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기억 반올림 16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백선희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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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치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만큼 치매의 발병률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증거일 것이다. 다행히 내 주위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치매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길바닥에 내다버리고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간병하던 남편이 자기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끔찍한 일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치매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치매를 앓고 있는 당사자나 그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의학 기술의 놀라운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난 현대에 치매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오래 살게 되었다는 의미일 게다. 어렸을 때 누구네 할머니가 노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것들이 바로 치매였을 것 같은데,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그런 일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옛날에는 일찍 죽다 보니 노화로 인한 병인 치매를 겪지 않고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또 옛날에는 음식이나 일상생활이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들이 많지 않았기에 치매의 발병률이 낮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의 치매 발병률을 보고, 이제 곧 50대가 되는 나는 건강한 몸뿐만 아니라 건강한 기억을 갖고 오래 사는 것이 큰 바람이 되었다. 치매는 우리 뇌에서 기억 부분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돼서 비롯되는 질병인데, 매일 조금씩 손상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건망증 정도로만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해마의 손상을 멈추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 이 글의 표현대로 기억에 구멍이 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당사자에게나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에게나 틀림없이 큰 고통일 것이다. 그런데 치매를 앓고 있는 이들은 보면 단지 기억만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온 안나의 할머니처럼 밀가루 반죽을 유리창에 바른다거나 가스를 켜놓아서 가스가 새어나오게 하는 등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동도 하게 된다. 이런 것 때문에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다고 한다.

이 글은 주인공 안나의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안나가 여름방학 수련회에서 돌아온 9월 4일부터 시작해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찾아가는 그 다음해의 8월17일까지의 일기이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안나는 할머니가 치매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가족만으로는 할머니를 돌볼 수 없어 결국에는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는 힘든 일들을 겪게 된다. 이런 안나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치매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치매 환자와 그를 돌보는 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실제로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가족의 고통은 안나의 가족이 겪는 고통에는 비할 바가 아니라지만.

그리고, 안나의 할머니가 기억에 구멍이 난 상태에서 자신이 어렸을 때 죽은 여동생에 집착하는 것을 보니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정신적인 큰 충격들이 해소가 되지 않으면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이런 문제들을 초래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신문보도에서 보니 두뇌 활동을 많이 하면 치매의 발병률이 줄어든다고 한다. 치매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이런 것들만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평소에 정신 건강도 챙기고 머리도 많이 쓴다면 발병률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휴대폰에만 집착하고 생각을 통 안 하려는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살다가는 나중에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올 수 있음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흔히 치매라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들을 돌보는 것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공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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