서 어떠한 흔적도 없이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또한 자각이 되고 평소에도 다툼은 있어왔지만 결정적인 순간으로 인해 함께 생활했던 시절을 정리하고 그 지독했던 일들을 술을 담가서 마시며 잊고 싶고 버리고 싶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각(담금주의 맛)을 하며 달리기를 하다 다친 무릎에 들어왔다가 필요한 에너지를 다모아 나가버린 외계생명체로 인해 택배상하차를 하던 인물의 삶(달리는 무릎)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지도 않고 보험판매하거나 야구르트를 팔아도 30만원정도 하는 변기조차 쉽게 교체(보험과 야쿠르트)하기 어렵고 아무리 열심히 상품을 홍보하고 사람들에게 신속정확하게 문 앞까지 배달해도 30만원이나 하는 킹크랩을 아무런 고민없이 구매(퀸크랩)하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비눗방울이 되어 ‘퐁‘하고 사라질 수 있다면(비눗방울 퐁) 참 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단호하신 작가님이 이 글을 보시고 싫어하실 수도 있지만 힘들었던 그 때처럼 이유리작가님의 작품이 한 줄기의 빛이 되었고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 믿어 의심치 않기에 이글을 저장[SAVE]하며 남기려 합니다.
이유리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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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과 입자
황여정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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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펜데믹을 지나와 완전하게는 아니어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이제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신 분들도 꽤 있지만 아직도 저는 마스크 벗는 것에 주저하고 있고 기저질환이 있기에 예전에 코로나에 감염되었으나 또 감염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더 나아가 미래에서 제게로 다가 올 시간과 순간들의 대한 생각을 막연하게 되었는 데 오늘 완독한 황여정작가님의 세번째 장편소설 [숨과 입자]를 통해 읽고 나서도 그런 마음과 생각이 증폭되었습니다.
매일 오후 2시 30분이 되면 들려오는 제목은 몰라도 ‘푸르구나‘로 들리는 노랫소리, ‘숨‘ 요가원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도이수라는 인물이 그 노랫소리의 근원인 원룸의 욕조에서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쳐 결국 세상을 떠난 남자의 이름이 길병소이며 이 사람의 연인인 여자가 찾아와 자신을 정확히는 자신의 동생인 도이영을 찾게 되고 마침 도이영은 독후감대회에서 수상하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 여행을 떠난 상태이며 거기서 독후감을 쓴 책의 저자와 만나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 전화통화도 되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는 데 이영이 항공권을 끊어줘 무작정 여행을 하게 된 이수가 포르투갈에서 하루정도 만난 아드리아나로 인해 요가에 관심을 갖게 되며 요가를 배워 요가원을 차리게 되며 헌책방에서 기념품으로 사온 책을 이영이 길병소에게 주었고 그것을 길병소의 연인이 이수에게로 가지고 와서 길병소와 이영의 관계를 물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또 6개월간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받게 된 모멸감과 수치심, 종교에서 믿음이란 무엇인지 또 하나님에게 기도하면 그 기도에 응답을 하시는 지에 대한 의문과 점점 멀어져갔으나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친구가 자신의 전공과 무관했던 현장실습에서 사고를 당하여 생을 갑작스럽게 마감해야했던 불행한 일들이 소설 속에 펼쳐져 그야말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고나 할까.
250여쪽에 길지 않은 분량에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어 마음과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 이수가 처음 배웠고 혼자서 하던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해보면 점차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황여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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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의 시대 새소설 17
장은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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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설 시리즈의 17번째로 장은진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부끄러움의 시대]가 출간되어 읽어보았습니다.
