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사는 사람들
황현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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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생 박정희대통령과 이름이 같은 1960년생 박정희가 조금성을 만나 1979년 1917년생 박정희대통령이 1926년생 김재규가 쏜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 10월 26일에 박정희와 조금성사이에서 생긴 딸 구구라고 불리게 될 조구를 낳았다는 것에서 처음에 저는 황현진작가님의 「두 번 사는 사람들」에서 죽은 박정희대통령의 영혼이 1960년생 박정희의 자궁 속에서 나올 조구에게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허무맹랑하고도 불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범상치않은 조구에게 영혼을 불어넣고 정작 자신은 영혼을 잃어버린 1960년생 박정희가 허망하게 죽어버리자 박정희의 엄마는 의절을 하고 조금성은 딸 조구를 데리고 1917년생 박정희대통령이 태어난 도시에서 하숙집을 차려 서울태생인 기욱과 대학교에 다니는 용태, 홍시를 좋아하시는 홍시할머니 그리고 기욱과 사귀던 순점까지 한 집에서 살게 되는 모습에 불현듯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칸방에서 여러사람들과 살았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살았던 당시 온수는 커녕 보일러나 연탄도 없어서 전기장판과 이불로 겨울을 지냈고 눈이 내리고 나면 수도가 얼어서 주인집에서 물을 가져다 목욕이나 설거지를 했고 겨울이 되면 항상 손이 잘 트는 바람에 고생 깨나 했으며 보다 못해서 빨래 솔로 손등을 빡빡 문질러야 비로소 손이 트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그 곳에 함께 살았던 여러 사람들이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랐는 데 금성의 이력을 빌려 취직을 했던 기욱이 금성의 이력으로 인해 허망하게 떠나버리고 용태 또한 떠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또 다시 떠났고 홍시 할머니와 순점까지 금성과 구구의 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살다가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으며 저와 아버지또한 제가 6년동안 살았던 곳을 새벽에 황급히 떠나 오게 되었는 데 그 이후로도 한 동안 제가 살았던 곳이 그 자리에 여전히 있다 우연히 지나가보니 제가 살았던 곳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5층짜리 건물이 들어섰더군요.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 지조차 모르겠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두 번 사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 데 조금씩 서서히 그 의미가 제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번 살고 여러번 죽으면서 어떤 것은 잊어버리고 또 어떤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삶 속에서 지워버려지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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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14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하기 싫지만, 요즘 시대가 유신 시절 때와 똑같았다면, 이런 소설이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박정희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책 소개만 보고 화를 낼 겁니다. ^^;;

물고구마 2017-03-14 14:42   좋아요 0 | URL
지금도 그 때와 같다면 저는 아마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