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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소년
이병승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 이병승은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돌아가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그린 <톤즈의 약속>을 통해 친숙해진 작가이다. 나는 이 책 <전구소년> 외에도 그가 쓴 <조용한 식탁>을 조금 읽었다. <조용한 식탁>은 단편 모음집인데 그 중 3개를 읽었다. 그까지 다 못 읽었던 것은 첫 번째 이야기부터 상당히 우울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첫 이야기부터 왕따로 인한 자살이 소재였다.
요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왕따와 폭력, 자살이 빠지면 이야기 안 되는 모양이다. 학업 스트레스로 큰 부담을 갖고 살기는 하지만 즐겁게 공부하고 자기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학창시절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그리고 있어 안타깝다. 학생들이 진로를 정하고 공부 습관을 익히도록 도우며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이야기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개의 청소년 소설이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큰 사회문제라는 반증일 테지만 그래도 너무 한쪽 편향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이 책 역시도 그렇다. 자살 이야기가 나온다. ‘전구소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만화를 그리는 감휘가 주인공이다. 감휘의 아빠는 아들이 법조인이 되기를 바라서 만화 그리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더 이상 만화를 그리지 못하게 하겠다며 골프채로 감휘의 손을 치기도 하는데 감휘 또한 만만치 않는 아이여서 아빠가 골프채를 휘두르는데도 피하지 않는다. 결국 감휘는 손을 다쳐 섬세한 만화 작업은 할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으로는 왕따를 당하는 진구와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예나가 나온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세 아이는 학교 옥상에 자살하러 갔다가 함께 만난다. 각자 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한 뒤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다가 죽자며 죽는 시기를 미룬다. 그 사이에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고자 애쓴다.
자살이라는 말이 쉽게 쓰여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야기는 재미있게 그려졌다. 특히 감휘가 그리는 만화 전구소년의 스토리가 우리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떠올리게 하며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요즘 아이들은 만화를 좋아하는데 만화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웹툰 작가인 강풀을 모델로 해서 강본드라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 재미있다.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은 201쪽에 나오는 필라멘트에 관한 것이다. 감휘가 자기 만화의 맨 마지막 글로 쓴 내용이다. 이 글처럼 우리 아이들이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전구 속의 필라멘트는 얇고 가는 선이지만 2천 도가 넘는 고온에도 변형되지 않고 끊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의 저항값을 높여가며 빛을 뿜어내고 어둠을 밝힌다. 나는 이 만화의 독자들이 필라멘트처럼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주기를 바란다. 내면의 저항값을 높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