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권 뒷부분의 해설을 보니, 이 소설이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비평적인 좋은 평가와는 별도로, 내 개인적인 감상의 영역에서는 좋은 평가를 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종종 비평과는 상반된 태도를 보여왔다.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그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리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 어렵고 난해한 작품이 독자에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문학사적,사상적,철학적으로 좋은 비평적 의의를 가진 작품이 독자에게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독자는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 그에 따라 판단하고 느끼면 되는 거 같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은, 먹고 살기도 힘든 이 시대에 조금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나는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 비평과는 다르게. 그 재미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끌리는 습성, 낭만주의적이고 감상주의적인 성향 같은 것들이 많이 작용했다. 이 책을 읽고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여전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초기작들을 개인적으로 좋게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도스토예프스키, 소설가로서 사상보다는 서사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좋게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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