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밑에서
최일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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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64년 동안 글을 쓰시고 작품을 발표하신 그야말로 한국 현대소설사의 산증인, 여든 여섯의 최일남작가님이 「석류」이후 13년만에 신작 소설집 「국화 밑에서」를 내셨더군요.
사실, 저는 최일남작가님의 작품은 「국화 밑에서」가 처음이었습니다.
장례식장을 하루에 두 번 가게 된 (국화 밑에서)의 노신사, 부엌에 늘 있었으며 집을 이끌어주던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아 라면을 끓이려다 망친 (물수제비)의 남편, 새벽에 하는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 우리나라 출신 야구선수들이 활약하는 메이저리그 야구경기를 보면서 흐뭇해하거나 우리 선수가 보이지 않아 걱정하는 (밤에 줍는 이야기꽃)의 노년을 보내는 인물이나 후배나 친구와 고색창연한 우리말과 폭 넓은 배경지식을 사용하며 대화하고 일본어 남발을 극도로 꺼리지만 일제 식민지에 살아야하고 일제의 강요에 일본어를 배울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말이나 타령이나)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일본어를 사용하는 모습 (스느브 스느브), (메마른 입술 같은)이 등장하거나 보여지는 데요.
읽고 난 후의 솔직한 마음은 (아침바람 찬바람에)에 등장하는 손자 봉화같은 마음이 들어요.
할아버지의 지난한 삶의 여정이 궁금하면서도 막상 이야기해주시면 집중하지 못하고 잡념에 빠지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비록 「국화 밑에서」가 처음이지만 저도 작가님의 작품을 오랫동안 읽어보고 싶습니다.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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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가 있어서 그런지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읽었습니다.
이제 읽어야 할 이주란, 임현작가님의 신작 소설집과
박솔뫼, 최일남, 조영아작가님의 소설집,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권정현작가님의 작품,
그리고 이병률, 김이듬시인의 신작 시집까지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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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우르르 꿀꿀 문학과지성 시인선 502
장수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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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502번째이자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신 장수진시인의 첫번째 시집 「사랑은 우르르 꿀꿀」을 훑어봤는 데, 연극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집이었어요.
읽은 소설이나 그림의 제목에서 시작된 시들.
장 주네 소설 「도둑 일기」에서 영향을 받은 (거기에 인조 포도송이를 달고 다니는 사내), 연극 「청춘예찬」의 대사를 인용한 (간질녀에 대하여)같은 시나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사랑, 셋), (2016년 여름, 연우소극장), (신경증자들의 대화) 같은 시를 눈으로 훑어볼 때마다 ‘시‘라는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를 자주 접해보지 않아 음율이 있고 형식이 있는 것만 시라고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 시집 제목이 「사랑은 우르르 꿀꿀」이라 음율도 느껴지고 재밌을 것 같아 시집 목차를 보니 그런 제목을 가진 시는 없더군요. 그래서 찾아봤는 데 5부에 있는 (힌트는 마녀 - 시 제목만 보고 2011년에 출간된 백가흠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 「힌트는 도련님」이 생각났어요.) 에 ‘사랑은 천둥 속의 돼지로다 / 사랑은 우르르 꿀꿀‘ 여기서 제목이 나왔네요.
제가 이 시집에 손으로 써 본 시는 첫번째로 훑어볼 때에는 눈이 가지 않았는 데 두번째 훑어보고 나서 눈이 가게 된 (서울의 혜영이들)이라는 시입니다.
김혜영, 이혜영, 박혜영, 서혜영, 오혜영, 정혜영, 임혜영, 나혜영, 마혜영 등등......
서울엔 혜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요가 강사, 연극 배우, 백화점에서 일하는 유부남과 연애 중이며 수도세를 내지 않고, 예쁘지만 도벽이 있는 누구의 이복동생, 또 옛날 선배의 여자친구까지......
나열된 혜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만 해도 6명인 데 서울에 살고 있는 혜영이는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혜영이는 심지어 해외에서 잠시 살고 있거나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 중에 혜영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거나 가졌던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시를 손으로 따라 쓰며 생각해봅니다.
부산에 정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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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창비시선 414
이시영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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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앞서 읽은 박성우시인의 「웃는 연습」보다 이번에 훑어 본 이시영시인의 신작 시집 「하동」이 뭔가 제목으로만 볼 때 훨씬 더 자연적인 느낌을 줄 것 같았는 데 당연할 수도 있지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면서 자연적인 느낌도 같이 들었습니다.
시라면 음율이 있고 행과 연이 있어 시라고 느껴지는 것이라고 머리 속에 생각했던 것 같아서 「하동」을 읽으면서 이 것이 시인지 산문인지 헷갈리는 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집 제목이「하동」이라 그런지 유독 지명이 들어간 시나 시 속에 지명이 등장하는 것이 많았는 데
표제작 (하동)을 포함하여 (함양), (알프스), (우면산행), (여수행), (홍대 이센)같은 제목에 지명이 있거나 코뚜레없이 소들을 방목하는 국토의 서남쪽 끝 가거도(소), 청소원 노파가 붐비는 가로 붙어서 대빗자루로 바닥을 박박 쓸고 있던 중국 쓰촨성 청두시 중앙대로(어느 조상), 재판 받으러 다니던 인덕원 사거리(인덕원)같이 시속에 등장하는 지명도 인상적이었지만 세월호 사건를 연상시키는 시(어떤 졸업식), (팽목항에서)도 작가님의 젊은 시절이 떠오르는 시들(장발 단속), (1972년 겨울), (시자 누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장발 단속에 걸린 선생을 어떻게든 구해내려고 애원하는 선영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단속원으로 인해 어쩔줄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울상이 된 제자 선영이의 모습이 강렬해서 손으로 써볼까 했는 데 더 울상짓는 인물이 있었는 데 바로 천연기념물 제 330호이자 멸종위기 1호인 수달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매립지 공사가 한창인 낙동강 하류에 있는 횟집 주인이 등장하는 (수달의 고난)아라는 시가 제 눈을 오랫동안 붙잡아서 손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공사로 인해 먹잇감이 없어지자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는 먹잇감이 가득한 횟집까지 수달이 가게 되었을까, 이 부분을 보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깊은 산 속에 살던 멧돼지가 사람이 살고 있는 곳까지 먹이를 찾아 내려오게 되어 멧돼지를 목격한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도 결국 멧돼지를 생포하거나 사살하는 것을 뉴스에서 한 번씩 접하게 되는 데, 덫을 놓거나 사살할 수도 없는 천연기념물 제 330호에 멸종위기 1호인 수달이 횟집 수조 안에 첨벙대며 네다리로 값비싼 감성돔까지 물고 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횟집 주인이 연신 울상을 지으며 하소연을 하는 것은 횟집 주인의 입장에서 볼때 안타깝지만서도 시로 읽게되니 분명 안타깝지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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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연습 창비시선 413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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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처음 읽은 한국 시집은 바로 8월말에 신작 시집을 발표하신 창비시선 413번째, 박성우시인의 「웃는 연습」입니다.
사실 저는 시집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어서 그냥 훑어만 보고 있는 데 「웃는 연습」에 실린 (개구리), (뱀), (콩), (꾀꼬리), (지네), (보리), (오디), (염소), (비닐하우스), (토란), (배추꽃)처럼 자연친화적이며 농촌마을이 눈 앞에 있는 것 같은 제목을 가진 시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웃는 연습」에 실린 시들 중
커진 입이 나를 뛰게 한다 (개구리)

