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마리 까마귀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48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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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이다. 레오 리오니는 평면적인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저 종이를 잘라 올려 붙인 듯한 단순한 그림이지만 캐릭터들의 표정만은 생생하다. 이 그림책에서도 개구리의 모습은 입체감이 없지만 그 표정만은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전달해 준다.

   <여섯 마리 까마귀>라는 제목부터 이솝우화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면서 교훈을 전달할 것 같은데, 내 예상이 맞았다. 싸움은 싸움을 낳을 뿐이므로, 화해만이 살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발라바두르 언덕 아래 마을에서 밀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와 그 밭 언저리에서 사는 까마귀들의 이야기다. 농부가 잘 가꾼 덕에 농부의 밀밭은 기름졌다. 하지만 농부는 밀밭 근처 나무에 둥지를 튼 시끄러운 까마귀 여섯 마리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밀의 거의 다 익어갈 무렵 까마귀들은 밀밭에 내려와 이삭을 쪼아 먹는다. 그러자 농부는 허수아비를 세운다. 이 허수아비를 비웃듯이 까마귀들은 허수아비를 쫓아버리기로 하고 나무껍질과 마른 잎을 모아 사납고 흉한 새 한 마리를 만들어 연처럼 하늘에 띄운다.

  이에 놀란 농부는 원래 허수아비 옆에 더 무섭게 생겼고 크기도 커진 허수아비를 세운다. 이를 보고 까마귀들은 더 많은 나무껍질과 나뭇잎을 모아서 더 크고 사납게 생긴 새를 만들어 띄운다.

  소심하고 겁 많은 농부다. 가짜 새의 모습에 기겁한 농부는 집밖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자 밀은 시들시들해진다. 나무구멍 속에 살면서 이 둘의 싸움을 지켜봐오던 부엉이는 둘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양측의 대화를 촉구한다. 다행히도 농부와 까마귀들은 부엉이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타협하고 화해한다.

  이 둘이 오기 때문에 끝까지 싸웠다면 밀은 끝내 시들어 죽었을 테고 농부와 까마귀들 모두 아무런 소득도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더 늦기 전에 현명한 방안을 찾아내서 다행이다. 는다. 양측 모두 처음에는 화가 나서 자기주장만 했지만 차츰 마음을 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함으로써 화해할 수 있게 되었고 친구가 된다. 이야기는 허수아비가 웃고 있는 것으로 끝이 난다. 화는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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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거인 존 온세상 그림책 11
아놀드 로벨 지음, 이윤선 옮김 / 미세기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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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반적으로 옛이야기나 그림책에 등장하는 거인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을 몰래 잡아먹는 괴물로 그려지거나 어리석어서 지혜로운 사람에게 당하는 일쑤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거인이 착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그려진다. 물론 너무 착해서 조금은 어리석어 보이는 구석이 있긴 하다.

  주인공 거인 존은 마법의 숲에 살고 있었다. 그곳에는 마법의 춤곡을 연주하는 요정들도 함께 살았는데, 존은 요정들이 음악을 연주하면 끝도 없이 춤을 춰야 했다. 이는 거인 존이 요정들의 지배를 받았거나 너무 착해서 요정들의 청을 무시하지 못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어쨌든 거인 존은 오랫동안 춤을 춰 발이 아파도 멈추지 않는다. 그런 존이 고향을 떠나게 된 계기는 먹을 것이 없다며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집을 떠난 거인 존은 왕의 가족이 살고 있는 성에서 일할 기회를 갖는다. <걸리버 여행기>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성에서 거인 존은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성의 일을 하며 행복해진 존은 왕에게서 품삯을 받아 집에 오려 했는데 또 요정들이 찾아와서 마법의 춤곡을 연주한다. 그 바람에 성을 무너뜨려 한 차례 곤혹을 치르지만 무사히 집에 돌아오게 된다.

  존이 집에 와서 맞닥뜨린 엄마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구두를 도마에 얹어 썰어먹으려 한다. 얼마나 먹을 것이 없었더라면...다행히 존 덕분에 존과 엄마는 콩을 사다 먹는다. 그것도 요정들과 모두와 나눠 먹는다.

