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비기꽃 언덕에서 문지 푸른 문학
서순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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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좋은 청소년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세계명작이라든가 우리나라 근현대기 소설가들의 어려운 작품들을 굳이 권하지 않아도 좋다. 물론 그 작품들이 좋은 것들이긴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들 중에는 청소년 소설이 아이들의 흥미나 끄는 얄팍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들이 학교에서 비롯되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보니 별 차별성이 없어 보이고 문학성면에서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편견과 우려를 동시에 불식시키는 좋은 이야기였다.

작품성을 논하기에는 나의 안목이 턱 없이 부족하지만, <순비기꽃 언덕에서>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걸을 수 없게 된 봉희가 꿈을 키워가는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이자 1970년대에 우리나라가 근대화를 이룩하고 경제발전을 꾀하면서 농어촌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소설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성장소설과는 차별점이 있어서 더욱 주목해야 할 작품이자 찬사를 보내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요즘에도 농촌이나 어촌에는 발전소나 도로 개발을 위해 보상을 받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파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누군가는 이런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보상비를 받고 한번에 큰 목돈을 쥐게 된 시골들이 있다. 다들 이런 것을 부러워하며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런 생각이 얼마나 근시안적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환경보전에 큰 해를 끼친다는 것을 떠나서 대대손손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터전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지만 가급적 이런 상황이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똑같이 장애를 갖게 된 봉희와 경자를 보면서, 어떤 가정에서 어떻게 자랐는지에 따라 삶이 아주 달라지는 상황을 보면서 다시금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장애가 있다 해서 보살핌은커녕 구박만 받다가 어린 나이에 죽은 경자와, 장애 때문에 비록 걷지는 못하지만 좋은 식구들을 만나 자신의 꿈을 갖게 된 봉희를 보면서 한 인간의 삶에 가정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봉희가 꿈을 잃지 않게 된 것은 자신의 노력도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말이다.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이 많아졌고 워낙에 핵가족이 많아지다 보니 가정의 위기다, 가정교육의 부재이다 하면서 가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예전에 비해 가정이나 학교가 인성교육을 많이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여 이런 좋은 책으로나마 인성교육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은 내가 최근에 읽었던 것 중에서 가장 감명 깊고 재미있었다. 덕분에 순비기나무라는 예쁜 보랏빛 꽃이 피는 나무도 알게 됐고, 땅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1970년대에 시골에 초가집으로 있었던 외갓집과 외조부모님과 친척들도 추억할 수 있어 좋았다.

1970년대에 농어촌에 살다가 개발 때문에 도시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이야기여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을 테고,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자녀들에게 쉽게 전할 수 있어서 이 책이 반가웠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 사회가 지나온 과정 이야기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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