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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광고를 통해 여러 번 접했던 책이었기에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역시나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허나, 책을 덮은 후의 기분이란 참담하다. 왜 이 책의 범인 같은 인간들이 생길까?
여전히 우리 신문지상이나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생명에는 눈곱만큼의 배려도 없는 끔찍한 살인마에서부터 누구는 돈 몇 푼에 목숨을 걸고 살든 말든 자기만은 잘 먹고 잘 살려는 탐욕스런 인간까지...이런 면만을 본다면 세상은 끔찍한 곳임이 분명하다.
작가는 우리 현실의 이런 부정적이고도 무시무시한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 섬뜩한 이야기를 전할 때 특별한 희열을 느낀다고 책 뒤에 써놓았다.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나의 섣부른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끔찍한 사건들을 지어내는 작가 또한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렇게 말하면, 이런 이야기를 탐독하는 나 또한 정신이 제대로 된 독자는 아니라고 인정하는 셈인가? 하지만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고 상당히 올바른 심성의 소유자라고 밝히고 싶다. 이렇게 내 자신을 변론한다면 이 책의 저자 역시도 그렇겠지. 아무튼 이야기속의 이런 일들은 탐욕스럽고 무서운 인간의 속성을 경계시킴이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현실에서는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야기는 한적한 마을에서 앞을 볼 수 없는 열 살짜리 소녀 지나가 흔적도 없어지는 사라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사건은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종결되는데, 그 후 10년이 지나서 한 장애 아동 보호 시설에서 시각 장애가 있는 10살짜리 여자애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강력계 여형사는 이 사건의 범인이 10년 전에 있었던 지나 사건의 범인과 동일한 것으로 추측하고, 지나의 오빠였던 막스를 만나 수사 협조를 부탁한다.
이제는 유럽에서 권투 챔피언이 된 지나의 오빠는 지나 사건의 용의자로 자신의 아빠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범인은 따로 있었다. 지나의 사건 때문에 지나의 아빠와 막스는 더 이상 가족으로 살지 못했었는데, 이 사건을 통해 화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된다.
여느 범죄스릴러 소설처럼 이 이야기도 사건이 잘 해결돼 범인이 잡힌다. 그나마 이런 다행스런 결말이 있기에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마음 놓고 읽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 작품의 작가인 안드레아스 빙켈만은 독일의 사이코스릴러 소설계의 신동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의 그의 네 번째 작품으로 수개월간 독일의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독일에서는 상당히 각광받고 있다. 독일에서는 주로 영미권 작가들이 독식하고 있는 스릴러 장르에 유망한 독일 작가가 탄생했다고 반기는 분위기란다.
안드레아스 빙켈만은 군대 조교, 택시 기사, 체육 교사, 보험설계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작가로 성공하게 되었다. 그는 여덟 살 때 처음 스릴러물을 접했고 스티븐 킹의 소설을 통해 스릴러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렇게 한 작가와 알게 되고, 조금이나마 세계 출판 동향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이점이다. 아무튼 여름에는 이런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한다. 그렇지만 인간이 가져야 할 바른 본성은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