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하게 말해보자. 고전은 분명 낡은 책이다. 이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고전은 결코 우리 시대의 우리 감각에 맞춰진 책은 아니다. 고전은 자신이 나온 시대상과 자신을 만든 이의 생각과 삶을 품안에 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고전은 반드시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러니까 고전은 낡았지만 반드시 읽어볼만한 책이다. 낡았지만 우리 시대에도 충분히 유효한 책.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고전의 정의다.

한 가지 더 말할 것이 있다. 우리가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가에 대한 것이다. 먼저 고전에 대한 맹신을 거부해야 한다. 고전을 종교적 믿음의 대상으로 삼아 그것이 무조건 옳고, 정당하며 그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는 종교적 광신도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고전에 대한 맹신과 더불어 고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과 비하 또한 삼가해야 한다. 이건 고전에 대한 반대방향의 맹신이다. 고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고전 읽기를 무조건 거부하며, 고전의 가치를 지나치게 평가절하하는 것 또한 다른 의미의 광신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남겨진 고전 읽기의 방향은, 맹신과 비하 사이의 길에 머물며 고전을 생생히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읽기이다. 그건 무조건적인 찬양과 비난 사이에서 때로는 고전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며, 때로는 고전의 위험성을 자각하는 '고전과 나 사이의 생생한 대화과정'으로서의 고전 읽기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보여줘야할 고전 읽기의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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