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여자 큰여자 사이에 낀 두남자 - 장애와 비장애, 성별과 나이의 벽이 없는 또리네 집 이야기
장차현실 글 그림 / 한겨레출판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무척이나 에로틱하게 느껴진다. 나만의 생각인가? 하지만 아쉽게도 내용이 무척 건전하다. 사실 부분적으로 야한 내용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해 놓은 곳도 있긴 하다. 우리 생활에서 성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므로.

이 작품은 생활 만화이다. 프리랜서 만화가인 ‘장차현실’이 싱글맘으로서 다운증후군이 있는 딸 은혜를 낳고 키우면서 겪었던 많은 걱정과 즐거운 기록, 은혜가 어느 정도 큰 뒤에 연하의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은혜 나이가 열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늦둥이 아들 또리를 낳고 살아가면서 겪었던 생활 속의 작은 일들을 아기자기하게 담고 있다.

장애아를 둔 엄마로서 주위의 눈총 때문에 겪었던 가슴앓이와 아이가 자립할 수 있게 키우기 위해 애썼던 이야기들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한 여자로서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쉽게 말해 수필 만화이다. 요즘 만화하면 웹툰의 영향인지 매우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거나 파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렇게 잔잔한 생활 속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쯤 되면 제목에서 지칭하는 네 사람이 누구인지 금방 파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 이 가족이 일반 가족과는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이 가족은 열린 가족이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지 않는다. 남성이라고 해서 육아나 집안일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은혜가 장애가 있다고 특별대우를 하지도 않는다. 은혜를 은혜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집안일도 함께 하고 육아도 공동으로 한다. 그야말로 평등 가족이다.

시끌벅적하지만 서로 간의 소통이 개방돼 있어 문제가 쌓이지 않고 행복이 넘치는 가족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요즘 많은 문제들이 가정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우리는 느낀다. 이 책에서 작가의 남편이 하는 말 중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가족이요, 내게 힘을 주는 것도 가족입니다”라는 것이 있다.

나이를 먹어보면 이 말이 무척 공감이 될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도 그런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가족이라면 응당 자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자가 돼야 하겠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감에 그리고 너무나 허물이 없어서 무의식 중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우리는 가족 때문에 상처받는 경우가 많음을 깨닫고 가능한 한 가족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하겠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 책을 보고 좋은 가족관을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작가의 작품 중에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라고 은혜를 키우는 것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도 있다고 하는데,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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