내 몸이 길어져서 짧은 하루였다 (뱀)

내 속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칫솔과 숟가락이다
(칫솔과 숟가락)

대지도 알약을 삼키듯 하루해를 넘긴다 (회사원)
같은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시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시집 제목이 「웃는 연습」이어서 (웃는 연습)이 제목인 시가 있거나 ‘웃는 연습‘을 주제로 한 시가 있는 줄 알았는 데 (순전히 ‘웃는 연습‘이라는 단어 자체가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마흔)이라는 시 마지막 부분
늦은 밤 거울 앞에 선 사내여, 왜 웃느냐 너는 대체 왜
웃는 연습을 하느냐에서 제목이 나오더군요.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저로서는 조금은 아쉽기도 했지만서도 마흔이 되면 저도 그럴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웃는 연습」시집에서 제가 손으로 쓴 시는 바로 앞에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4개의 시(개구리),(뱀),(칫솔과 숟가락),(회사원) 뒤에 실린 (카드 키드)라는 시입니다.
처음에 이 시를 보며 재미있었는 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다 맞는 말이에요.
카드로 결제한 정장, 구두, 침대, 패스트푸드음식이나 카드론으로 얻은 원룸, 직장 동료의 결혼식같은 갑작스럽게 현금이 필요할 때 현금서비스를 이용하여 마련하는 등 카드가 요긴하게 우리의 삶에서는 절대 없어선 안되는 존재가 되었죠. 저 역시 카드 키드가 된지 5개월정도 된 것 같네요.
그리고 카드로 결제를 했기 때문에 월급날에 받은 급여는 정해진 날에 어김없이 카드에게 옮겨가고
카드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헬스클럽이나 여행같은 쉽게 지불하기 망설여졌던 것들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카드 키드(여기서는 4대보험이 적용되는 이름만 대면 어느정도 아는 번듯한 기업의 정규직사원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만 그렇다면 저는 카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카드 키드에 해당되지 않는 것일까요?)가 되고자 학점관리하고 스펙이라는 것을 만들고 입사지원을 하지만 번번이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고 운이 좋아 면접을 보는 ‘언제 취직할 거니‘를 귀에 딱지가 들러붙을 정도로 듣는 청년들이 최종합격하여 카드가 지켜주는 직장생활을 하며 ‘언제 결혼할 거니‘로 바뀌는 말을 또 귀에 딱지가 들러붙을 정도로 듣거나 서로의 반쪽을 찾아 그 말까지 듣지 않게 되는 것까지 머리 속에 그려지더군요.
한 글자씩 손으로 쓰면서 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 뜻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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