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 꿈이 사라지면 또 다른 꿈을 꿔 봐! 아이세움 논술명작 68
에밀 졸라 지음, 성주현 엮음, 김윤경 그림, 방민호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목로주점’ 하면 에밀 졸라의 작품인 이 책보다 우리나라 가수 유연실이 부른 동명의 노래가 먼저 떠오른다. 왜냐하면 이제는 초등학생 티를 막 벗은 내 아들이 7~8살 때 아주 좋아했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었는지 그 노래를 흥얼거리더니 노래방에서도 자주 부르곤 했었다.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30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그 뜻도 모르면서. 그런데 지금은 안 부른다. 그래서 그 시절이 더 그립고 그 노래가 아련히 들린다.

이런 사연이 있는 제목이어서 더욱 궁금했던 이야기이다. 사실 목로주점에서 목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랐다. 목로주점 하면 그냥 우리나라 대포집이나 선술집이 연상됐었다. 이번 기회에 찾아보니 목로는 주로 선술집에서 술잔을 놓기 위하여 쓰는, 널빤지로 된 좁고 기다랗게 만든 상이다. 따라서 목로주점이 어떤 곳인지 상상이 갈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제르베즈는 어린 나이에 첫남편 랑티에에게 버림을 받지만 쿠포라는 성실한 남자를 만나서 자기만의 세탁소도 갖게 되는 등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첫남편 랑티에가 그녀 곁에 다시 나타나고 쿠포가 랑티에와 어울리면서 불행을 겪게 된다. 쿠포는 알콜중독자가 되고 열심히 살던 제즈베르도 꿈과 삶의 의욕마저도 잃게 된다. 결국 딸 나나는 가출을 하고 쿠포는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제르베즈도 더 이상 살 곳도 먹을 것도 없는 신세가 된다. 제르베즈는 한때 구제라는 착한 사람을 만나서 구원을 받을 수도 있었으나 그녀의 인생은 비참하게 끝이 난다. 이 제르베즈의 남편들이 타락했던 곳도 목로주점이요, 제르베즈가 인생의 고뇌를 풀었던 곳도 목로주점이었다.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이 발표된 19세기에 프랑스 사람들은 부자들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당시 발표되는 소설들도 상류층의 삶을 담은 것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풍토에서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묘사한 <목로주점>은 이목을 끌었으며, 에밀 졸라는 이후에는 제르베즈의 딸인 나나의 비참한 일생을 그린 <나나>도 발표했다.

무척이나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제르베즈가 랑티에나 쿠포 같은 사람과의 인연을 끊고 구제와 살았더라면 그런 불행한 결말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제르베즈와 같은 안타까운 삶을 현대 오늘에서도 자주 보게 된다. 제르베즈가 살던 시대야 여성이 자기 삶을 개척하기가 정말로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여건이 많이 신장된 지금에도 자신을 둘러싼 암울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이들을 말이다. 물론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 혼자만의 힘으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분명 있다. 그렇지만 희망과 굳은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아무리 힘든 상황도 헤쳐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또 그런 사람에게는 항상 주위의 도움이 따르게 마련이고.

아무튼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예전에 혼자 했던 노래 성진우의 ‘포기하지마’가 귓전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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