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책은 꾸준히 읽었지만,

글은 하나도 쓰지 않았습니다.

읽은 책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이제부터라도 짧은 글이라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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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민음사 사서四書
동양고전연구회 역주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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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3.논어-공자

 

너무너무 글을 쓰기 싫어서 포기하려고 했다. 글 안 쓰면 편하지. 앞으로 안 쓰고 계속 쉬면 되니까. 그런데,.. 그런데... 지금까지 쓴 것이 너무 아쉬워서 이렇게 앉아 글을 쓴다. 어떻게든 써보자.

 

일단 논어를 떠올린다. 내게 동양철학의 첫 문을 열어준 책. 비판적인 독서에서 시작해 이 책의 가치를 깨닫고, 그 다음으로는 비판과 칭찬의 언저리에서 왔다갔다하는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하는 책. 낡은 고정관념의 이름에서 고전의 가치를 깨닫게 만드는 책을 거쳐 시대의 가치를 가졌지만 비판적인 재창조가 필요한 책으로.

 

나는 앞으로도 쭈욱 이 책을 읽을 생각이다. 읽으면서 나 자신을 새롭게 하고, 동시에 고전의 가치를 깨닫는 식으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라고 외치면서 과거의 앎을 지금의 삶에 받아들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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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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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2.안진: 세 번의 봄-강화길

책을 읽다 다시 책표지를 들여다본다. 흠, 분명히 안전가옥 출판사가 맞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다시 발휘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나는 안전가옥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다 장르문학을 다룬다고 생각했다. 아작이나 허블처럼. 내게 안전가옥은 장르문학의 다른 이름이었고, 장르문학이 아닌 다른 문학이 나온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런 내가 너무 고정관념에 갇힌 건가.

<안진: 세 번의 봄>에 담겨 있는 건, 섬세한 심리묘사, 묘사가 드러내는 삶의 보편성 같은 것들이다. 장르문학에서 느껴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라거나 상상력의 향연이 아니라. 물론 장르문학의 느낌이 잠시 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순문학 (혹은 문단문학) 계열에 속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출판사 이름을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라고 해도 이 책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처럼.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너무 장르문학과 장르문학이 아닌 것의 구분이라는 것에 갇혀 있는 것인가. 사실 장르문학과 장르문학이 아닌 문학의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재미있게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을. 그러나 내 안의 고정관념은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적으로 구분을 해버린다.

내 머리는 다시 내달린다. 한국에서 순문학 혹은 문단문학이라고 불리는 장르문학이 아닌 문학장르는 ‘사실인 척 하는 허구’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문학장르는 분명히 허구다. 하지만 이 문학장르는 자신이 사실인 척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프랑스의 발자크, 플로베르, 에밀 졸라, 러시아의 톨스토이, 영국의 찰스 디킨스 같은 이들이 개척한 이 문학장르는 허구이지만 ‘리얼’한 척 하는 장르이다. 물론 이 장르에는 사실인 척 하는 허구만 있는 게 아니다. 실험적인 영역도 있고, 심리 묘사에 치중하는 장르도 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하나의 문학장르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장르문학은 사실인 척 하는 허구가 아니다. 이 영역은 자신이 당당하게 허구인 걸 밝히는 것에 가깝다. 말도 안 되는 상황들, 현실보다는 상상력의 개화를 통해서 빚어내는 가상과 환상적인 사실들에 기반한. 나는 이 장르를 내 나름대로 작위의 장르라고 이름 붙인다.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상황들이 상상력을 통해서 구현되는.

그런데 생각해보니 장르문학이 아닌 장르도 작위적인 면이 있다. 위에서 적은 실험문학의 영역에 가면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등장하고, 상상력의 향연 같은 일들이 마구 벌어진다. 마술적 리얼리즘에 속한 문학들은 어떤가. 이 문학들에서는 현실적인 일과 더불어 초현실적인 현상들이 현실인 척 작품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아. 쓰다보니 장르와 장르가 아닌 문학의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이미 고정관념이 가득한 내 머리 속 문학 구분은 알아서 굴러가기 시작한다. 그 구분은 <안진: 세 번의 봄>을 장르문학이 아닌 문학에 위치시켜 버린다. 모녀 관계의 다층성과 다양성을 섬세하고 세밀한 심리묘사와 삶의 보편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그려내는 문학으로서.

이 안전가옥 같지 않은 안전가옥의 단편집은 그래서 나를 안전가옥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사유로 이끈다. 동시에 내가 가진 장르문학과 장르문학 아닌 문학이라는 구분의 무의미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다시는 이런 구분 안 해야지. 근데 과연 내가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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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7-28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엄청 구분하는데… ㅎㅎ 문지나 민음사 창비가 순수 문학 고집했었죠. 스티븐 킹이나 여타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발간 하지도 않었던 출판사였어요. 80,90년대만 해도 그 유명한 스티븐 킹이 고려원에서 출판했을 정도니깐요. 저는 순수문학만 읽기를 고집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래서 이십대 시절에는 클래식문학이나 문지나 민음사 창비가 인정한 문학만 읽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 알라딘에서 주문하면서 완전 독서 취향이 바꼈어요. 하핫 문학의 구분이 무의미 하긴 해요. 미스터리 쟝르 소설 중엔 순수 문학 못지 않는 심리 묘사나 상황 설계가 잘 되어 있거든요. 나이가 드니 전 제가 읽고 싶은 책만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짜라투스트라 2023-07-29 07:48   좋아요 0 | URL
맞는 말입니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문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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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1.-문진영

 

만사가 귀찮다. 글도 쓰기 싫다. 글 쓰기 싫으면 글을 안 써야 하는데... 글쓰기 도전을 이어가기로 해서 이렇게 앉아 쓴다. 사실 불과 5분 전만 해도 그 도전도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써온 것이 아까워서 쓴다. 근데 앉고 보니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쓰기 싫어서 그런지 짧게 쓰기로 한다. 최대한 짧게. 그런데 여전히 머리는 안 돌아가고 글은 나오지 않는다. 일단 서평 쓸 책을 정하기로 한다. 곰곰이 생각하다 문진영 작가의 <>이라는 소설책에 대해서 쓰기로 한다. 제목이 인상적인 것도 있고 재밌게 읽기도 해서.

