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닷새 사계절 1318 문고 71
이준호 지음 / 사계절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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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학교 폭력에 견디다 못한 학생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교내에서는 물론이고 신문지상에서도 학교 폭력을 일소하자는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진행됐었다.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는 오래됐지만, 학교 폭력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움직임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학교와 학생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해자를 벌하기보다는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차원에서 학교 폭력 사건을 마무리했었는데, 이제는 그 가해학생들의 사악함과 잔인함이 교육으로 다스릴 차원에서 벗어낫기 때문에 형사 처벌이 불가피해졌다. 학교에서 폭력이라니? 말도 안 될 일이다. 바른 인성을 키워야 할 곳에서 폭력이라니...어떻게 해서든 학교 폭력은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다. 아니 학교 폭력 사건에서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의 상처를 다루고 있다. 중학 2학년인 최 담이라는 남학생이 주인공인데, 담은 1학년 아이들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죄로 학교에서 처벌을 받는다. 이 일로 그동안 아들을 믿었던 최 담의 부모의 놀람과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담이 역시 친구였던 아이들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에 크게 좌절한다.

사실 최 담은 소위 말해서 ‘일진’이라 불리는 아이들과 어울리긴 했지만 그 애들처럼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돈을 뺏는 짓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진이라는 아이들이 자신을 금품갈취의 주모자로 학교에 밀고한 것이다. 이런 일을 겪게 되자 최 담은 무작정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 온다. 할아버지는 암 치료차 홀로 시골에 내려와 요양을 하면서 약초 뜯는 일을 하고 계셨다.

담은 할아버지댁에서 홀로 산을 산책하다 뱀에 물리면서 이상한 세계를 여행하게 되고, 그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담이 동물들이 말을 하는 이 나라를 여행하는 부분은 너무나 동화적이어서 요즘 우리 청소년들의 구미에는 그다지 맞지 않을 것 같다.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아이의 잘못을 직접 야단치지 않고 은유적으로 잘못을 깨닫게 하는 점은 좋다.

아이들에게도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고 살 정도로 해야 할 일이 많다.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이 물음은 내게도 해당된다. 날마다 한 바퀴씩 똑같은 시간의 수레바퀴를 굴리고 있지만 그 안에서 분명 달성해야 될 최우선의 가치들이 있다. 그럼에도 그 바퀴를 굴리느라 바퀴를 굴리는 본래의 목적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인생에서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산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세상을 약게, 그리고 쉽게 사는 지식보다는 올바른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가치들을 가르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21세기가 지식 정보 사회라 해도, 인간인 사는 세상이 만큼 지식보다는 인간적인 가치들의 습득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런 배움을 가진 아이들이 엇나갈 수 있겠는가?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과 주위의 관계들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아성찰의 시간을 스스로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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