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기는 괜찮아요
전성태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현재 국립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전성태작가님이 [두번의 자화상] 이후 9년만에 다섯번째 소설집 [여기는 괜찮아요]를 내셔서 읽어보았는 데 세월호 참사 이후에 쓰신 (가족 버스), 가수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에 쓰여진 (합석), 코로나 펜데믹 시기를 맞이하며 자연스레 글 속에 녹여진 표제작 (여기는 괜찮아요), (섬으로 가는 엉뚱한 여행), (조용한 생활)을 비롯해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그 속에서 비록 저는 항구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멀리 벗어나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지만 구수하며 정감 어린 방언과 우리말이 저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어 읽는 내내 우울하거나 불안했던 마음에서 잠시나마 벗어알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깡통을 버리기 위해 머나먼 길을 나선 (깡통)의 몽골인 네르귀, 아카시아나무가 있는 휘파람이 불어오는 숲에서 아이를 만나며 머물게 되는 수아(숲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길에 시를 한 편 쓴 딸과 자신들만 공부해서 미안하고 잊지 않았다고 말하기 위해 아이들이 사라져간 바다에 가려는 그녀의 딸 지민이와 친구들(가족 버스),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개설된 시 창작반에서 만난 미란, 계영, 송이와 편의점 노상 테이블에 합석하게 된 괴팍한 노파와 외국인 사내 셋(합석), 오랜 시간 동안 헤어져 있던 그리운 동생을 만나기 위해 폭설이 내리는 와중에도 먼 곳에서 온 장시곤 어르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상봉), 1948년에 일어난 여순사건의 피해자의 행적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자신의 과거 속에도 결코 잊히기 힘든 존재를 떠올리는 (조용한 생활)의 준모, 무더운 여름 날 야영장에서 캠핑을 보내고 나무에 매달린 노끈들을 제거하는 사내를 마주하는 진우의 가족(이웃), 자신들의 뿌리를 찾기 위해 자신들의 혈육이 드나들었던 비화도로 간 형제들(섬으로 가는 엉뚱한 여행)과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며 며칠째 소식 없이 텐트 속에 있었던 경진 학생을 걱정하며 빨간 펜을 집어드실 (여기는 괜찮아요)의 교수님까지 [여기는 괜찮아요] 속 인물들을 만나며 제가 지나왔던 시간과 제게서 멀어져버린 이웃들의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전성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