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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 박종규 장편소설
박종규 지음 / 폴리곤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제가 2015년 초에 출간되었던 박종규작가님의 수필집 「꽃섬」을 2016년 초에 겨우겨우 구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박종규작가님이 「해리」라는 장편소설을 집필중이시라는 소식을 듣고 출간되면 꼭 읽어보겠다고 「꽃섬」리뷰 말미에 약속드린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2년하고도 절반이 지날무렵에 공지영작가님이 같은이름의 장편소설을 내셨고 바로 얼마지나지 않아 마침내 박종규작가님도 「해리」를 출간하셨더군요. 반가운 마음도 들었고 어떤 내용일지 빨리 구매해서 읽어보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여건이 되지 않아서 나올 당시에는 못 접해보고 이제서야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같이 구매한 책들보다 먼저 집어서 읽어 보았습니다.
처음에 「해리」라고 하면 제가 떠오르는 것은 단순히 일시적, 부분적 기억상실증을 생각했었는 데 표지에 쓰여진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예정에 없는 여행을 떠나거나 전혀 새로운 사람으로 행동하는 특이한 장애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이반보다 리반이 더 예술가의 이름으로 어울리는 리반이 채영이를 첫눈에 반해 첫사랑을 하게 되지만 갑자기 채영이가 사리지고 채영이가 또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며 그 곁을 맴돌던 정란이와 결혼하여 23년이란 세월을 함께한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채영이 리반에게 나타나고 리반은 채영을 만나러 가는 도중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같은 시간에 리반이 교통사고를 당하던 곳에 있던 건물이 삼풍백화점처럼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데 우연의 일치일 것 같은 이 두 사고가 실은 아주 밀접하게 이어져 있고 심지어 더 나아가 일본에게서 해방이 되던 시기와 80년대 우리 부모님이 열심히 치열하게 주체적으로 살아가던 시기와도 깊숙하게 관련이 되어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첫장에 해리를 떠나보내며라고 쓰신 글에서 리반, 정란, 채영 그리고 석우라는 인물이 있어서 유심하게 읽었는 데 중반부까지 석우라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서 의아했는 데 후반부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석우라는 인물도 제 머리 속에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마치 제가 리반, 정란, 채영, 석우, 그리고 슬아가 되어 그 들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지켜보고 개입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아직 제가 인생을 깊게 살아보지 않았지만 세월이지나 예술가이자 교수인 리반이 전시회를 열 때의 나이가 된다면 그 때에는 저도 이런 느낌을 더 잘 알 것 같습니다.
말끝마다 음~흠흠이라고 콧소리섞인 애교를 부리는 채영과 같은 사람을 저도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박종규작가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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