  거인 존의 이야기는 언제나 밝은 마음으로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가난해도 좌절하지 않고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다. 또한 거인 존은 한때 자신을 괴롭힌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마저도 사랑하는 넓은 마음을 보여준다.

  <아놀드 로벨 우화>와 <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로 칼데콧 상을 받았고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으로 칼데콧 아너 상을, <개구리와 두꺼비와 함께>로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아놀드 로벨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는데,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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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미야 세상을 주름잡아라
임정진 지음, 강경수 그림 / 샘터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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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의 최대 걱정이 바로 주름이다. 이제 얼굴이 잔주름이 가기 시작했다. 입가에 굵은 주름이 생긴 지는 벌써 오래 되었지만 다행히도 눈가에는 잔주름이 없어서 내심 좋아했는데 슬슬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 주름들을 정말 다리미로 필 수 있다면 피고 싶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이 내 마음에 팍 꽂힐 수밖에.

  이런 점에서 이 책을 마음에 위안을 주는 책이다. 또한 과학책이다. 주름이 얼마나 과학적인 원리인가 알려준다. 좁은 공간에 많은 것을 집적시킬 수 있는 것이 주름이 가진 과학이다. 주름치마. 보기에도 좋아 보이고 주름이 펴지면 넓기 때문에 얼마나 활동적인가. 부채 또한 주름 때문에 접었다 펼 수 있고 그렇기에 휴대하지 간편하다. 우산이나 병풍 모두 보관의 편리성을 주름에서 얻은 장치들이다.

  이 책은 이렇게 주름이 진 물건이나 동물들이 결성한 주름협회의 회장 선거에 관한 이야기다. 동물 중에서 주름 하면 코끼리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코끼리 코 말이다. 동물원에 살고 있는 코끼리가 이런 중차대한 날을 맞아 사육사의 허락을 받아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된다. 코끼리를 염려해서 사육사 아저씨가 동행하는데 이 아저씨의 이마에도 주름이 잡혀 있다. 여기에 주름치마가 자신의 주름을 잡아주는데 일조한 다리미를 데리고 와서는 회장으로 추천하는 바람에 한바탕 논의가 인다. 종이가 찢어지는 바람에 종이를 새로 붙였다가 주름이 없어지는 바람에 선거장에 돌아오지도 못한 합죽선의 주름도 잡아준 덕분에 다리미는 합죽선의 지지도 받지만, 다리미 반대파들은 다리미는 다리미풀, 홍두깨, 인두, 다듬이돌과 함께 빤빤 회원이라고 다리미의 회장 추천을 결사반대한다. 결국 회장은 번개무늬주름이 잡힌 타이어가 뽑힌다.

  앞서 말한 물건들 외에도 주름빨대, 아코디언, 빨래판 등이 등장해서, 주름은 미끄러운 것을 막아주고 좁은 곳에 큰 것을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며 자랑한다. 또한 주름은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며 그래서 그 속에 삶의 지혜가 있다고 주름을 찬양한다. 이것이 바로 주름의 미덕이다.

  작가 역시도 주름이란 있으면 지저분하고 다려서 없애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구겨진 옷감이 유행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서 주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단다. 이렇게 이 글은 무언가를 판단할 때 한 가지만 보고 좋다 나쁘다 결정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썼다고 한다. 그리고 노인의 주름 속에 삶의 지혜가 담겨있음을 잊지 말자. 요즘 주름을 펴주는 주사가 유행인데, 이렇게 해서라도 없애야 하는 것이 주름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주름을 시간의 흔적으로 좋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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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잣는 거미
케이트 패티 지음, 메리 클레어 스미스 그림, 최미경 옮김 / 책그릇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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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을 자세히 관찰한 적이 있는가? 우리 집에는 마당이 있는데 거미가 줄을 자주 쳐놓는다. 하지만 거미줄에 해충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그대로 둔다. 그런데 밤새 비가 온 다음날 아침에 빗방울이 맺힌 거미줄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거미만이 그런 자연의 축복을 타고났다. 거미의 이런 속성 때문에 아테네와 아리아드네의 신화가 생겨난 것 같다. 그 신화 때문에 베틀과 거미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돼 버렸다. 이 책도 바로 거미의 이런 신화를 배경으로 한다.

