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그리고 음악 - 아무도 말하지 않은
이종구 지음 / 주류성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제의 유물 하면 부여 능산리고분에서 출토된 백제금동대향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섬세한 조각 솜씨와 그 안에 새겨진 봉황새를 비롯한 상상의 동물과 코끼리, 사자, 원숭이 같은 열대 지방의 동물, 5명의 악기를 연주하는 신선과 그밖의 산수와 자연물의 많은 조각이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전에 부여의 백제역사문화단지에 있는 전시관에 갔을 때에도 이 향로에 새겨진 악기를 재현해 놓은 전시물을 봤던 적이 있다. 그것과 우리가 현존하는 백제 가요라고 국어 시간에 배워서 알고 있는 ‘정읍사’ 외에는 백제의 음악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 없다 생각했기에, 400쪽에 이르는 이 두꺼운 책을 차지할 정도로 백제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궁금증에 끌려 이 책 <백제 그리고 음악>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700년 역사를 가진 백제의 역사 이야기부터 시작해 백제의 음악에 관한 문헌 소개, 백제음악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하는 유물 소개, 백제의 악기와 음악적 특징을 설명해 놓았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백제의 음악에 관한 책인데 왜 백제의 역사와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는지 의아했었다. 그리고 그 백제 영역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우리가 보통 백제의 영토로 알고 있었던 한반도 한강 이남의 서부 지역은 한성백제로서 백제 땅의 일부에 불과했으며, 백제는 원래 요서지역에서 건국되었으며 영역을 넓혀 중국의 요하지방과 일본까지 그 세력권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백제의 음악에 대해 논하기 전에 백제의 영역 규정을 선행하는 것은 백제가 직접 기록한 백제의 역사 문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역권을 정하고 해당 지역에 있던 당시의 음악을 살펴보면 백제의 음악에 대해 알 수 있어서라고 한다.

특히 이 부분에서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는 <양직공도>에 관한 것이다. <양직동도>는 백제사 관련 사료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526~536년경 양나라 무제 때 양나라에 파견된 외국인 사절을 그린 그림과 이를 해설한 두루마리 문건이다. 그 안에 백제 사신이 그려져 있으며 백제의 영토와 외교관계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백제가 한성백제뿐 아니라 요서 진평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백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나라였다. 또한 이 책에 나온 열도백제 이야기를 통해 백제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고 동이민족이 이룬 인류 최초의 문명인 홍산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또 당시의 음악은 예술의 한 분야로서가 아니라 정치수단으로 중요했기 때문에 상당히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음률의 조화를 통해 정치체계의 통합을 꾀했다고 한다. 나도 전에 공자도 그래서 춘추시대의 노래 모음집인 시경을 중시했고 세종대왕도 표준 음률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당시의 음악이 가지는 특성에 대해 알려주면서 백제 음악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여러 중국 고문헌들을 소개해 놓았다.

그리고 일반인들도 백제의 음악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유물자료에 대한 설명도 실어 놓았다. 앞서 말한 능산리 고분 출토 금동대향로 외에도 계유명전씨아미타불삼존석상과 월평동 출토 양이두, 신창동 출토 현악기와 기타 석탑부조와 불화 등을 통해 백제의 악기에 대해 설명해 준다. 또한 정읍사를 비롯해 몇몇 백제 가요에 대해서도 알려주며, 조선시대에도 백제의 음악에 대한 연구가 있었음도 설명해 준다. 뿐만 아니라 백제 때 만들어졌던 악기들은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로 구분해서 상세히 알려준다.

이렇게 이 책은 백제의 음악뿐 아니라 영토와 유물 등 백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 매우 흥미롭다. 또한 일제 때 실증사학을 빙자해 친일역사학자들이 잘못 세워 놓은 식민사관이 얼마나 우리 역사를 잘못 해석해 놓았는지와 역사의 오역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동안 읽었던 역사책과는 다른 섬세한 역사 읽기여서 매우 좋았다.

백제 하면 고구려와 신라의 틈바구니에서 맥없이 무너져 버린 나라라는 인상이 강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백제가 섬세하고 수준 높은 문화 강국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