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바스라그 연대기4:상흔(하)-차이나 미에빌

사람들이 무어라 하든 간에 바다는 절대로 잊어버리거나 용서하는 법이 없지.(45)

두 사람은 그들 사이의 막을 가르고 서로에게로 흘러 들어가 하나가 되려 하고 있었다. 섹스보다 훨씬 중요한 무언가를 위해 각자의 무결성을 무너뜨리면서.(103)

'우리는 전망을 갖고 이 연약한 세계에 상처를 내었고, 아주 먼 땅, 바다 건너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우리 표식을 새겼다. 우리는 부순 것을 재구출할 수 있으며, 실패한 것이 여전히 성공적인 것일 수도 있다. 가능성이 풍부하게 매장된 광맥을 찾아내어 그것들을 파낼 작정이다.'

... 그들은 정말로 세계에 상처를 입히고 세계를 부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이 끌어들일 힘을 해방시켰죠. 세상을 재구축할 수 있으며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가능케 하는 힘을... 그들이 가능성을 채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세계를 산산조각 내는 대격변의 결과, 커다란 균열이 남았습니다. 균열은 풍부한 잠재성의 광맥을 드러냈죠.

그들은 있었을 법한 일들을 뒤져 그 가운데 가장 유리한 것을 골라 세계를 재구축하는 데 쓰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매번 행동의 기로에는 무한한 수의 결과가 존재합니다. 수조 개가 잠재성이 있다면, 수십억 개는 현실성이 있고, 수백만 개 정도는 개연성이 있을 거라 간주되며, 그 가운데 몇 가지가 관찰자인 우리에게 가능성으로 인식되어... 단 하나만이 실현되는 거죠.

하지만... 고스트헤드들은 있었을 법한 일들의 일부를 조작하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가능성에 생명을 불어넣는 셈이죠. 가능성을 이용하는 것, 즉 가능성을 바로 그 실재를 통해 부정된 현실 속으로 밀어넣는 겁니다. 무릇 현실이란 실제 일어난 것, 그리고 일어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부정으로 정의되죠. 발현 기계를 통해 조절되면, 실현되지 않았던 결과들은 가속되어 현실이 됩니다.(169)

수백 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전쟁은 한편의 전시 모형 같았다. 현실을 재구성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 같지 않았다.(203)

상흔이란 곧 기억이다.(467)

나는 지금 아주 막강한 힘을 손에 넣었다. 가능성들을 채굴하여 그 가운데 하나를 현실로 만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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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을 죽이고 싶나 - 우리는 해냈다!
원샨 지음, 정세경 옮김 / 아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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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장을 죽이고 싶나-윈샨

금융 엘리트라면 남자든 여자든 사냥감에만 군침을 흘리는 늑대가 되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의 고객 역시 늑대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똑같은 늑대여야만 함께 최대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53)

​성공하는 사람은 다른 이의 시체를 밟고 올라가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거도 밟고 지나가야 한다.(195)

하늘이 내게 재능을 내렸으니 반드시 그 재능을 쓸 곳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능은 쓰일 곳을 알아야 비로소 쓸모가 있는 것이다.(282)

세상 만물은 하나의 순환이다. 끊임없이 흐르고, 전환하며, 이름을 바꾸고, 겉모습을 바꾸다 또 다른 순환을 맞이한다. 가장 먼저 본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승자이다.(340)

