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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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이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니, 환상적이다. 이 말은 많은 직장인이 마음속에 담고 사는 말이 아닐까 싶다. 비록 자신이 선택한 회사지만 기대에 차지 않은 경우도 있고, 마지못해 선택한 경우도 있을 테고, 마음에 흡족한 직장이라도 권태로워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나는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었다가 어렵게 재취업을 한 터라 지금 직장에 감사하며 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때로는 업무상의 어려움 때문에, 또는 정당하게 평가해주지 않는 상사가 원망스러워서, 혹은 집안일과 회사 일을 함께하기가 버거워 가끔은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여 마치 잠깐 전화 한 통 하고 올게라고 가볍게 말하는 것 같은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첫머리부터 직장인의 고단함에 대해 들려준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며 휴일에도 상사의 호출을 받아야 한다. 직장에서는 성과를 내라고 성화다. 이렇게 살다 보니 친구도 멀어지고 매사에 의욕도 없어진다. 그야말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직장인의 모습이다. 특히 44쪽에 나오는 일주일의 노래는 더욱 공감 되었다. 나도 일요일 밤이 제일 허탈하다. 텔레비전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휴일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개그콘서트를 그 시간에 틀어주나 보다, 실컷 웃고 빨리 자고 내일 열심히 일하러 가라고.

이 책의 주인공 아오야마는 인쇄 관련 중견 기업에 입사한지 반 년 된 신입사원인데, 그 역시도 회사 생활을 몹시 힘겨워한다. 자기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가 좋은 회사에 들어간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데, 이 회사에서조차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일에 치어 산다. 게다가 회사 생활 때문에 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을 뿐 아니라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살기 때문에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다. 이런 그가 전철역에서 초등학교 동창생인 야마모토를 만나면서 회사 생활에 활기를 찾게 된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동창도 아니었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의 정체를 밝히면서 회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자신 또한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날마다 마음에 사표를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예전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말조차 생소하다. 취직도 어렵고 그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더 직장에 연연하게 되고 나름대로 자기 일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려고 하지만 열정으로만 일하기에는 쉽지가 않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보니 회사 생활이 더욱 즐겁지 않은 것 같다.

나라별 근로시간을 알아보니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여전히 긴 편이었다. 2014OECD 주요국의 연간 근로시간을 보니 멕시코가 2,228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우리나라가 2,124시간으로 2위였다. 10위인 미국은 1,789시간이고 OECD 평균은 1,770시간으로, 우리나라가 354시간이나 많았다. 그나마 95년에는 우리나라(2,648시간)가 멕시코(2,294시간)보다 훨씬 많았고 그때보다 524시간이나 준 것이다. 앞으로 더욱 줄 것으로 기대하며, 여가 늘어나면 그만큼 마음도 여유로워도 직장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청년 취업, 노령 인구의 일자리 창출, 비규정직 문제 등 고용과 관련된 문제들이 해소돼야 할 것이다.

아무튼 새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새해 설계를 했을 것이다. 승진, 전직, 취업 등등의 계획을. 어떤 선택을 했던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그 선택이 잘못 되었을 경우 또 다른 선택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이 책이 말해준다. 직장은 당신의 숙명이 아니었고 선택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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