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 - 배반의 역사로 잃어버린 궁극의 맛을 찾아서
김현진 지음 / 난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가끔 신문에서 해외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면서 그곳의 특색 음식이라든가 그 지역에서 유래한 음식에 대해 소개할 때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그래서 이 책 <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도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다양한 음식의 유래와 변천사를 알려주지 않을까 하여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것이 아니라 무척 깊이가 있었다. 음식 문화에 대한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고찰이며 종교별 특징을 안내하는 인문학 책이다. 3장으로 구성되어 ‘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과 ‘구도자의 밥상’을 다루고 있는데,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이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특히 성경이나 불경, 코란 등 여러 종교 경전 내용을 인용해서 들려주는 음식 문화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해당 종교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열린 마음을 갖게 해서 좋았다.

각 장 별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장 ‘신들의 향연’에서는 서양에서 신에게 올리는 제사와 우리나라의 제사 이야기, 아담과 이브가 에덴에서 추방하게 되면서 인간이 땅을 경작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는 것과 붓다의 식중독 등 신이나 성인과 관련된 음식 문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2장 ‘인간의 만찬’에서는 이 책의 표지에도 나온 예수의 최후의 만찬, 광야에서 예수가 행안 오병이어의 기적, 불교 승려의 탁발, 군대의 배식, 밥상 공동체 등을 다뤘다.

내가 특히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3장 ‘구도자의 밥상’이다. 수도원 요리사로서 완전한 순종과 겸손을 실천한 유프로시누스 수사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고,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을 실천한 백장회해 선사 이야기도 새길 만했다. 이밖에 불교에서 금하는 채소인 오신채 전통의 기원, 요즘 많은 이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슬람교도의 할랄 음식과 열악한 사육시설에서 길러진 동물의 고기를 먹는 지나친 육식 위주의 식사에 대한 경고까지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많았다.

또한, 종교마다 독특한 문화적 전통이 있고 그 중에서도 음식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하고 종교는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양자가 상보적이기 때문이라는 글을 통해 각 종교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새겨할 말은 13쪽 서문에 나온 “먹는다는 것은 존재를 바꾸는 행위이다”와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몸과 마음은 지난 시대에 머무르며, 낡은 몸과 묵은 생각으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바꾸어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 몸의 세포가 모두 새로운 것으로 바뀌기까지는 약 10여년이 걸린다고 한다.”이다. 먹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 말에 백번 공감한다. 나는 전에는 그저 배부르게 먹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잘 먹는 것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 글을 보면서 한 번 더 그 생각을 더욱 굳힐 수 있었고, 먹거리가 넘쳐 나는 지금에도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나눠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 밥상에서 할 이이기가 풍성해지고 여러 종교에 대한 이해도 조금은 생기게 된다. 이런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인문학책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인문학 독서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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