이번 장편에서는 북유럽에서 시작된 펜데믹으오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격리되고 세상을 떠나며 4년전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던 때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소설 속에서 2년전 여기에 B시에서 일어난 호텔 화재 사고와 소설 후반부에 벌어진 교각 붕괴 사고로 서울로 가던 호남선 KTX가 강으로 추락하는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하는 불행이 벌어졌지만 책임을 지려는 사람들은 없고 모두 잘못을 다른 이에게 떠넘기거나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그야말로 ‘부끄러움의 시대‘속에 호텔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결코 고객에게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유령이 되어버린 아버지 정식 씨와 장인의 정신을 물려받아 수제로 우산을 만드는 것을 고집하는 아들 한해와 외로워서 결혼했다가 3년만에 스스로 결혼에서 박차고 나와버린 한량처럼 살아가는 누나 노라가 티격태격하며 버텨가는 모습들이 인상깊게 비춰졌는 데 단순하게 수작업으로 우산을 만드는 일을 하는 한해씨를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전작 [날씨와 사랑]이 생각났습니다.
전작에서는 우산을 만드는 인물은 없지만 장갑 공장을 운영하는 해주와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하루 종일 우산을 쓰고 광장을 돌아다니던 정체모를 우산 씨가 있었는 데 여기서도 망가져버린 우산을 고쳐달라고 고집을 부리며 한해의 우산 가게를 기웃거린 이봐요 씨같은 미스터리한 인물이 등장하며 한해와 자연스레 엮이게 되어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을 주었고 일하던 호텔에서 만난 부끄러움이 많아 고객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청소를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좋아하기에 부끄러워지고 오히려 그 사람 눈에 띄려고 하는 아버지 정식 씨와 그 반대로 부당한 일에 주눅들지 않고 부당함을 외쳐대는 반항아이지만 자신과 완전 반대인 아버지 정식 씨를 사랑하게 된 어머니 희숙 씨의 사랑 이야기와 이제 호텔에서 마음껏 누구의 눈치 볼 것 없이 영원히 사랑하게 될 두 사람의 앞날이 어두컴컴한 세상 속에서 환하게 비춰주길 간절하게 바라봅니다.
장은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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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율 연습
김유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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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문학동네에 [미래와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셨던 김유진작가님의 두번째 장편소설 [평균율 연습]을 읽었습니다.
영세한 출판사에서 주로 번역서를 편집하는 수민이 수찬의 요구로 이혼을 하는 상황에서 불안한 출판업계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다소 막차이지만 배워두면 나쁘지 않을 전망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피아노 조율을 배우게 되는 데 내용은 다르지만 피아노 조율에 대한 단편을 쓰셨던 것이 생각나 제가 예전에 쓴 글을 찾아보니 2018년 세번째 소설집 [보이지 않는 정원]에 실린 (음의 속성)이라는 단편을 읽고 1년에 한 번 시행하는 피아노 조율 기능사 자격증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보였고 정확히는 한 번씩 도보로 퇴근하면서 지금은 카페로 바뀐 피아노수리, 판매점을 지나치면서 자격증을 취득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리뷰를 쓰고 난 후로 곧바로 자연스레 잊어갔지만.
확실히 단편 (음의 속성)보다는 장편소설 [평균율 연습]이 구체적인 피아노 조율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갔지만, 단순히 피아노 조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여겨지는 데 초반에 수민이 프랑스 유학을 하던 중 수찬과 데이트를 했었으나 지지부진하여 친구로 남았다는 내용을 읽으며 어떻게 둘이 결혼을 하게 되고 이혼까지 하게 되는 지 결혼을 해보지 않(못하는)은 저로서는 의아하게 느껴졌지만 수민의 엄마인 임정희씨가 수민의 아빠이자 전남편이었던 양정수와 결혼을 하게 되는 이유와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 그리고 승려로 출가를 하기 위해선 이혼을 해야한다던 수찬이 이혼하려고 하는 이유등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겠더군요.
뒷표지의 음에서 크게 이탈한 현은 변화가 크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저항도 크기에 단번에 조율이 되지 않고 어르고 달래듯이 천천히 고쳐나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글을 읽으면서 ‘세상은 개인의 실패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굴러간다는 자명한 사실.(35쪽)‘이라는 것을 저도 알지만 우리 대부분의 인생 또한 이처럼 시간이 필요하며 폭설로 길이 막히고 수도가 어는 등 미래가 다소 비관적일지언정 눈은 곧 그칠 것이고 그렇게 쌓였던 눈이 녹은 그자리에 삽을 들고 쌓인 눈을 치우며 위기(실패)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유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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