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 청소년 인성보감
방철 엮음 / 토마토북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오늘 아침도 아이에게 빨리 일어나 밥 먹고 학교에 가라는 잔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중학생이니 이제 잔소리를 그만둘 때도 된 것 같다고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겠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부족한 부분이나 고쳐야 할 부분이 보이니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그렇다. 5분이나 10분만 일찍 일어나도 서두르지 않고 갈 수 있는 것을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정신없이 차리고 나가니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다.

나도 이젠 잔소리 좀 안했으면 좋겠다. '제가 잘 하면 나도 잔소리 안 하려면...' 잘 하려고 하지는 않고 잔소리만 듣기 싫어한다. 물론 아이도 알고 있다. 잔소리가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 부모도 안 하려 해도 아이를 잘 키우려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간혹 그것이 지나쳐 아이와 크게 마찰을 일으킬 때도 있으니 수위조절을 잘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도 잔소리가 많은 편이다. 아이가 남자 아인인데다 행동이 느린 편이고 수동적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생활적인 면에서도 잔소리할 게 많다. 물건 잘 챙겨라, 정리정돈 해라, 벗은 옷은 걸어라 등등...그야말로 진짜 잔소리만 하다 보니 아이와 싸울 때도 있고, 정작 인성이나 인생에 대한 중요한 조언을 해줄 기회는 많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는 밥을 먹을 때마다 아버지가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지금도 그때 아버지가 강조하셨던 예의와 성실 등에 대한 가르침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밥상머리교육을 받을 시간도 없다. 그래서 이 책 <청소년 인성보감 잔소리>가 반가웠다. '잔소리'라는 제목 때문에 아이가 기피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의외로 호기심을 갖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부모가 이제 잔소리하지 않을 테니 읽어보라고 권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어서 아이들도 좋아할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 요즘 청소년들이 가뜩이나 책을 안 읽어서 걱정인데 잔소리마저 책으로 하면 누가 읽겠느냐는 비판을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얼굴을 대하면서 하는 소통이 줄어드는 것이 오늘날의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와 한 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 일부러 하는 잔소리도 있다. 그런 소통을 위한 잔소리용으로 이 책을 잘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똑같은 잔소리를 하더라도 이 책에서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끝에 정작 하고 싶은 말을 담아서 아이에게 들려주면 아이가 더 잘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이 책은 청소년용 인성 지도서로서뿐 아니라 부모를 위한 잔소리 잘 하는 방법 안내서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정직, 소통, 배려, 행복, 사랑. 인내, 화, 봉사, 지혜라는 8개의 주제로 나눠 각 주제에 맞는 짧은 글을 여러 편 수록해 놓았다. 그 중에서는 책에서 뽑은 이야기도 있고 실제 경험담을 담은 것도 있는데, 그 끝에 '아, 또 잔소리!'라는 이름하에 작가가 마치 아빠처럼 해당 이야기와 관련된 조언을 해주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이 키포인트인데, 부모가 아이에게 하듯이 반말로 해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시작 부분에 있는 '아들, 딸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목욕할 때 제대로 닦아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가도록 해라 등 생활 습관을 들이는 데 필요한 잔소리를 담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들어 있어 웃음이 나왔다. 부모 마음은 똑같다. 이런 잔소리같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려보게도 하고, 좋은 사회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자질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인성교육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교재로도 사용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특히 감동을 받은 문장은 이해인 수녀의 '말에 대한 기도'란 시의 한 구절인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228쪽)와 황금찬 시인의 '꽃의 말'이란 시(261쪽)다.

 

   사람아/입이 꽃처럼 고아라./그래야 말도/꽃같이 하리라.

 

둘 다 말의 중요성에 대한 시다. 부모가 잔소리를 꽃같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자녀에게 뿌리는 말들이 좋은 열매를 맺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이 그런 바람을 담은 책이라고 느껴졌고 나 역시도 그런 말을 하는 부모가 돼야겠다는 생각과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해서 함께 이야기 나눠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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