 

<>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따스함이다. 최근에 삭막한 책들만 읽어서 그런지 <>을 읽으면서 책 속의 온기가 내게로 전해지는 기분이다. 그런 <>은 어떤 작품인가? 이 작품은 어촌마을인 K를 무대로 그곳에 인연이 있는 이들의 삶을 주인공을 바꿔가며 이야기한다. K를 떠나려는 일념으로 인연을 끊고 살아가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돌아온 지원, 지원의 친구로 어머니와 함께 K의 모텔 카리브를 지키는 주미, 하와이에 살던 인물로 연인인 P가 모텔 카리브에서 자살하여 K를 찾은 재인, 딸 잃고 폐인처럼 지내다 K에서 포장마차 하며 재기한 영식, K에 와서 지내는 베트남 출신 외국인 노동자 쑤언까지.

 

정확하게 말하면 다섯 명의 주인공이 있고,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순서대로 전개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라고 해야하나. 너와 나와 다를 바 없는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로서. 읽으면서 느낀건데 이 이야기들은 따스함을 주고받으면서 전개되어 나간다. 첫 번째 주인공인 지원이 느낀 따스함이 뒤에 주미에게 이어지고, 그 따스함을 주미가 재인에게 전하는 식으로. 이렇게 따스함이 이어지다보니 마지막으로 독자는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그 따스함을 이어받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삭막하고 힘든 세상에서 따스함을 이어주고,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 가슴 속 삭막함을 녹일 수 있는 기회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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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토럴리아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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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0.패스토럴리아-조지 손더스

 

이번 주도 글쓰기를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미루다 거의 일요일 끝나기 직전에야 앉아서 쓰기 시작한다. 급하다 급해 무슨 책을 가지고 글을 쓸까. 눈앞에 조지 손더스의 <패스토럴리아>가 보인다. 급하니까 눈에 보이는 이 책으로 글을 쓰기로 한다.

 

근데 막상 쓰려고 하니까 어떻게 쓸지 막막하다. 뒷표지를 보니 김중혁 작가의 추천글이 보인다. 뻔하지 않다라. 이 책이 뻔하지 않기는 하지. 아니 뻔하지 않으면서도 뻔하고 뻔하며서도 뻔하지 않다고 해야하나. 확실한 건 조지 손더스라는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풍자적이면서, 유머러스하고, 어딘가 이상하고, 기묘하고, 그 모든 게 뒤섞인 그로테스크함과, 그러면서도 사실적인 면도 있고, 평범한 이들의 삶에 대한 애정과 공감을 가지는 듯한. 줄기줄기 뿜어저나오는 과장과 독설, 어딘가 이상한 대화와 표현, 감상적이면서 독특한 서술과 묘사들이 뒤섞인 조지 손더스의 소설은 오직 조지 손더스만이 쓸 수 있는 소설로서 존재하며 독자들을 이 작가만의 세계로 이끈다. 여기에서 독자는 어딘가 이상하고 독특한 세계에세 헤매다 이상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쓰려고 앉을 때는 쓸 게 없었는데, 막상 쓰고보니 무언가 써지네.^^;; 역시 어떤 작가의 책이든 내 몸으로 스며들어와 무언가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글로 쓰면 되는가보다. 마치 조지 손더스의 글을 몸으로 받아들여 나만의 느낌으로 체화해서 써내려가는 듯한.

 

그 중에서 <시오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마치 최악의 상황을 이겨내는 이들의 풍자적인 소설인 <캉디드>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갑자기 좀비가 나오는 공포 소설로 넘어가는 듯 하더니, 마지막에는 슬픔과 공감을 초래하는 소설로 끝나는 느낌의 이 소설은 읽는 독자인 나를 정신 못차리게 만들었다. 소설의 장르나 정체를 알 수 없게 만드는 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유머 소설가 공포 소설과 가족 소설이 합쳐지고 조지 손더스 특유의 문장과 스타일로 이상한 재미를 주면서.

 

첫 소설인 <패스토럴리아>는 조지 손더스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이상한 독설과 궤변이 문장과 대화, 등장인물들의 글 곳곳에 나오면서 읽는 재미를 이끌고 동시에 마치 이 세상의 비유인듯한 몰락해가는 테마파크의 상황을 제시하면서 독자를 현실과 조지 손더스 특유의 세계가 합쳐진 소설로 몰아간다. 좋아지기보다는 더욱 더 나빠지는 상황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조응하는 듯하게.

 

다른 소설들도 조저 손더스 특유의 이상함과 현실성, 묘한 공감의 장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산다는 건 이상한 걸 견뎌내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렇게 본다면 조지 손더스의 소설은 이상하지만 동시에 어떤 면에서 기묘하게 현실적일 수 있다. 이상한 재미의 끝에 드러나는 현실성과 공감. 그 모든 게 합쳐진 그로테스크함. 나는 <패스토럴리아>에서 조지 손더스 소설 특유의 묘미를 만껏 느끼고 체험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눈을 돌려 세상의 뉴스들을 보니 세상 참, 이상한 일들이 많네. 마치 조지 손더스 소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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