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 역사에서 내가 가장 모르기도 하고 어려운 부분이 근대이다. 그런데 내가 근대에 가지는 이 느낌은 나만의 것이 아닌 모양이다. 이 책 뒤에 내 느낌을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글이 실려 있다. ‘우리는 고대나 중세보다 대한제국 멸망 이후 근대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한다. 현재와 가장 가까운 시기인데도 부룩하고 근대는 왠지 낯설고 불편하다. 나라를 빼앗긴 채 온갖 핍박과 오욕으로 얼룩진 암흑의 시대였기 때문이다.’라고.

사실 내가 근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은 그 시기가 우리 역사의 암흑기이어서만이 아니라 워낙에 많은 일들이 다방면에서 일어났던 탓도 있다. 그 많은 사건들을 서로의 인과관계를 모른 채 단편적으로 알다 보니 그저 외워야 할 것 정도로만 여겼기에 근대사가 너무나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게 바로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만든 요소들이 근대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에 자세히 좀 알고 싶었다.

이 책은 러일전쟁(1904~1905)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1931년 만주사변 전까지의 우리 역사를 망국사, 독립운동사, 민족적 항거운동, 식민통치구조, 대한민국 임시정부, 만주의 삼부라는 여섯 개의 테마로 나눠서 조명하고 있다. 이 중 ‘만주의 삼부’편은 봉오통전투와 청산리전투를 제외하면 내가 거의 아는 바가 없던 이야기들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보통 독립운동 하면 상해에 있는 임시정부를 함께 떠올리게 되는데, 실제로 독립 전쟁을 준비했던 곳은 만주였다고 한다고 한다. 내가 얼마나 우리 근대사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준 장이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역사학자 이덕일 하면 떠오르는 ‘박식한 역사가’, ‘믿을 만한 역사가’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많은 책에서 따온 인용문들과 세세한 인물 정보를 제공하면서 역사적인 팩트를 알려주기 때문에 더욱 신뢰할 만한 느낌이 든다. 이게 바로 내가 이 책을 선택한 또 한 이유이다. 이전에 이덕일 한가람역사연구소장이 쓴 역사책을 몇 권 읽어본 뒤론 그가 쓴 역사책이라면 뭐든 환영하고 있다. 재미도 있고 역사적인 지식이 풍부해서이다.

특히나 이 책은, 서두에서 들려준 이야기 덕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나도 전에 고종의 재위기간이 44년이라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 혼돈의 시대에 힘 없는 군주가 그렇게나 오랫동안 통치권을 쥐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았을까 하는 연민도 들었다. 그래서 그가 권좌에서 쫓겨난 뒤의 우리 역사가 어땠는지가 궁금했었다.

그뿐 아니라 이 책은 고종과 같은 시기에 일본 천황의 자리에 올랐던 메이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두 군주가 즉위할 때까지만 해도 크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두 나라가 왜 먹고 먹히는 처지로 역전되었을까?’하는 물음을 던진다. 물론 이에 대한 답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대답이 뻔한 이 물음 덕에, 우리의 근대사가 더욱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왔고,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우리 근대사에 대해 많이 모르고 있었고, 독립을 위해 애쓴 분들도 잘 알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최소한 이 책 정도는 읽어서 우리 근대사에 대해 좀더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의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것이 근대를 이은 오늘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책이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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