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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 달 - 베틀리딩클럽 저학년 그림책 2001 ㅣ 베틀북 그림책 12
메리 린 레이 글, 바버리 쿠니 그림, 이상희 옮김 / 베틀북 / 2000년 7월
평점 :
표지에 보름달이 뜬 산골짜기의 외딴 집의 보이는데, 난 풍경화 같은 이런 그림이 참 좋다. 책 전체적으로 삽화가 차분하고 아름답다.
이야기는 산골짜기에서 나무 바구니를 만들어 파는 숲 속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뉴욕 허드슨에서 멀지 않은 컬럼비아군 산악지대에서는 바구니 만드는 일로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1900년 무렵부터 그 숲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도 없어졌고, 1950년대에는 종이 상자와 플라스틱 상자가 등장함에 따라 바구니가 팔리지 않게 되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도 1996년까지는 한 여인이 남아 바구니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가족이 바로 그렇게 물푸레나무를 이용해 산 속에서 바구니를 만들어서 팔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보름달을 바구니달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이들에게는 말도 없고 마차도 없어 걸어가서 바구니를 팔고 와야 하므로 집에 늦게 오게 되는데 그때 달빛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바구니를 팔러 가는 곳이 궁금했던 아이는 일찍부터 아버지를 따라가고 싶어 했지만 아홉 살 생일이 다 되어서야 함께 갈 수 있게 된다. 태어나서 생전 처음 도시를 본 아이는 신기하고 놀라운 광경들을 보면서 집에 가서 엄마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리라 생각하면서 부푼 마음을 갖고 도시 구셩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걸어가고 있는 부자를 보고 한 아저씨가 ‘ 바구니 밖에 모르는 산골짝 촌뜨기’라고 놀린다. 이 말 때문에 아이는 바구니 짜는 것도 즐겁지 않았고 다시는 도시에 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나중에는 아이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무형 문화재 지정을 받은 분들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나 공예의 명맥을 잇기 하기 위해 정부에는 이들을 무형 문화재로 지정하고 후원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후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면서 힘든 일이다. 또 앞으로도 꼭 필요한 일들이다. 이들이 자긍심을 갖고 그런 기능을 대대로 전수할 수 있게 하는 풍토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그림책은 산골짜기의 빈한한 살림에서도 자기 일에 긍지를 갖고 사는 사람들의 결의가 느껴졌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 일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