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의 세계사 -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마녀사냥들
정찬일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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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이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사건들이 종종 일어난다. 팔레스타인내전도 그렇고 아프리카를 탈출해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을 봐도 그렇다.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모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대이기에 이 책 <비이성의 세계사>를 더욱 읽어야 할 것 같다.

인간은 이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동물과 구별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역사를 돌아볼 때 이성적이지 못해서 일어난 사건들이 많다. 이 책은 기원전 400년쯤에 고대 그리스 시대에 있었던 소크라테스의 죽음에서부터 1990년 대 초 르완다에서 벌어진 대학살에 이르기까지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간이 자행한 비이성적인 사건 10가지를 들려준다.

이 중에는 우리가 익히 알던 일도 있고 이것이 이성의 부재로 벌어진 일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있다. 네로 황제 때의 로마 대화재와 기독교인의 처형, 중세의 마녀 사냥,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영화로도 나왔고 자주 회자됐던 사건이라 대충은 알던 내용이었다. 드레퓌스 사건과 매카시즘, 홍위병에 관한 것은 이름만 알고 있던 것인데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드레퓌스사건도 이성의 부재로 인한 사건으로 봐야 할지에는 생각이 다르다.

어쨌든 이 책은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여러 마음 아팠던 일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된 내용에서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 ‘화냥녀’라는 단어가 병자호란 뒤 청나라로 끌려갔다 되돌아온 여인, 즉 환향녀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내용과 관동대지진 시 조선인 학살에 대한 내용은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과 일제 때 징용에 끌려간 조선인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본 임진왜란 후에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귀환한 조선인 포로에 대해 조선의 조정이 취했던 어처구니없었던 조치도 떠올랐다. 일본이 지금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는 산업시설에서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징용을 당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실에 대해서도 최근에서야 자세히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올해로 광복 70주년이다. 이 긴 70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일제 식민지배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그때의 일을 소상히 아는 것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이유에서 이런 책을 읽고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내용 외에 특히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르완다에서의 대학살이다. 불과 20여 년 전에 벌어진 일이고 아직도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치족과 후투족간의 인종 차별에서 비롯된 이 내전으로 3개월 만에 10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나는 이 사건을 통해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종 차별, 종교 전쟁, 독재 정권의 탄압 등 21세기에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되는 사건들이 떠올라 정말 화가 난다. 그리고 이런 큰일 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이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이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래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사건들을 보면 어찌 그렇게 우매한 일을 했을까 하고 비판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역시도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 있다 보면 어떤 결정을 했을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정보에 접할 기회도 많고 많은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이 책처럼 반면교사 삼을 역사책도 있기 때문이다. 좀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읽어보면 좋을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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