  그림이 예쁘다 .표지의 분홍색도 그렇고 본문 중에도 분홍색이 자주 나오는데 무척 예쁘다. 여자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옛날 숲속 오두막에 애리언이라는 옷감 짜는 소녀가 살았는데, 그 소녀는 모든 동물이나 곤충들을 친구처럼 대했다. 그래서 거미가 집안에 쳐 놓은 거미줄도 걷지 않을 정도다. 애리언이 멋진 옷감을 짤 수 있는 비결은 아름다운 상상력에 있다. 양모를 짤 때에는 초록빛 잔디밭에서 풀을 뜯는 양들을 떠올리고, 면을 짤 때에는 하얀 솜 같은 구름을 생각하고, 비단을 짤 때는 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누에를 연상한다. 즉 실의 재료가 되어준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옷을 짤 때 사용하는 실들을 어디서 뽑는지 자세히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애리언에게 시련이 다가온다. 마음씨가 나쁜 여왕은 무도회에 참석한 한 공주가 입은 애리언이 짜준 드레스를 본 뒤론 애리언을 데려다 궁전에 가두고는 자기의 드레스만을 짜게 시킨다. 먹을 것도 주지 않고서 하룻밤만에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멋진 드레스를 짜라고 강요한다. 그러더니 결국에는 이슬처럼 영롱한 빛이 반짝이는 비단을 짜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

  그러나 애리언은 이 어려운 과제도 거뜬히 해결한다. 이 부분은 <벌거숭이가 된 임금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마음씨 고약한 여왕에게는 그 멋진 비단이 보이지 않고 비단을 짜는 데 수고했던 수백 마리 거미만 보인다. 여왕은 놀라 자빠지고 이 소동 중에 애리언은 집으로 도망쳐 온다. 그 다음 이야기에서는 여러 공주 이야기에서처럼 왕자가 등장한다. 애리언처럼 그 멋진 비단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착한 왕자 말이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온정을 베풀고 착하게 산 사람은 그 보답을 받게 된다. 우리 옛이야기에도 이런 식의 은혜 보답형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서양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들을 가진 모양이다. 아무튼 작은 생물이라도 그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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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그림책 보물창고 51
케이트 뱅크스 지음, 신형건 옮김,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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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들이 제법 많다. <틀려도 괜찮아>, <불편해도 괜찮아>, <조금 느려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슬퍼도 괜찮아> 등이 있다. 왜 ‘괜찮아’라는 제목의 책이 많을까? 아마 괜찮지 않다고 생각할 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인 이상 어찌 실수가 없겠는가. 그럴 때 위로가 되는 말이 ‘괜찮아’다. 그런데 이 말을 쓰는 데 매우 인색해졌다. 특히 자녀들에게 말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실수해도 괜찮다’고 괜찮다고 위로해 준다. 지우개가 있으니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용기를 준다. 이 책에서는 연필 꽁무니에 다는 돼지, 악어, 부엉이 모양의 지우개들이 등장한다. 이들에게는 각자 역할이 있다. 악어는 수학 문제 담당, 부엉이는 글자 담당, 먹는 것을 좋아하는 돼지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지우는 담당이다. 그런데 이 지우개들이 이들의 주인인 아이가 그리는 그림을 보다가 아찔한 모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 아이가 그림을 고쳐 그리는 덕분에 무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이들은 ‘실수 없는 세상이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말한다.

  실수를 연발해서는 안 되겠지만, 실수를 두려워해서 어떤 일을 시도조차 않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되겠다. 시행착오란 말도 있지 않은가. 실수하면서 배우게 되는 법이다. 많은 이들이 예로 드는 아기가 걷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라. 아기는 수많은 노력 끝에 걸음을 뗄 수 있게 된다. 만약 아기가 한 번 넘어졌다고 다시 일어서려고 하지 않았다면 평생 걷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아기 때부터 이런 노력을 하면서 자라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까짓 실수 한 번 어쩌랴. 마음의 지우개로 지우면 된다. 실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긍정의 자세를 가르쳐 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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