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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종 살인자 ㅣ 밀리언셀러 클럽 25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평점 :
추리소설 하면 보통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 등 서양 작가의 작품을 떠올리거나 히가시노 게이고같은 일본 작가의 작품을 떠오른다. 그렇다 보니 사건의 배경이 영국이나 유럽, 일본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흥미롭게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이 책의 작가는 네덜란드 출신의 외교관이었던 로베르트 반 훌릭이다. 그는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동양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특히 중국 전통 추리담의 영웅이자 당나라 초기의 명신이었던 디런지에의 범죄 수사와 판결 사례를 각색한 추리소설을 발간해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디런지에(630~700년)는 젊은 시절 지방 관아의 수령으로 어려운 사건을 수없이 해결해 명성을 얻었고, 이 덕에 그는 중국 추리 소설에서 해결사로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중국의 추리 소설에서는 탐정의 역할을 범죄가 발생한 고을의 수령이 언제나 수사관 역할을 맡는 특징이 있다. 드라마도 유명했던 ‘판관 포청천’처럼. 이런 중국 추리 소설의 특징과 수령의 임무, 재판 과정 등이 책 뒤에 자세히 설명돼 있어 중국 추리 소설에 대한 상식과 중국의 고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중국의 추리 소설에서 승려가 주로 악당으로 등장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들어 있다.
작가 로베르트 반 훌릭은 디런지에를 모델 삼아 ‘디 공’이라는 판관을 창조해내고, 실제로 중국에서 있었던 사건에 기초해 이 책의 기본 내용이 되는 반월로 강간 치사 사건, 절간의 비밀 사건, 의문의 해골 사건이라는 세 가지 사건을 만들어 냈다. 디 공은 일개 지방 판관으로서 얽히고 설킨 방대한 권력 구조에서 외부 세력의 입김이나 개입으로 공정성이 결여될 수 있는 재판들을 현명하게 잘 처리한다.
책에 실린 삽화가 무척 단순해서 실망스럽게 보였는데, 책 뒤 설명을 있어 보니 고대 중국의 재판정과 재판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도 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중국 문화에 대한 상식을 늘리는 데도 도움을 준다. 아무튼 새로운 느낌의 추리소설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