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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쳐보고 싶다. 드디어 이 책을 읽었다... 문학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던 십 몇 년 전부터 이 책을 읽겠다고 생각만 해왔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감개무량하다. 사실 이 책의 줄거리는 통속적인 불륜 이야기에 가깝다. 불륜을 저지른 여인이 자신과 불륜을 저지른 남자들에게 버림받고 비참하게 죽는다는. 하지만 이 책을 단순한 불륜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것은 책의 '스타일'이다. 놀랍도록 섬세하고 독특한 문학적인 표현들. 내용과 형식의 조화. 인물들의 개성, 행동, 사고를 통해 드러나는 캐릭터성. 직접 말하지 않고도 문체와 인물들과 내용들을 통해서 드러나는 동시대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 이 소설에서 흘러나오는 현대 소설의 느낌을 강하게 맡으며 나는 이 소설이 현대 소설의 원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이전 소설들에서 느껴지는 현대 소설과의 이질감이 이 소설에서는 강하지 않기에. 어찌되었든 나는 이 책을 읽었고, 읽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만족을 한다. 십년이 넘는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느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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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그 다음에는 너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조금 어이없지만 실소가 비어져 나왔다. 웃음, 답답함, 어이없음과 실소. 책을 읽은 내 반응을 보면 이 책이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이 책이 고골의 패러디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 역시, 무언가의 패러디라는 사실은 느꼈는데 고골의 패러디였군. 하지만 고골의 패러디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이 책은 재미 있는 풍자극이다. 이 책은 미친 사람들의 날뛰는 환장의 패러디이다. 이 책은 읽다가 너무 답답한 전개 때문에 읽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후기작품을 준비하는 작품이다. 후기 작품에 나오는 무신론적 허무주의자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의 원형부터, 후기 작품에 나오는 '아름다운 사람'의 선구적인 인물까지. 어쨌든 즐겁고 답답하게 책을 읽어나가다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떠오른 건, '이 책이 몰리에르의 <타르튀프>랑 너무 유사하잖아!'라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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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 뒷부분의 해설을 보니, 이 소설이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비평적인 좋은 평가와는 별도로, 내 개인적인 감상의 영역에서는 좋은 평가를 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종종 비평과는 상반된 태도를 보여왔다.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그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리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 어렵고 난해한 작품이 독자에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문학사적,사상적,철학적으로 좋은 비평적 의의를 가진 작품이 독자에게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독자는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 그에 따라 판단하고 느끼면 되는 거 같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은, 먹고 살기도 힘든 이 시대에 조금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나는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 비평과는 다르게. 그 재미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끌리는 습성, 낭만주의적이고 감상주의적인 성향 같은 것들이 많이 작용했다. 이 책을 읽고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여전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초기작들을 개인적으로 좋게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도스토예프스키, 소설가로서 사상보다는 서사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좋게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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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상, 나는 기본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초기작이나 중기작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사상이나 철학에 아직 심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설가로서의 이야기 구조를 이끌어나가려는 모습이 느껴져서. 깊고 심오한 사상이나 철학의 향취가 느껴지는 후기 걸작들의 문학성이나 가치를 인정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상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너무 당연하게도 <상처 받은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설이었다. 인물들의 장광설이나 광기, 작가의 사상이나 철학이 지배하는 소설이 아니라, 서사가 살아 있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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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보르헤스의 문학적 동지로서 보르헤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보르헤스 사후인 1985년 이후에야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가이다. 보르헤스의 문학적 동지답게, 그는 자신의 소설에 환상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소설적인 환상은 보르헤스와 다르다. 보르헤스의 환상이 문학적이고 텍스트적인 요소가 많다면, 카사레스의 환상은 과학이나 사상,철학에 기반한 좀 더 현실적인 것이었다. 문학적이고 텍스트적인 기법으로 현실과 환상을 겹치는 것이 보르헤스의 환상이었다면, 카사레스는 현실이 아님에도 마치 현실인 것처럼 보이는 환상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에 대한 확실성이 사라진 시대의 불확실한 현실적 경향을 소설로 형상화한다. 과학소설과 추리소설, 신화와 전설의 요소들을 이용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엄청 어려운 소설 같겠지만, 카사레스의 소설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학소설(SF)와 추리소설, 연애소설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서사 구조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보르헤스의 소설보다 훨씬 읽기 쉽다.(물론 동시대 아르헨티나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담거나 그것을 패러디하는 부분이 있기에 그걸 제외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어쨌든 카사레스의 환상 속에서 빠져서 헤매다보니 어느새 책이 다 끝나 있었고, 나는 필연적으로 다음 책으로 넘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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