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올 사랑 -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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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4.앞으로 올 사랑-정혜윤

 

 

1.

 

지금은 책을 내지 않는 한 작가가 있다. 나는 그 작가의 책들을 좋아했다. 그의 문체가 좋았고, 그가 사고하는 방식이 좋았고, 그가 하는 말들이 좋았다. 그가 책에서 쓴 말 중에서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말이 있다. 그는 자신을 어찌할 수 없는 낭만주의자라 했다. 현실주의자처럼 하려고 해도 자신은 어찌할 수 없는 낭만주의자라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그는 어느순간 현실주의자가 되어버렸다.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은 다 잊은 것처럼. 그래서 지금은 그가 싫다. 낭만이나 이상은 갖다 버리고 자신만의 세계관에 갇힌 것처럼 보여서.

 

 

2.

 

나는 정혜윤 작가가 좋다. 다독가여서 좋고, 자신이 읽은 책을 기반으로 글을 쓰고 책을 내서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책에서 내비치는 그 사람의 모습이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에 이상주의자처럼 보여서이다.^^ 어쩌면 이건 책에서 보여주는 정혜윤 작가의 모습이 내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 삶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사람은 현실주의자이다. 아주 지독한 현실주의자. 그들은 일단 돈 이야기부터 꺼낸다. 부동산 가격이 어떻고, 주식가격이 어떻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등등등. 그 다음은 결혼, 육아, 자식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말들이 다 싫은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필요성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만 온통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무거워진다. 현실이 내 어깨를 내리누르기 때문에. 내가 버는 돈에, 벌어야 할 돈 생각에 힘들어지고,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저당잡히고 사는 현실을 싫어도 긍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럴 때 책에서 만나는 정혜윤 작가의 모습은 내가 현실의 무게감을 떨어버리고 조금 다른 곳으로, 이상과 낭만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 같다.

 

 

3.

 

<앞으로 올 사랑>에는 내가 생각하는 정혜윤 작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작가는 코로나 시대라는 죽음과 질병과 고통의 시기에, 죽음과 질병과 고통의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사랑을 노래한다.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적 사랑을 상상하는 식으로. 낭만과 이상과 예술과 책과 삶의 힘을 빌려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사랑을 통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성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말하는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간의 사랑,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과 지구에 대한 사랑,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사랑을 포함한다.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하여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기쁨이 찾아온다. 작가가 가진 온기가 글을 통해 내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4.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언가 한다면 무언가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무언가를 위한 발걸음은 내딛을 수 있다. 대책없는 낭만과 이상이 있었기에, 세상에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남들이 다 할 수 없다고 할 때, 할 수 있다며 발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있었기에, 무언가가 이루어진 것이다. 정혜윤 작가는 여기에 사랑이 있다고 한다.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과정으로서의 사랑.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 무언가를 하는 동사로서의 사랑. 무언가 하고자 한다면 무언가 해야 한다. 그게 정혜윤식의 사랑이다. 나 또한 그 사랑을 지지하고 하고 싶다. 비록 내 어깨를 감당하기 힘든 현실의 무게가 내리 누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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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0 07: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말씀 좋네요~! 아침부터 공감을 얻고 갑니다😆

짜라투스트라 2021-09-10 07:1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10-08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짜라투스트라 2021-10-08 18:55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당선이 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지금 알았네요. ㅎㅎㅎ

새파랑 2021-10-08 1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짜라투스트라님 당선을 축하드려요 ^^

짜라투스트라 2021-10-08 18:5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갑자기 당선되어 당황스럽네요.ㅎㅎㅎ

러블리땡 2021-10-09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짜라투스트라님 당선작 축하드려요 ^^

짜라투스트라 2021-10-09 14:22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10-09 0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짜라투스트라 님! 이 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을 많이 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짜라투스트라 2021-10-09 14: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근데 게으름이 늘어나서 최근에는 글을 안 쓰고 있는데 조만간 또 글을 써야겠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