뭐든지 시작은 아주 중요한 법이죠.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렇게 시작이 중요한 만큼 멋지고 의미있고 뜻깊은 책으로 한 해 독서를 시작해야 했지만, 글쎄요, 세상 일이라는 게 자기 맘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그저 자기 앞에 다가온 삶의 힘앞에 밀려서 살아나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삶이고, 저의 2020년 독서입니다.(^^;;) <사장을 죽이고 싶나>를 2020년 첫 책으로 읽게 된 건,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이 책이 제 눈앞에 있어서 읽다보니 된 겁니다. 날짜 생각 안하고 읽다 뉘늦게야 이 책이 2020년 첫 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2020년의 목표 중 하나로 읽은 모든 책에 대한 서평을 계획한 저에게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냐는 중요한 점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이 책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까요? 생각끝에, 아, 무언가 떠오릅니다. 이 책이 포함된 장르인 '추리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해서 써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자, 그래서 한번 적어봅니다.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요? 역시 이것도 여러 정의를 내릴 수 있겠죠. 저도 제 나름의 정의를 여러번 내려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의를 한 번 내려보고 싶네요. 제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정의는, 추리소설이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는 이야기'로 바꾸는 장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죠. 문이 모두 닫힌,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에서 한 사람이 죽었다고 칩시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이 갇힌 상태에서 일어난 살인.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죠. 추리소설에서는 탐정이 여기서 등장합니다. 탐정은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추리력을 통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이 되는 이야기'로 바꾸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줍니다. (보충해서 말하면, 탐정이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사건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사건으로 바꿀 수 있으면 그건 추리소설이고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자체로 머물며 비현실적이거나 초현실적인 일로 마무리된다면 그건 공포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추리소설 이야기를 하니까 추리소설 이야기만 해보도록 할께요.^^;; 탐정이 이야기하는 '말이 되는 이야기'는 '진리,공리,진실'이라는 말로 바꿔도 됩니다. 탐정은 어둠에 가려진 진리,공리,진실을 찾아내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과 능력으로 어둠 속에 숨겨진 진리,공리,진실을 찾아내는 존재. 이렇게 적으면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이 얼마나 근대적인 장르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전근대라는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세상의 틀을 벗어나 이성과 논리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근대인이 되어 세상의 발전을 이루어내려는 근대성 그 자체인 문학 장르.

추리 소설도 어느 순간까지는 저런 근대성 그 자체로 존재해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근대를 넘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로 넘어서고, 절대적인 진리가 상대성의 세계에 자리를 내어주고, 복제품과 진품의 가치가 비슷해지는 세계가 되면서 추리 소설도 변화를 맞습니다. 진실을 탐구하는 진리의 추구자 같았던 탐정들이 이야기에 휘말려 들어가 이야기 속 등장인물에 불과하게 되더니 어느 순간에는 추리 소설의 틀 자체를 해체하는 모습까지 보이게 됩니다. <사장을 죽이고 싶나>는 어디에 있냐고요? 당연하게도 이 소설은 현대 추리 소설입니다. 진리의 추구자이자 진실의 대변자 같은 탐정이 나오는 소설이 아니라, 진실을 찾다가 그 진실이 거짓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소설.

<사장을 죽이고 싶나>도 추리소설이기에 범인이 있고 탐정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범인은 거짓의 존재이고, 탐정은 진리를 찾는 존재처럼 보이죠.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알게 됩니다. 범인도 탐정격의 인물도 다 거짓의 존재라는 사실을. 여기에 진리나 진실은 없습니다. 존재하는 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여 거짓을 통해서라도 살아남으려는 자본주의적인 인간들입니다. 그들을 지배하는 건, 살아남으려는 욕망, 성공하려는 욕망, 남을 짓밟고서라도 자신이 이득을 얻으려는 욕망입니다. 범인과 탐정격의 인물이 다른 건, 살인을 했냐 안했냐 정도입니다. 살인이라는 요소를 빼고 나면 둘은 똑같은 존재입니다. 진리가 사라진 세상, 복제와 진품이 구분이 잘 안되는 세상, 진실의 추구가 그 의미를 잃은 세상의 상징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잃고 나니 씁쓸해지네요. 하지만 그 씁쓸함이 세상의 진실을 담으려는 스토리텔링 속에 담겨 있기 때문에 무조건 씁쓸한 건 아닙니다. 세상이 조금 더 나은 곳이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 정도라고 할까요? 아쉬움은 결국 다음 책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집니다. 네, 저는 어쩔 수 없는 책벌레인가 봅니다. 자본에 대한 욕망을 책에 대한 욕망으로 변화시킨 책벌레. 그렇게 본다면 책 속의 그들과 저는 별로 다를 게 없는 현대적인 인간들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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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장을 죽이고 싶나-윈샨

금융 엘리트라면 남자든 여자든 사냥감에만 군침을 흘리는 늑대가 되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의 고객 역시 늑대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똑같은 늑대여야만 함께 최대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53)

