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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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쪽 정도되는 김화진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동경]을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붙잡고 읽었습니다.
리페인팅일을 민아에게 배우며 민아와 함께 일하다 사진 찍는 해든에게 사진을 배우며 해든과 함께 일하게되는 아름, 민아에게 리페인팅을 배웠지만 함께 일하자는 제안에 아름과 달리 거절하고 아름에게 자신의 전공인 사진 찍는 것을 제안하는 해든, 그 두 사람에게 리페인팅을 가르치며 해든과 아름이 차례로 자신의 품에서 떠나는 것을 지켜본 민아.
이렇게 세 사람이 서로를 향한 일정하지는 않지만 희미해지거나 엇나가지 않는 마음의 삼각형을 이루는 모습에서 늘 혼자였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저에게 과연 이렇게 결속력을 가진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혹시나 지금까지 해왔던 직업이나 일의 반경을 벗어나 다른 직업과 일을 하게 된다면 과연 제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혹여라도 떠밀리듯, 어느 정도 제 의지로 선택을 하여 그동안 저와 마주하던 사람들과 작별을 하게 되면 어떠한 마음이 들고 그 사람들이 제게 가질 감정과 생각들이 염려되기도 하여 두렵기도 하는 데 그럴 때 해든이 아름에게 전해준 ‘책점‘을 저 스스로 해보면 완벽한 답은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후련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눈을 감고 [동경]의 펼쳐 눈에 띄는 한구절 ‘가장 좋아하는 걸 담고 싶었어. 그대로 또 다르게.(46쪽)‘를 여기에 남기려고 합니다.
김화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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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괜찮아요
전성태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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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립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전성태작가님이 [두번의 자화상] 이후 9년만에 다섯번째 소설집 [여기는 괜찮아요]를 내셔서 읽어보았는 데 세월호 참사 이후에 쓰신 (가족 버스), 가수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에 쓰여진 (합석), 코로나 펜데믹 시기를 맞이하며 자연스레 글 속에 녹여진 표제작 (여기는 괜찮아요), (섬으로 가는 엉뚱한 여행), (조용한 생활)을 비롯해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그 속에서 비록 저는 항구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멀리 벗어나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지만 구수하며 정감 어린 방언과 우리말이 저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어 읽는 내내 우울하거나 불안했던 마음에서 잠시나마 벗어알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깡통을 버리기 위해 머나먼 길을 나선 (깡통)의 몽골인 네르귀, 아카시아나무가 있는 휘파람이 불어오는 숲에서 아이를 만나며 머물게 되는 수아(숲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길에 시를 한 편 쓴 딸과 자신들만 공부해서 미안하고 잊지 않았다고 말하기 위해 아이들이 사라져간 바다에 가려는 그녀의 딸 지민이와 친구들(가족 버스),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개설된 시 창작반에서 만난 미란, 계영, 송이와 편의점 노상 테이블에 합석하게 된 괴팍한 노파와 외국인 사내 셋(합석), 오랜 시간 동안 헤어져 있던 그리운 동생을 만나기 위해 폭설이 내리는 와중에도 먼 곳에서 온 장시곤 어르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상봉), 1948년에 일어난 여순사건의 피해자의 행적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자신의 과거 속에도 결코 잊히기 힘든 존재를 떠올리는 (조용한 생활)의 준모, 무더운 여름 날 야영장에서 캠핑을 보내고 나무에 매달린 노끈들을 제거하는 사내를 마주하는 진우의 가족(이웃), 자신들의 뿌리를 찾기 위해 자신들의 혈육이 드나들었던 비화도로 간 형제들(섬으로 가는 엉뚱한 여행)과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며 며칠째 소식 없이 텐트 속에 있었던 경진 학생을 걱정하며 빨간 펜을 집어드실 (여기는 괜찮아요)의 교수님까지 [여기는 괜찮아요] 속 인물들을 만나며 제가 지나왔던 시간과 제게서 멀어져버린 이웃들의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전성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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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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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쓰게 될 것]을 읽었습니다.
