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 여신
한동오 지음 / 네오픽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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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개념들을 영상으로 구체화시켜 보여주기 때문에 비교적 흥미롭게 보는 편이지만 SF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SF소설에서 다뤄지는 미래 기술의 개념이나 가상 세계의 이미지를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에서 물고기 로봇을 보았고 춘천에 있는 로봇체험관에서 다양한 로봇을 보니 로봇과 함께 살날이 머지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 최근 보도된 이세돌 프로 바둑 기사와 알파고라는 바둑 프로그램과의 대결, 인터넷 은행 등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보니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졌고 요즘 SF문학에서는 어떤 미래 기술을 다루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 <홀로그램 여신>은 앞으로 10년쯤 뒤의 세상이 배경이며 사립탐정이라 할 수 있는 태하와 대웅이 한나라는 여고생의 실종 사건을 의뢰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태하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와중에 거대기업인 스카이텔레컴의 음모인 호모 아바타 프로젝트를 알게 되고 자신의 결혼식 날 잃어버린 아내까지 찾게 된다.

이 책의 초반에서는 태하가 아내를 잃은 내용이 꿈처럼 표현되어서 태하의 꿈속 세상과 현실이 혼재돼 있는 것 같아 이야기의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이 책에서 주로 이야기되고 있는 가상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도 읽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야기의 배경이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이어서 장소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내가 하드보일드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아서 군데군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으나 내가 그동안 읽었던 책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이어서 나름대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모 신문사에서 가상현실을 체험하면서 신문기사를 읽을 수 있는 장치(VR장치)를 배포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에 비춰볼 때 일상에서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되는 것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처럼 가상현실 기술이 더욱 발전해 현실과 가상을 구분을 할 수 없다면, 그리고 인간처럼 느낄 수 있는 인공육체의 제작이 가능해 인간이 직접 체험하기에는 힘든 곳에 자신의 분신을 파견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된다면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기도 하고 몹시 두렵다.

요즘 나는 지나친 과학 기술의 발달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무섭다. 물론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 몸은 굉장히 많이 편해졌다. 이제 더 이상 편해지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조금은 느리게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평범한 나의 머리로는 이해하기도 힘든 더 좋은 기술 제품들이 등장하고 세상은 너무나 빨리 움직일 것을 강요한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계속 이렇게 발전하다가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고 아니 가상현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바보가 되고, 그런 기술로 모든 사람들을 통제하는 집단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이 책도 이런 두려움을 표현했고 지나친 기술 발전을 경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돕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지나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사회 파괴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과학기술의 오용 및 악의 세력이 그 기술을 장악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몇 번 안 본 SF영화에 대한 편견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해 지나친 걱정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기술 발달의 이면에는 이런 부작용도 있음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미래 사회의 한 모습을 예측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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