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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할 때 재그하라 - 헤가티의 49가지 창의적 생각법
존 헤가티 지음, 장혜영 옮김 / 맥스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지그할 때, 재그하라!>는 제목이 난해하게 들렸다. 창의성 계발에 관한 책이라고 하니, 남과는 다른 길로 가라는 뜻인가 보다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왜 우리나라에서 팔 책인데 책제목을 그렇게 붙였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답을 50쪽에서 볼 수 있다.
‘지그할 때, 재그하라’는 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크리에이티브상을 수상한 영국의 광고회사 BBH의 창업자이자 현역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자(존 헤가티)가 청바지 제조업체인 리바이스의 블랙진 광고를 제작할 때 사용한 카피였다. 하얀 양들 사이에 검은 양 한 마리가 있는 포스터와 함께. 그런데 포스터 속 검은 양은 색깔만 다른 게 아니라 쳐다보는 방향도 흰 양들과는 정반대다. 매우 흥미로운 광고였다. 1982년도 광고라는데,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것 같다. 이 광고 포스터는 창의력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함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 책은 판형도 작고 쪽수도 135매에 불과하지만 이 이야기를 포함해 총 49가지의 창의적인 생각법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에 창의력이 화두로 등장한지는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그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아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창의성에 대한 촉구는 더 거세지고 있는 것 같다.
알다시피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만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인데, 이 책을 활용하면 그 방법을 쉽게 터득할 수 있고, 창의력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편견도 수정할 수 있다. 각 방법당 2~3페이지당 핵심 내용만 쉽게 설명해 놓아서 그 의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책의 전체적인 편집 자체는 영어 단어가 크게 확대되어 있거나 확대된 영어 문장이 전체 페이지를 꽉 찬 것도 있어서 우리 책답지가 않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 이것 역시도 창의력이 떨어지는 나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 우리 책에 대한 고정관념에 고착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부연설명이 필요한 미술품이나 인물에 대한 상세 정보를 QR코드를 스캔해서 휴대폰으로 직접 조사해 보도록 되어 있는데, 이 역시도 새로운 시도이긴 하나 책을 읽는 흐름을 방해해 별로 좋지 않았다.
이런 편집상의 낯섬과 불편함을 제외하면, 창의력 계발을 위해 읽어보면 좋을 책 같다. 여러 방법 중 내가 가장 관심있게 본 것은 ‘타이밍’에 관한 것이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스스로 타이밍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위대한 아이디어를 만들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의 흐름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하고 내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지 또는 대담하거나 도전적인지 등 아이디어 자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창의력은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것을 위해 우선 첫 번째 방법인 백지와 맞서기부터 해봄이 좋을 것 같다. 나머지 방법들도 흥미로우니 읽어보고 새겨두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