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탕 그림책이 참 좋아 2
손지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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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아주 오래전에-엄마와 대중목욕탕에 갔던 일이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다. 불과 몇 십 년 전 겨울에는 아빠는 아들과, 엄마는 딸들과 목욕탕에 다녀오는 것이 주말에 해야 될 과제 중 하나였다. 당시에만 해도 일반주택의 목욕탕은 따뜻하지 않아서 대중목욕탕에 가지 않고서는 깨끗한 몸을 유지할 수도,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도 없었다.

지금은 몸을 씻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놀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찜질방에 가지만, 우리나라에 찜질방 문화가 생긴 것도 그리 오래 전의 일은 아니다.

어렸을 때에는 온탕에 몸을 푹 담그고 나면 엄마가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서 초록색 이태리 타월로 몸을 박박 문질러 때를 벗겨냈었다. 왜 그렇게나 타월을 박박 문질렀는지...누구나 자기 차례가 되면 도망치고 싶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다. 아이 입장에서는 제목처럼 ‘지옥탕’이 딱 맞는 표현일 것이다. 표지의 글자도 재미있다. 목욕탕을 표시하는 기호도 정겹다. 지옥탕의 색도 까만 바탕에 붉은 빛과 주황색이 섞여 진짜 지옥처럼 무서운 느낌을 준다.

게다가 예전엔 여탕에서 초등학교 1, 2학년짜리 남자 애들도 간혹 볼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아마 지금은 5세만 넘어도 사내애는 여탕 입장이 불가하다고 들었다. 이 탕의 주인공은 그 지옥탕에서 남자 친구애도 만났다.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목욕탕의 그림이 사실적이어서 더욱 재미있다. 때밀이 아줌마-요즘은 목욕관리사라고 한다-의 옷차림도 재미있다. 목욕탕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완전 똑같다. 이밖에도 우리가 어렸을 때 목욕탕에서 봤던 풍경들이 그대로 펼쳐진다. 간난아기를 옆구리에 끼고 머리를 감기는 엄마, 다리 위에 때수건을 올려놓고 때를 미는 아줌마 등등...어렸을 때가 떠오르는 이야기다.

추억이 서린 이야기라서 엄마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목욕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런 아픈 경험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앞으로는 잘 닦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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