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의 이름이 직녀여서 더욱 호기심을 자아낸다. <견우와 직녀>의 직녀와 같은 아이일까? 게다가 일기장이란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니지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는 한다. 하여간 이런저런 연유에서 본 책이다. 표지에 붙은 ‘청소년권장도서’ 마크도 이 책을 손에 들게 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고.

직녀는 자신을 문제아라고 소개한다. 학생부실을 무시로 드나드는 말썽쟁이라고 말이다. 게다가 벌칙으로 사회봉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직녀 정도라면 결코 문제아라고 할 수 없다. 공부를 못하는 것이 흠이지, 개성이 강한 아이일 뿐이다.

이런 직녀가 자신보다 공부를 조금 잘 한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왕자 대접을 받는 연년생 오빠와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모델이 되고 싶어 하는 연주를 비롯해 학교에서 튀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이런 직녀의 모습은 우리 고등학생들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일반계 고등학생들은 아침 일찍 등교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집에 온다. 주말에도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다. 그러니 친구들과 어디를 쏘다닐 시간이 없다.

지난 일요일에 나는 여고생 딸과 간송미술관에도 가고 경복궁도 야간에 관람하고 왔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볼 수가 없었다. 내 주위에 아이들에게 휴일에 무얼 하는지 물어봐도 문화생활이라고는 영화를 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니 이 책의 직녀처럼 연예인이 된 친구 덕에 방송에 출연을 한다거나 친구들과 마음껏 놀러다닐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직녀의 모습이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가출이라는, 보통 부모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심각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아주 건강한 청소년이다. 좌충우돌 문제가 많은 자신의 일상이지만 그것들을 일기장에 풀어놓으면서 자기 문제도 찾을 줄 알고 자신의 미래도 고민할 줄 아는, 멋진 모습을 가졌다.

이렇게 이 글은 직녀의 톡톡 튀는 행동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대리만족의 기회를 준다. 하루 종일 학교에 매여 있는 생활이 얼마나 갑갑하고 힘들겠는가? 그런 답답한 심정을 직녀가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직녀가 마음껏 행동하고 있지만 그녀 역시도 고등학생으로서 공부와 장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평범한 학생이다. 어떤 삶은 살든 모두가 안고 있는 고민은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이 어른이 되면 알리라. 청소년기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음을. 그리고 그만큼 후회가 많이 남는 때라는 것을. 때늦은 후회가 없도록 그들이 이 찬란한 시기를 값지게 보냈으면 한다.

직녀가 일기 끝에 한 줄로 정리한 문구가 인상적이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의미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하루를 마감하는 밤에 직녀처럼 한 줄 일기라도 적어 보면 좋겠다. 훗날 그때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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