천재와 범재의 차이는 사실 관점과 각도의 차이일 뿐이다.(174)

성공하는 사람은 다른 이의 시체를 밟고 올라가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거도 밟고 지나가야 한다.(195)

계약서 전체에는 그 계약을 체결헐 때의 정신이 담겨 있어요. 그 배후의 정신을 알고 거기에 고객의 필요를 대입하면 그런 조문의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요. 배우도 극 전체의 의미를 이해해야 맡은 역할을 적당히 해석할 수 있잖아요.(246)

하늘이 내게 재능을 내렸으니 반드시 그 재능을 쓸 곳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능은 쓰일 곳을 알아야 비로소 쓸모가 있는 것이다.(282)

세상 만물은 하나의 순환이다. 끊임없이 흐르고, 전환하며, 이름을 바꾸고, 겉모습을 바꾸다 또 다른 순환을 맞이한다. 가장 먼저 본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승자이다.(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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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읽고 읽는 책이나 읽은 책은 바로바로 공개하고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쓸 예정.

그 첫단계로서 올해 읽고 있는 첫 책을 공개한다.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지만, 이 책은 편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참고로 통합 권수로 따지만 이 책은 내 독서노트에 기록된 7900번째 책이다.

아마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 안에 8000권을 찍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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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읽은 책을 대충 정리해보니 379원을 읽은 것 같습니다.

읽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 건, 2019년 독서 기록 정리에 잠깐 오류가 있어서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 그쯤 읽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몇 권의 차이가 있겠지만, 거의 정확할 거라는 말이죠.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2019년의 제 독서사(??)를 한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1.2019년 전반기

-2019년 전반기는 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비문학 도서 읽기가 문학 도서를 앞지른 시기였습니다. 10년 넘어서의 시간동안 줄창 문학만 읽던 제가 드디어 10년전의 비문학 책만 읽던 시기로 되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동양고전 읽기의 강세. 진짜 말 그대로 동양고전 책들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같은 책이라도 출판사와 판본을 달리해서 계속 읽고 또 읽고. 해설서도 저자를 달리하며 읽고 또 읽고. 읽고 또 읽다보니 동양고전이라는 세계가 흐릿하게 보이는 듯 했습니다.

-서양고전을 읽다가 독서 졸도. 동양고전과 같이 서양고전을 읽으려는 생각으로 칸트와 헤겔의 책들도 같이 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칸트 책을 읽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머리가 아프고, 너무 힘들어서 1달간의 휴지기를 보냈습니다. 몸의 반응으로 책읽기를 중단했다고 해야할까요? 아마 나중에 다시 동양고전과 서양고전 읽기를 시작할 듯 싶습니다. 특히 읽다가 중단된 칸트 읽기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2.2019년 후반기

-다시 문학으로. 한달의 휴지기 이후로는 계속 문학만 읽고 있습니다. 머리 아픈 것도 없고, 힘들지 않고 읽어서 너무 좋네요.ㅎㅎㅎ

-문학 고전 도전 중. 제가 읽지 않았던 문학의 고전들을 집중적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음향과 분노><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팔월의 빛><재능><창백한 불꽃> <닥터 지바고> 등등의 책들을 난이도와 어려움에 상관없이 계속 읽고 있습니다. 읽다보니 어려운 것도, 쉬운 것도 다 하나의 문학에 수렴되고, 다시 그것이 삶 속으로 녹아드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선택한 2019년 올해의 책

병법노자-임건순

올해 저에게 가장 좋았던 책은 <병법노자>입니다. 딱 필요할 때에 나타나 딱 필요한 말을 해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뿐만 아니라 혼돈의 시대에 삶의 방법이자 생존의 무기로서 철학이 얼마나 유용할지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너무 좋았습니다. 철학이 당위의 결정체이자 진리의 구현물로서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라 사실을 너무 잘 알려 줬다는 말이죠. 저는 아마도 여기에서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이 갈라서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언젠가 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어찌되었든 두고두고 놔두고 꾸준히 읽으면서 이 책을 삶에 써볼 어떤 식으로든 써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뭐 무언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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