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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 삶의 길목에서 다시 펼쳐든 철학자들의 인생론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2월
평점 :
지난해 대학생이 된 딸이 있는데, 가끔 공부만 했던 고3 시절이 그립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고교시절에는 빨리 성인이 되고 싶어 했는데, 막상 성인이 되고 보니 책임지고 해야 될 일이 많다 보니 그 시절이 그립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어제는 학생이었던 아이에게 이제는 어른이니까 어른처럼 굴라고 요구한다. 마치 대학생이 되면 정식 어른으로서 준비가 저절로 되는 것처럼. 그동안 아이에게 무언가를 스스로 할 시간도 주지 않았으면서도 아이를 대번에 성인 대접을 하니까 아이가 힘들어 했었다. 물론 아이도 그런 과정을 거쳐 성인이 되어 감을 알고 있다. 어쨌든 아직은 성인으로서의 준비가 덜 된 아이에게 권하기 위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도전 정신도 부족하고 실패를 이겨내는 힘도 적다. 부모의 품 안에서 곱게 길러지고 풍족하게 살아왔기에 인생의 고난을 감내하는 힘이 부족하다. 마마보이, 마마걸, 헬리콥터맘, 캥거루족 등 요즘 청년 세대의 특징을 보여주는 용어만 봐도 걱정이 된다. 이들이 마음의 힘을 키우는 방법을 안내하고 잘 사는 인생이 될 수 있게 조언하는 책을 읽고 빨리 어엿한 성인으로 바로설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이 그런 책 중 하나다.
자아성찰을 많이 한 사람은 시련을 이겨내는 힘이 크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아직도 삶이 혼란스럽다면(철학에 인생을 묻다)’,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걸까?(철학에 행복을 묻다)’,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법(철학에 관계를 묻다)’과 ’사람의 숲으로 가는 길(철학에 사회를 묻다)‘이라는 네 가지 테마의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며 자아존중감 향상,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과 기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준다.
나는 이 중 책 서두에 나온 빅터 프랭클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사람이다. 그는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와 “인생에서 의미없는 고통은 없으며 모든 인생의 의미는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말이다. 이 두 말에 크게 공감한다. 가급적 고통 없는 삶이기를 희망하지만 고통이 다가오더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면 인생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고 내게 힘이 되었던 이야기는 휴식 시간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나도 휴일에 집에서 쉬기보다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그러니 월요일이 가장 피곤하다. 이런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저자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해 좋아하는 일에 정신없이 빠져 있는 몰입의 순간이 진정으로 휴식을 누리는 때라고 말해 주어서 힘이 되었다.
아무튼 누구나 인생에 서툴 수밖에 없다. 누구나 처음 사는 것이기 때문에 앞날에 대한 두려움도 많고 실수도 하고 후회도 남기 마련이다. 그래서 앞서 산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다만 조금 더 오래 살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실수가 줄어들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어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라고 충고한다.
책 속 내용 중 아이에게는 “미성년의 원인은 이성이 부족한 데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결단과 용기가 부족한 데 있다”라는 칸트의 말을 해주고 싶다. 또한 빅터 프랭클의 “어제 계획대로 살지 못했다면 오늘은 그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는 말로 위로하고 싶다. 내가 후회가 많은 편이어서 내 아이는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가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 어제에 끌려가지도 말고 미래에 휘둘리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에게 힘든 것은 일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의 문제인데, 이 책에서 그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장자>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내 방식대로 상대를 대하거나 해석해서는 안 된다. 상대의 눈에 세상이 어떻게 비칠지를 먼저 따져야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이 책은 유명인의 어록을 통해 인생에 대해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그 말을 한 철학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나온다. 이것을 통해 우리 삶에서 철학의 중요성도 느끼고 철학책 읽기의 중요성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이밖에도 부조금, 재산 증식, 도덕성, 이기주의자들과 함께 살기 등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여러 문제를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언하는 내용이 많다. 저자는 고등학교에서 철학 교사로 있는 안광복 선생님이다. 이전에도 그의 책에서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는데 이 책 역시도 그런 도움을 준다.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