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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드림 Robot Dreams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사라 바론 지음, 김진용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로봇에 대해 알려주는 자연과학서나 SF 문학서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만화이다. 표지의 그림과 색감이 참 예쁜 만화인데, 이야기는 더욱 예쁘고 감동적이다. 슬프게도 개와 로봇의 불운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
개는 주석 조립 키트를 사서 멋진 로봇을 만들고, 이 로봇과 친구가 된다. 함께 팝콘을 만들어 먹으면서 영화도 보고 도서관에도 같이 가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는 여름 해변에서 끝이 난다.
로봇이 개와 함께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나왔더니 작동이 정지되는 바람에 개는 할 수 없이 로봇을 해변에 눕혀 놓은 채 혼자 집에 온다. 로봇이 걱정이던 개는 로봇 수리 안내서를 들고 해변에 가지만 해변이 폐장되는 바람에 로봇에 다가갈 수 없게 된다. 이후 개는 로봇과 개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다음 이야기는 책에서 확인하시라.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어진 이야기지만 충분히 주제를 느낄 수 있고 마음이 찡해진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해변이 폐장되었다는 고지를 보고 그대로 돌아가는 개의 모습이다. 물론 몹시 실망하고 쓸쓸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노력이 부족했다. 우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쉽게 포기하고 절망하는 현대인의 모습 말이다.
또 하나 가슴 아팠던 장면은 토끼 세 마리가 배를 타고 로봇에게 다가왔을 때의 장면이다. 이 모습을 보고 로봇은 자신이 다른 좋은 곳으로 옮겨질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지만, 토끼들은 자기들이 타고 온 배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로봇의 발가락 하나를 뽑아간다...아~ 비정한 세상...
이 책은 우정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이 어떻게 치유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주제를 깨닫는 것 말고도 이 책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친구 사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마음 한 켠이 아팠다. 로봇을 친구로 삼고 있는 모습에서 휴대폰이나 MP3 등 전자기기만 만지작거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서로가 고민을 공유하고 정을 나누기 보다는 행동을 같이 하는 것만이 우정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들의 잘못된 생각도 엿보였다. 그저 행동만 같이 할 뿐이라면 로봇과의 우정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