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우리 역사 속 신문물 엿보기 CQ 놀이북
김온유 지음, 임덕란 그림 / 엠앤키즈(M&Kids)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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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한 박물관에서 유리 거울이 달린 경대를 보면서 도대체 유리 거울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궁금해 했던 적이 있다. 분명 옛날에 청동거울을 사용했다고 들었는데...이 책 거울 편을 보면 경장이라는 제조기술자를 따로 두고 거울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던 조선시대부터 거울 제조 기술이 발달했단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유리 거울이 사용된 것은 1883년경 인천헤 판유리 공장이 건립되면서 유리가 대량으로 생산되자 얼굴을 비추는 면경이 널리 보급되면서부터 란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별명인 아천성이었던 마술사 김광산과 성종이 몹시도 좋아했던 불꽃놀이에 관한 이야기다.

전에 고춧가루를 사용한 빨간 김치가 광해군 이후에 만들어졌다고 담배도 임진왜란 이후에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김치하면 당연히 한국이고, 그런만큼 빨간 김치가 예전부터 전해려 내려왔는 줄 알았는데, 예전 김치는 소금에 절인 하얀 김치였고 김치에 고춧가루를 사용하게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였단다. , 옛이야기를 할 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고 시작하기에 당연히 아주 먼 옛날부터 담배가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것 역시도 임진왜란 이후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으레 예전부터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중 조선 후기나 개항기에 전래된 것들이 제법 있다. 이 책은 바로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전래된 문물에 대한 이야기다.

안경, 담배, 거울, 전차, 전깃불, 전화, 커피, 사진기, 불꽃놀이, 감자, 자행거, 야구, 마술사, 양초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것들이 개항기 때 들어온 것들이다. 이 중 불꽃놀이는 고려 때 최문선이 화약을 발명한 이래 궁궐에서 외국 사신을 접대하거나 명절에 행해진 놀이란다. 양초 이전에도 삼국시대부터 자초, 홍대초가 있었는데, 현대와 같은 파라핀 초는 19세기 중반에 석유 정제 산업 이후에 등장하게 되었단다. 양초가 무엇인지 몰랐던 사람들이 양초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방정환 선생님의 <양초귀신>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또 마술사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웠다. 서울에서 마술은 당시에 황금관이라 불렸던 국도극장에서 주로 행해졌다고 한다. <서울잡학사전>이라는 책에는 당시에 김연수라는 마술사도 있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자전거를 1895년 서재필 박사가 미국에서 들여왔고 당시에는 자행거라는 불렸다가 자전거로 명칭이 바뀌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당시에 서양문물 모두가 환영을 받지는 못했음을 사진과 전차, 전기불 편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전화 덕분에 백범 김구 선생님이 목숨을 구했다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진 것이고,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져 사용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것들이 어떤 시기에 우리 곁에 다가와서 익숙해졌는지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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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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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섬뜩섬뜩하다. 이 책에서 총기로 현장학습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남아있던 친구들을 죽인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총기 난사 사건이 떠올랐을 뿐이지, 이런 사건 말고도 우리 마음을 아리게 하는 사건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 화가 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어째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봐도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이야기도 적잖다. 문제 학생에게는 문제 부모가 있다고는 하나,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 경우도 있으니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 책 <번외>에 나오는 K도 그렇다.

K는 저마다의 이유로 현장학습에 참여하지 못해 학교에 등교해 영화 감상을 하던 사이에 함께 있던 이들은 총기로 살해한다. 이 책의 주인공도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현장학습에 못가고 학교에 등교하게 되는데, 사건이 벌어질 때는 다행히도 국어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느라 현장에 없어서 화를 면하게 된다. 이 책은 그 후 꼭 1년이 지나 사망자들에 대한 추도식이 있던 날의 주인공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원래도 발작도 있는 등 몸이 허약하다. 그런 아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고, 게다가 자신이 호감을 가졌던 급우가 가해라지니 그 충격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이 아이는 정신과 치료도 받지만 그것이 크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가 하는 행동들이 주위 사람들로서는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

즉 이 책은 학내의 총기 난사 사건이라는 사건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생존자가 받게 되는 상처와 그에 대한 주위의 색다른 시선을 그를 더 힘들게 함을 들려준다. 이 책 96쪽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어제가 바로 1주기 추모일이기까지 했는데. 유일한 생존자가 이렇게 인생을 낭비하고 잇다는 것을 알면, 하늘에 잇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얼마나 슬퍼하겠어?... 네 인생이 죽은 아이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덤인 것마냥 얘기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든...”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이 그 아이에게 더 큰 상처가 됨을 헤아려야 하겠다.

