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뉴스 보도에서, 17살 때 돈을 벌 수 있다는 일제의 거짓말에 속아 중국으로 끌려가서 일본군 위안소에서 고초를 겪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소식을 보았다. 해방 후 고향과 가족이 그리웠지만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창피를 당하고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귀국을 포기하고 중국에서 살아온 할머니였다.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주위에 일제의 만행 때문에 피해를 겪은 분들이 있는데 여전히 사과와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이런 일들은 다 과거 청산을 제대로 못할 우리 후손 탓일 게다.

그러면서도 나 역시 일제 때의 위안부나 강제징용 같은 문제에 대해 마음으로 안타까워 만 했지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웠다. 하다못해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귀향>조차도 아직 보지 못했다.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경계하도록 하는 문화 행사에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우리 국민들이 그런 일들을 결코 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말이다. 그래서 이 책 <몽화>도 그런 차원에서 국민 모두가 의무감으로도 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 귀향도 그렇다.

이 책에는 주인공 소녀 영실이와 그녀의 친구 정인과 은화가 나온다. 영실은 시골 태생으로, 일제에게 토지를 몰수당하자 아버지가 만주로 독립 운동을 하러 떠나자 아빠를 찾아 만주로 떠나는 엄마에 의해 국밥집을 하는 이모 집에 맡겨진다. 그곳에서 영실은 정인과 은화를 만나는데, 정인은 일본앞잡이인 아버지 덕택에 잘 살고 있고, 은화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기생집 주인에게 맡겨져 기생이 되어야 하는 운명이었다.

식민지 건설에 더욱 혈안이 된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벌임에 따라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강제 징집되거나 돈을 벌 수 있다는 속임수에 빠져 일본에 가게 된다. 이즈음에 영실은 이모가 사귀었던 일본인에 의해 일본에 보내져 화과점에서 일하게 되고, 정인은 프랑스로 미술을 배우러 유학을 떠난다. 은화는 기생이 될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좋은 데 취직시켜 준다는 사람을 믿고 일본 땅에 오지만 간판만 요리집으로 내건 곳에서 일본 군인 위안부를 하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세 소녀 모두 죽지 않고 해방을 맞이한다. 은화는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자살도 시도하지만 다행히도 조선인 청년에 의해 구조돼 목숨을 잇게 된다. 일단 어떤 일을 겪었던 이들이 살아있어서 안도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은화를 통한 군인 위안부 이야기 외에도 일본 탄광에서의 끔찍했던 강제 징용 이야기와 그런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해방 후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귀국하는 것도 험난했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군위안소나 일제 탄광에서 벌여졌던 일들은 이 책에서 말한 것보다 훨씬 더 처참했으리라. 어쨌든 이 책은 우리 땅에 있던 사람이든, 징용에 끌려갔든 사람이든 일제 식민 치하는 누구에게나 몹시도 살기 힘든 시절이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그런데 우리가 그 시대를 너무 쉽게 잊고 있다는 경종을 울려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라고 처칠은 말했다. 되새겨야 할 말이다.

얼마 전 일본은 일제 강제 징용 탄광이었던 하시마 탄광을 조선인에게 강제노동을 시켰던 곳임을 명시한다는 조건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을 보더라도, 우리가 그들의 잘못을 너무 쉽게 잊어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그 시절을 잊지 않게 하는 이런 문학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고 우리는 후손의 의무로써 그런 작품들을 챙겨서 읽음으로써 역사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표방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이 책 <몽화>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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