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잡는 아버지 창비청소년문학 18
현덕 지음, 원종찬 엮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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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동화작가로 알려진 현덕의 작품이다. 현덕에 대해서는 월북작가라는 것과 그의 작품인 <남생이>가 인천 부둣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만든 동화 캐릭터 중에 노마가 유명하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이 작품은 몇 년 전부터 추천도서로 초등생들에게 읽히고 있는데, 나는 이제야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때 농촌을 배경으로 한 만큼 지주를 대신하여 소작농을 관리하는 마름과 지주에게 땅을 빌어 사는 소작농이 나온다. 이 책의 주인공 경환이와 바우는 소학교 동창으로 경환이는 마름의 아들이고 바우는 소작농의 아들이다. 그런 만큼 경환이는 소학교 졸업 후 서울 학교에 진학했고 바우는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집에서 소를 키우며 그나마 그림을 그리면서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설움을 이겨내고 있다.

여름 방학이 되어 경환이가 멋진 옷을 입고 고향에 내려와 동네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유행가도 가르치며 나비를 잡는다. 바우는 그런 경환이가 못마땅해 경환이가 나비를 잡는 것을 은근히 훼방을 놓는다. 이에 분개한 경환이는 바우네가 식량 마련을 위해 키우는 참외밭을 망가뜨려 놓는다. 이 때문에 바우는 경환이와 싸우게 된다.

경환이네서 이 둘이 싸운 사실을 알게 되자 경환이 부모는 바우가 나비를 잡아와서 경환이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바우네가 더 이상 땅을 부쳐 먹을 수 없게 할 거라고 엄포를 놓는다. 이에 바우 아버지는 화가 나서 바우의 그림마저 불태우면서 바우에게 나비를 잡아가서 경환이에게 사과하고 오라고 야단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작을 떼이게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하지만 바우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산에 올라갔다가 누군가 나비를 열심히 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누구였을까?

부모의 마음은 다 그런 것이다. 아들에게 야단을 쳤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아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을 알았을 것이다. 바우도 몹시 속상했겠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존심도 내팽겨쳐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돼서 다행이다. 그래서 바우가 더욱 안됐다.

경환이는 몹시 얄밉다. 왜 항상 가진 자들은 더 못 가져서 안달일까? 너그럽지 못할까? 똑같이 땅을 부쳐 먹는 입장에서 같은 편이 되어 돕지는 못할망정 약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못 가진 자를 핍박하려 들까? 일제시대에 우리나라 농민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현실이라고 하는데, 이런 힘의 논리가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하니 무척이나 화가 난다. 선진사회라면 이런 것이 개선돼야 할 터인데...앞으로는 희망을 가져본다.

지금도 우리의 많은 부모들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참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현대는 자본이 중요해진 세상이기 때문에 자본을 획득하기 위해 여러 가지 면에서 감내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이런 사회생활의 고단함을 이 책을 통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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