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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내일 - 1차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아이들의 전쟁 일기
즐라타 필리포빅 지음, 멜라니 첼린저 엮음, 정미영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부터 얼마 전에 일어난 이라크 전쟁까지 전쟁을 경험했던 아이들이 전쟁 당시에 썼던 일기를 모아 놓은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을 경험했던 독일인 피테 쿠르, 2차세계대전을 경험했던 싱가포르인 실라 알란, 2차 세계대전시 유태인 대학살을 피해 살아남은 폴란드인 클라라 슈왈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인 에드 블랑코, 보스니아 전쟁 때 사라예보에 있었던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인 즐라타 필리포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을 경험했던 이스라엘인 시란 젤리코비치, 역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을 경험했던 팔레스타인인 메리 해즈보운, 이라크 전쟁을 경험했던 이라크인 호다 타미르 제하드의 일기를 모아놓은 것이다.
1차세계대전을 경험했던 피테 쿠르의 일기는 1914년부터 1918년 사이에 쓰여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록된 호다 타미르 제하드의 일기는 2002년과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쓰여진 것이다. 2004년이라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불과 5년 전이다. 1차세계대전 전에도 나라간의 수많은 전쟁들이 있어 왔지만,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재앙이라 할 수 있는 큰 전쟁을 치르고 나서도 세상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끔찍한 고통을 겪고서도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기에 이렇게 끝이 나지 않을까?
사실 나는 전쟁을 모른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나라의 중대 이념 중 하나가 반공이기 때문에 그에 발맞춰 많은 반공영화를 보여줬기에 전쟁이 참상이 어떤지는 조금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전쟁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얼마나 크나큰 비극인지 알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가 전쟁에 군인을 파견하고 있는 지금에도 우리는 전쟁을 모른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전쟁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지를 다시금 깨달았으며, 우리 아이들이 영화나 게임을 통해 전쟁을 그저 전쟁놀이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이 책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졌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이들의 고통과 그 당시의 상황을 조금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고통 속에서도 기록을 하고, 비록 내일을 빼앗겼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그들이 꿈꿨던 내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밝은 내일을 맞을 수 있었던 것 같아 기뻤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일기하면 <안네의 일기>만 떠올랐는데 그녀의 일기말고도 이렇게 전쟁의 참상을 전해주는 일기가 많다니 안타까웠다. 안네의 일기로 전쟁의 일기가 끝맺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무튼 전쟁은 우리에게는 결코 있지도 않은 일 같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지금도 세계 어떤 곳에서는 전쟁과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방송을 통해서도 간혹 그 참상을 전해 듣게 된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전쟁이라는 것이 결코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며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놓는 것임을 상기해야 되겠고, 그런 일들이 나와는 먼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임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이렇게 가슴 아픈 일기가 쓰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