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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퐁
이유리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평점 :
아직도 저는 제가 일하는 곳에서 가격표를 뽑기 위해 프린터를 사용할때면 이상하게 이유리작가님의 첫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를 읽었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가격표 종이의 새겨진 점선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는 데 사장님이 출력하시면 멀쩡하게 되는 것을 보고 이 기계가 사람을 가리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품었죠. 그 때 이유리작가님의 작품을 읽고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날 수가 있었죠. 그래서 영수증 감열지를 이용하여 가격표를 인쇄하는 방법이 도입되어 인쇄했으나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투명해지다 못해 증발하기에 주기적으로 새로 뽑아 교체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 데 지금은 A4용지에 점선 추가 기능을 사용하여 출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뷰를 쓰면서 당시에 저를 또 괴롭히던 쥐새끼 무리들이 있었는 데 철물점에서 사온 끈끈이 쥐덫까지 설치했으나 별효과가 없어 결국 대기업의 힘을 빌리기 되었는 데 빌리자마자 감쪽 같이 증발하여 현재까지 출현없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와중에 이유리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비눗방울 퐁]을 읽었습니다.
첫 소설집의 기발했던 설정들이 이번 소설집에서도 남겨질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모습으로 남길 수 있는 크로노싱(크로노스), 이별의 아픔에서 깨끗이 벗어나기 위해 선택하는 감정전이(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지독했던 인연을 독하지만 진한 담금주(담금주의 맛)를 온몸으로 농축하거나 달리기를 하다 다친 무릎에 들어간 외계 생명체(달리는 무릎)와 비눗방울처럼 희미해지다 퐁하고 사라질 수 있는 비눗방울이 되는 약(비눗방울 퐁)같은 것으로 여감없이 등장하는 데 사랑하는 사람들을 점차 잊어가는 치매인 부모(크로노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열심히 돈을 모아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는 보편적인 삶을 추구하는 연인에게 기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연인의 집에서 나가버린 머릿 속의 꽃밭인 인물(그때는 그때가서), 다른 사람이 생겨서 떠나간 사랑의 고통을 깨끗이 지우기 위해 친구에게 감정전이를 하였고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 다며 친구가 소개시켜줬지만 그 사람은 이별하자마자 바로 감정전이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또한 이별시 바로 그 사람에게서 어떠한 흔적도 없이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또한 자각이 되고 평소에도 다툼은 있어왔지만 결정적인 순간으로 인해 함께 생활했던 시절을 정리하고 그 지독했던 일들을 술을 담가서 마시며 잊고 싶고 버리고 싶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각(담금주의 맛)을 하며 달리기를 하다 다친 무릎에 들어왔다가 필요한 에너지를 다모아 나가버린 외계생명체로 인해 택배상하차를 하던 인물의 삶(달리는 무릎)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지도 않고 보험판매하거나 야구르트를 팔아도 30만원정도 하는 변기조차 쉽게 교체(보험과 야쿠르트)하기 어렵고 아무리 열심히 상품을 홍보하고 사람들에게 신속정확하게 문 앞까지 배달해도 30만원이나 하는 킹크랩을 아무런 고민없이 구매(퀸크랩)하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비눗방울이 되어 ‘퐁‘하고 사라질 수 있다면(비눗방울 퐁) 참 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단호하신 작가님이 이 글을 보시고 싫어하실 수도 있지만 힘들었던 그 때처럼 이유리작가님의 작품이 한 줄기의 빛이 되었고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 믿어 의심치 않기에 이글을 저장[SAVE]하며 남기려 합니다.
이유리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04/pimg_766112156451736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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