요즘에는 트라우마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만큼 사건, 사고도 많고 이로 인해 마음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심리 치유에 노력을 기울이는 움직임이 커졌다. 그렇지만 전문의를 통한 일대일 치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시선 또한 바뀌어야 이들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도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사건의 희생자에 대해서는 동정을 하면서도 정작 사고에서 살아남은 자에 대해서는 이 책의 다른 이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사건만 아니었더라면 주위의 관심도 안 받고 편안하게 살았을 사람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달갑지 않은 관심도 받아야 하고, 더욱이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 책 주인공 역시도 자신이 번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사건의 희생자뿐 아니라 생존자도 더 큰 희생자이자 피해자임을 깨달았고 이들에게 부담주지 않는 행동을 해야 이들이 속히 치유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살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함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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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히치하이커 -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17
문이소 외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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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바둑 대결을 벌인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이 널리 알려졌고 대형 병원에서 암 진단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아직까지도 로봇과 인공지능은 내게는 먼 미래의 이야기만 같다. 얼마 전에 VR체험관에서 가상현실을 처음으로 체험해 봤고 올 봄에 개봉한 영화 <레디플레이원>을 통해 가성현실이 일상화된 미래 사회를 엿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런 것들이 일반화된 미래를 상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런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고 각종 책이나 기사를 보면 그런 시대가 우리 아주 가까이에 다가온 것 같다. 이 책 <마지막 히치하이커> 역시도 우리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책 중 하나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청소년소설에서는 이런 SF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 한 두 편씩 등장하고 있는 것을 봐도 로봇이 우리 사회에 가까이 다가오긴 한 모양이다.

이 책은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인 <마지막 히치하이커>를 비롯하여, 이 작품을 쓴 문이소의 신작인 <목요일엔 떡볶이를>과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응모작인 남지원의 <로봇과 함께 춤을>, 은이결의 <절대 정의 레이디 저스티스>, 민경하의 <잠수>, 이렇게 5편의 중, 단편이 수록돼 있다.

이 중 <마지막 히치하이커>2015에 뉴스로 보도됐던 히치봇을 소재로 한다. 이런 로봇이 있었던 것도 이 책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다. 히치봇은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로봇으로, 히치하이킹을 통해 정해진 목적지까지 낯선 사람의 차를 얻을 타고 정해진 목적지에 돌아오도록 프로그램된 로봇이다. 이 로봇은 2014년에는 19번의 히치하이킹을 통해 캐나다 여행에 성공했고, 그 해 겨울에는 독일 여행도 무사히 마쳤단다. 그런데 2015년 여름에 미국 횡당 여행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인간의 폭력에 의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히치하이커>는 바로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나라는 여학생이 물에 쳐박혀 있던 히치봇 몰리오를 만나, 그 로봇의 목적지인 대전까지 돌아갈 수 있게 돕는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자율주행자동차로 버스기사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이유로 고속버스 기사에게 승차거부를 당하기도 하고 호기심만 보이고 홀대하는 사람들도 만나지만 보나의 노력 덕에 무사히 로봇연구소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기사에서 보도되었듯이 인간의 폭력에 의해 망가진 로봇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몰리오 이전 세 대의 히치봇들은 인간에 의해 훼손된다. 이 이야기를 위해 인간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목요일엔 떡볶이를>은 혼자 외롭게 사는 사람들에게 정서 지원을 담당하는 로봇인 루빈에 대한 내용이다. 이 루빈 역시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가사일을 대신해 주는 존재이고 화풀이 대상이지만, 마음씨 따뜻한 할머니로부터 정서적인 교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 가장 슬펐던 이야기는 <로봇과 함께 춤을>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사이보그에 관한 것이다. 춤을 굉장히 잘 추었던 댄서였지만 딸 아이가 죽은 이래로 백수로 지냈던 민준이 아빠가 아들을 위해 로보파크에서 로봇의 댄스 지도자로 취업을 하지만,보다 완벽한 춤을 위해 사이보그가 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면 아들과의 추억마저도 잃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을 가진 판사 이야기를 다룬 <절대 정의 레이디 저스티스>와 제주의 용왕 할망 전설과 외계인의 이야기를 다룬 <잠수>로 색다르며, 시사점을 준다. 특히 절대 정의 레이디 저스티스는 판사로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앞으로 없어질 직업으로 판사도 포함된다는데, 이 책을 보니 이런 예측이 섣부른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만든다. <잠수>는 판타지 동화같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청소년소설 하면 학교폭력과 왕따 같은 소재를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미래 사회를 다룬 이런 신선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앞으로도 과학 발전으로 인해 달라진 미래 사회를 짐작해 보게 하고 그 시대가 갖게 될 문젯거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책들을 통해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큰 꿈을 꾸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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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진짜 리더십이 필요해! - 십대를 위한 리더십 사용 설명서 사계절 지식소설 17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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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학교는 내년도 학생회장을 뽑기 위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홍보전이 한창이다. 예전에는 으레 공부도 잘 하고 선생님의 인정을 받는(쉽게 말해서 자타가 공인한) 학생이 학생회장이 되는 경우가 거의 다였지만, 요즘은 공부는 그다지 잘 하지 않더라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예상 밖의) 학생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이 학생회장으로서 꼭 필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성실한 경우가 많기에 이왕이면 학생회장을 잘 해낼 학생이 뽑혔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학생들 간의 인기로만 뽑힌 경우에는 선거 전에 갖게 했던 우려를 드러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여 지금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야말로 <이젠 진짜 리더십이 필요해>일 것이다.