소설집에 실려 있는 참담한 전쟁을 겪은 인물이 가까스로 어른이 되어 과거를 회상하는 표제작 (쓰게 될 것)을 포함해 저에게도 그런 (인생의) 선배가 있었으면 했고 두번째 소설집 [겨울방학]의 속 숨겨졌던 고모의 이야기인 (유진), 처음에 제목만 보고 바로 치사량이 생각났다가 그건 아닌 것 같아 참사랑일까 유추를 했었는 데 읽어보니 놀라웠고 앞서 발표하신 두 소설집에도 같은 제목으로 실려있었기에 미처 생각못했으나 초성으로만 이루어져 있어도 좋았던 (ㅊㅅㄹ), 제목 자체로 제게 묘한 느낌을 주었고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저는 과연 썸머와 봄이에게 어떤 것을 남겨줄 수 있을지 고민했던 (썸머의 마술과학), AI가 알려주는 것이 정답이라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안나에게 다가온 노아의 말들이 마음에 들어왔고 어쩌면 지금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을 (인간의 쓸모), 늘 불안만을 안고 살지만 나영처럼 치열하게 살지 않은 저에게 한량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배우고 싶은 나영의 아버지이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석진 씨의 (디너코스), 여유롭진 않지만 별탈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태양이를 보며 문득 제가 태양이와 같은 나이였을 때, 그 때의 저의 부모님과 그 시절이 궁금했던 (차고 뜨거운), 이상문학상 수상작이자 겨우 안정으로 접어드나 했으나 너무나도 큰 시련이 닥쳐 온 와중에도 진정으로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꿈꿔왔던 그림 같은 집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삶이 다할때까지 살아가고 싶은 (홈 스위트 홈)까지 총 여덟 편의 단편들과 소유정 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 최진영작가님과 에세이를 쓰시는 임지은작가님과의 유쾌하지만 유익했던 인터뷰, 8편의 단편들을 쓰신 계기와 그 때의 느낌들이 담긴 작가의 말, 그리고 책과 같이 온 작가님 사전까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역시나 글솜씨가 부족한 저의 한계를 느끼며 이 글을 마칠까합니다.
최진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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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외전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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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계간지에 1년간 연재하셨던 박민정작가님의 두번째 장편소설 [백년해로외전]의 책 뒷면 ‘여름이면 능소화가 담벼락에 너울대는 후암동 적산가옥 고택‘이라는 문구를 읽자마자 세번째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 (문학과지성사, 2020)에 실렸던 단편 (신세이다이 가옥)이 단순하게 떠올랐는 데 [백년해로외전]을 읽으면서 조금 혼란이 왔었습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작가는 아니어도 아는 사람은 아는 소설가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주현이 같은 과 교수 서정수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복잡한 상황에 놓여져 있기 전 자신이 잠시 머물렀으나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길 기도했고 두 번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후암동 적산가옥에서의 일들을 소설로 써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자 주현의 직계가족을 제외한 큰아버지와 예리가 그런 자신을 비난하게 되는 데 자신이 실제로 겪었지만 그것을 글로 써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해당 당사자에게 미리 동의나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 것에 저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고 장훈 오빠의 딸 수아를 우연한 계기로 만나고 난 후 소식을 부모에게서 들었던 프랑스에 입양된 야엘로 불리며 어엿한 프랑스인이 된 장선 언니 또한 자신의 과거를 바탕으로 쓴 솔직한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 먹고 주현에게 그 글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악마같던 존재들이 저를 괴롭힌 그게 바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던 과거 속에 제가 너무 오랫동안 얽매여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끈질기게 제 곁에 달라붙었던 어떤 기억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결코 쉽게 흐려지지 않고 그런 관계또한 아무일 없었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경험했던 귀중한 순간이었습니다.
박민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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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섬과 박혜람 -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택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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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던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읽기 시작한 게 9회 대상작 박향작가님의 [에메랄드 궁]이었고 그이후로 우수상 임재희작가님의 [당신의 파라다이스], 김호연작가님의 [망원동 브라더스] , 11회 대상 김근우작가님의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우수상 김의작가님의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박소연작가님의 [꽃그림자놀이], 이성아작가님의 [가마우지튼 왜 바다로 갔을까], 13회 대상 도선우작가님의 [저스티스맨], 우수상 정미경작가님의 [큰비], 박생강작가님의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14회 대상 박형근작가님의 [스페이스 보이], 우수상 우희덕작가님의 [러블로그Love Blog, Love Log], 조경아작가님의 [3인칭 관찰자 시점] 이렇게 비교적 많았던 수상작품들을 한 편이라도 더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너무 남발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동시에 들기도 했었다는 것을 리뷰를 통해 언급했고 그 다음해인 15회부터는 대상 작품만 출간이 되었는 데 다이앤 리작가님의 [로야], 16회 대상 오수완작가님의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17회 대상 채기성작가님의 [언맨드Unmanned]까지 읽었고 18회 대상 고요한작가님의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작은 도서관에서 빌렸으나 읽지 않아 전자책으로 구매하고 19회 대상 문미순작가님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읽으려는 시도조차하지 않았는 데 벌써 스무번 째라니 놀랍기도 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20회 대상작은 프랑스에서 대학 석사학위를 받으시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오랜 날 오랜 밤)으로 당선된 임택수작가님의 [김섬과 박혜람]이라고 하며 이번에는 늦지 않게 읽어보았습니다.
타투이스트인 김섬과 프랑스에서 그림을 보는 도슨트 박혜람,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을 혼합하듯이 섞이며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져 종이에 글자로 펴발라 새겨진 책을 눈과 마음으로 읽었는 데 우려낸 떫고 쓰지만 잔향이 깊은 차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 읽고나서 유일하게 생긴 한 가지 소망이 있는 데 프랑스에서 미래를 약속했으나 점차 폭력적으로 변하는 준오를 떠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혜람과 늘 죽음이 자신의 곁을 맴도는 소방관 홍지표와 만나던 김섬, 이 두 사람이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임택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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