이 책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리더십 동아리라는 동아리에서 조별 토론을 통해 리더의 자질에 대해 탐구해 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떤 종류의 리더십이 있고,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이며 리더를 잘못 뽑았을 경우 벌어지는 이야기와 본받을 만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에 대한 이야기까지 리더십에 관련해서 생각해 볼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의 진행과정이 학생 동아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이 책을 청소년용 도서라 하지만, 우리 어른들도 꼭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으로 물러나게 하고, 전임 대통령들이 재판을 받는 것을 보면서 나라의 리더를 잘못 뽑은 어른으로서 아이들 보기에 무척 부끄럽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궁색한 변명이겠지만), 우리 세대는 자랄 때에 리더로서의 교육보다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면서 국가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교육에서 리더가 되라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고. 그러면서도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는 자세히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도 리더에 대해 그릇된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그동안은 리더라 하면 이 책에서 말하는 카리스마 리더를 연상했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리더라면 카리스마를 먼저 떠올리는데, 이제는 팀원을 존중하는 서번트 리더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꼭 새겨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책에는 우리가 경험한 잘못 뽑은 리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모두가 리더가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없기에 리더를 잘못 뽑을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그에 대한 책임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따라서 리더가 아닌 사람들은 모든 일을 리더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팔로우십을 발휘해 조직이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이 책의 리더의 자질뿐 아니라 조직의 업무 수행을 성공하게 하는 팀원의 자세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이 책에서 특히 기억해야 할 점은, 이 책 83쪽에서 평범한 팀원이 되려고 해도 이제는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어요, 왜냐하면 어떤 조직이든 적극적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듯이, 지금은 누구나 리더십을 갖추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늘 리더로서의 자세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리더라는 마음으로 참여한다면 어떤 일에든 적극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고, 리더를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리더에 대해 바른 가치관 정립이 필요할 텐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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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 생명 과학 기술의 최전선, 합성 생물학, 크리스퍼, 그리고 줄기 세포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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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가끔 실험한 내용을 들려준다.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이해하지만 내가 워낙 생명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거나 건성으로 듣게 경우가 많다. 이왕이면 자녀와 학문적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를 보게 되었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세포핵 속에 있는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염색체에 담긴 유전자를 총칭하는 말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보다 쉽게 말하면 한 생물이 가진 '유전 정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게놈 앞에 포스트가 붙었으니 유전 정보가 밝혀진 이후의 생명과학의 동향에 관한 내용일 거라고 책 내용을 짐작해 본 뒤 읽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생명과학 지식도 게놈 지도 완성까지였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이 책은 이미 밝혀진 유전 정보를 토대로 유전자를 합성하는 '합성 생물학'과 그 합성 방법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는 'CRISPR(크리스퍼)'라는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어보는 나같은 이에게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저자 송기원이 쉽게 설명해서 이해할만했다.

저자는 CRISPR 기술을 지퍼가 고장 났을 때 이빨이 나간 부위만 잘라내고 새로운 지퍼 조각을 끼우듯이 특정 유전자만 잘라내고 다른 유전자를 끼우는 원리라고 쉽게 설명해 준다. 이 기술은 자신의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절단해 그 정보를 자신의 유전체 내에 저장해 가지고 있다가 다음에 다시 같은 유전 정보를 갖는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저장된 정보로부터 침입한 DNA 염기 서열을 인식해 잘라 버려 무력화하는 CRISPR(간헐적으로 반복되는 회문 구조 염기 서열 집합체라는 뜻이란다)라는 유전자를 포함한 세균의 면역 반응 시스템에서 유래했다. 이 기술 등장 이전에는 제한 효소, 징크 핑거 가위, 탈렌이라는 유전자 가위 등이 사용됐었는데, 2012년부터 CRISPR가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해 지금은 생물의 유전체를 변형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주는 혁신적인 기술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이 CRISPR 기술이 등장하기까지의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달 과정과 이 기술을 사용한 여러 연구에 대해 들려준다. 아직까지도 치사율이 높은 말라리아모기나 에이즈 또는 유전병 치료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며, 이 기술을 활용한 슈퍼돼지의 생산에서 심지어는 맥주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용 연구 상황에 대해 들려준다.

하지만 이런 생명과학 연구가 가진 생태계 교란의 위험성과 생명 윤리 문제도 지적해 놓았다. 일례로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말라리아모기의 유전자를 편집해 말라리아모기를 인간에게 치명적이지 않게 바꿔 놓을 수는 있지만 여러 세대가 지났을 때 그것이 또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그 기술을 생명체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실험 대상이 되는 생명체에 대한 윤리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GMO 식품의 유해성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영향력을 쉽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유전자 가위 기술의 영향력은 더 클 것이며, 그런 만큼 결코 쉽게 적용할 기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자가 이런 책을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혁신적인 생명과학 기술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안내하는 목적 외에도, 과학자들이 올바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일반인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경종의 의미에서 말이다. 아무튼 나의 독서 습관상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으나 생명과학적 연구에 관심이 커진 요즘 누구나 한 번 쯤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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